"꼭 부탁드립니다"... 교사들, 왜 이러는 걸까요?

인천북부교육지원청 교육활동 홍보 활성화 방안 '논란'

등록 2012.05.25 11:49수정 2012.05.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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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초등학교 홍보담당 교사입니다. 오늘 우리 학교에서 입학식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꼭 보도 부탁드립니다"

 

"ㄴ중학교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보냈으니, 보도를 꼭 해주세요"

 

최근 인천 부평지역 초·중학교 교사들에게 전화와 이메일을 많이 받고 있다. 학교에서 행사를 했으니, 신문에 보도를 꼭 해달라는 내용이다.

 

예년에도 가끔 이런 전화가 오긴 했지만, 올해 들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매년 똑같이 모든 학교에서 하는 행사를 보도하긴 어렵다.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은 했으나 결국 보도하지 않았다.

 

인천시교육청 홈페이지 '우리학교 알림방'란에서 확인한 결과, 학교 홍보 보도자료는 5월 23일 하루 동안 모두 79개가 올라왔다. 이중 북부(부평)지역 학교에서 올린 자료가 절반에 가까운 35개였다. 내용은 대다수가 공개수업, 학부모 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 일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의 일환이었다. 일부 학교는 하루에 보도자료 2~3개를 올리기도 했다.

 

"행정업무도 많은데, 보도자료까지..."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어려운 일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에 관한 보도자료를 교사들이 매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인천 북부교육지원청이 지난 3월 20일 자로 부평지역 모든 초·중학교에 전달한 공문 '2012년 북부교육지원청 교육활동 홍보 활성화 방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문 내용을 보면 "북부교육지원청은 교육 수요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받는 교육정책을 구현하고 주요 정책의 전략적 홍보로 북부교육의 위상과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북부교육지원청 각 과와 북부지역 모든 초·중학교에 홍보담당 교사(교육활동 홍보나르미) 1인을 지정하고, 주요 교육활동 사업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이를 통해 언론에 실리도록 했다.

 

북부교육지원청은 분기별로 신문에 스크랩된 기사 수를 정리해서 제출하게 한 후 이를 누적 합산해 상반기와 하반기별로 최우수·우수·장려 각 2개 기관을 선정해 총60만 원의 포상금과 표창장을 지급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에선 홍보담당 교사를 정해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보도자료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홍보담당 교사는 각 행사담당 교사에게 행사 때마다 보도자료를 쓰게끔 '닦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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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인천 북부교육지원청 교육활동 홍보 활성화 방안’ 공문. 실적에 대한 포상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 장호영

‘2012 인천 북부교육지원청 교육활동 홍보 활성화 방안’ 공문. 실적에 대한 포상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 장호영

부평지역 ㄷ초교 홍보담당 교사는 <부평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가보면 매일 비슷한 내용의 학교 홍보 보도자료 수십 건이 올라온다"며 "이런 내용을 도대체 어떤 언론이 보도하겠나? 그렇다보니 교장이나 교사가 아는 기자에게 전화해서 꼭 실어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결국 기자를 많이 아는 학교가 표창을 받는 꼴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언론에 실릴 가능성도 없고 써보지도 않은 보도자료를 쓰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전형적인 인력 낭비 사례이다"라며 "이런 홍보 방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지원청 담당자는 "교육정책이나 학교 교육과정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다.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인천시교육청 홍보팀 담당 주무관은 "학교에서 매번 똑같은 행사를 보도자료로 올리는 것은 언론에 실리기 어려우니, 특별한 행사를 했을 때 보도자료를 내도록 학교나 홍보담당 교사 교육 때 전달했다"며 "북부지역에서 마련한 방안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면 해당 부서에 연락해 다시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학교 홍보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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