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전달해주던 꽃 이름 아세요?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운 하얗고 순박한 찔레꽃

등록 2012.05.30 18:02수정 2012.05.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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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찔레꽃 ⓒ 윤병렬


요즘 산길이나 들길 다니다 보면 하얀 찔레꽃이 줄기 가득 환하게 피었다 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논과 밭 사이, 길 가에서도 아주 흔하게 찔레 덩굴과 찔레꽃을 볼 수 있습니다. 찔레꽃은 향기도 많이 나고, 꽃도 예뻐서 노래 가사와 시의 제목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꽃입니다.


찔레꽃에 얽힌 옛 이야기 들어보면 왜 찔레꽃이 슬픔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옛날 고려 시대에 원나라로 끌려갔던 예쁜 '찔레'라는 처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그 때는 힘이 약해서 고려 처녀들을 원나라에 공물로 바쳐야 했던 때였습니다. 산골에서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찔레'와 '달래' 자매가 있었는데 잡혀 갈까봐 꼭꼭 숨어 지내다 관원들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사정사정한 끝에 동생 달래는 아버지를 모셔야 해서 집에 남고 언니 찔레만 원나라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 잘 지내던 찔레가 10년 만에 고려로 돌아와 집을 찾았는데 아버지는 목을 매달아 죽은 뒤였고, 동생 달래는 미쳐서 집을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동생을 찾아 온 사방을 헤매던 찔레는 결국 산 언덕에서 죽고 말았는데 봄이 되자 그 자리에서 하얀 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찔레꽃과 얽힌 슬픈 이야기... 맛좋은 간식거리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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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 덩굴 ⓒ 윤병렬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가수 이연실이 불렀던 찔레꽃 노래도 애절한 사연들을 담고 있습니다. 70·80세대들은 노래 가사가 아련히 떠오를듯 합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나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 주, 비오면 덮어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 마'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슬픈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였던 듯합니다. 찔레나무 연한 순은 배고팠던 옛 시절에는 어린이들에게 맛좋은 간식거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찔레순은 다양한 약효를 지닌 식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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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둑방길 찔레꽃 둑방길(경남 산청) ⓒ 윤병렬


찔레 순을 겨자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겨울 동안 몸 안에 쌓였던 독소를 제거해 준다고 합니다. 찔레 순을 흑설탕이나 꿀로 발효시켜 복용하면 성장조절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어서 어린이 성장 발육에 큰 도움을 주고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찔레꽃차도 만들 수 있습니다. 찔레꽃을 따다가 소금물과 식초 몇 방울을 넣어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려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찔레꽃차가 되는데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몸이 붓고 무겁거나 신경통 등이 나타날 때 마시면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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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찔레꽃 ⓒ 윤병렬


찔레순은 껍질 벗겨서 그냥 씹어 먹으면 약간 떫으면서 상큼한 맛이 납니다. 입안에 장미향이 살짝 감돌기도 합니다.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배고픈 시절, 단백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절엔 토끼 잡는 재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찔레 덤불, 사랑의 편지 숨기기에 좋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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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 경남 산청에서 열린 공연 사진 ⓒ 윤병렬


찔레꽃을 소재로 한 노래 중에는 소리꾼 장사익의 '찔레꽃'이란 노래가 가장 슬픈 노랫말과 가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고, 밤새워 목 놓아 울만큼 진한 향기'를 지녔다고 노래합니다. 장사익은 '하얀 꽃, 순박한 꽃,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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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찔레꽃 순박하고 새하얀 찔레꽃 ⓒ 윤병렬


흔히 말하는 들장미는 찔레를 말하는 것입니다. 영어 이름이 들장미입니다. 장미처럼 가시가 있어서 찔리면 몹시 아픕니다. 그래서 찔레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찔레 덩굴은 다 자랐을 때 2m 정도 되는데, 이 찔레 덤불에는 옛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하얀 찔레꽃이 피어날 때 처녀 총각들은 깨진 사기 그릇 조각에 연애편지를 담아 찔레꽃 덤불에 몰래 감추어 두었다고 합니다. 애절한 사연의 그 편지를 끄집어내려면 찔레가시에 찔릴 수밖에 없었을 듯 합니다. 하얀 꽃 무더기 사이에 묻힌 하얀색 사랑의 편지… 생각만 해도 낭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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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찔레꽃 꽃 전체가 분홍인 분홍 찔레꽃 ⓒ 윤병렬


찔레꽃은 대부분 흰색으로 피어나는데 간혹 붉은색이나 분홍색으로 피는 찔레꽃도 볼 수 있습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으로 시작되는 노래 가사는 가수 백난아씨가 일제 강점기인 1941년 무렵 만주 공연을 다녀온 뒤에 만주 독립군들이 고향을 바라보는 심정을 담아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붉은 찔레꽃이란 표현은 남해안 바닷가에 피는 해당화를 붉은 찔레꽃으로 표현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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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찔레꽃 연분홍 색깔로 피어나는 찔레꽃입니다. ⓒ 윤병렬


가정의 달 5월, 5·18 광주가 있어 더욱 눈물 나는 5월, '부엉이 바위의 전설'이 생각나는 5월. 그 5월이 찔레꽃과 함께 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5월은 아픔이 많은 달입니다. 어느새 5월이 다 가고, 새로운 달 6월이 다가옵니다.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은 찔레꽃 향기에 실려 날아갔습니다. 이제 오디 열매, 딸기꽃과 함께 새롭게 시작되는 6월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찔레꽃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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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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