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MB 협박죄로 기소된 신상철 대표 첫 공판... "검찰이 대통령 모욕을 퍼트리고 있다"

등록 2012.06.01 21:06수정 2012.06.0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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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대표 측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이명박 대통령 증인신청서. ⓒ 최지용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 재판장에 서게 될까? 물론 임기 중 면책특권이 있는 대통령이 피의자로 법정에 나오게 될 일은 없지만, 재판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인터넷 정치웹사이트 <서프라이즈> 신상철 대표의 첫 공판에서 이 대통령이 증인으로 요청됐다. 검찰은 최근 신 대표를 이 대통령 협박죄로 기소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다. 보수단체에서 고발했지만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고 처벌을 바라는 그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통령에게 처벌을 원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도 처벌의사를 확인했는지 묻는 변호인 측 질의에 검찰은 답변을 미뤘고, 결국 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신 대표 측 변호인단에서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신 대표의 글을 보지 못했다면 검찰의 협박죄 기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협박,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 이 대통령이 처벌 원하나?

신 대표는 지난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금품수수 의혹 수사에 나서자 <서프라이즈> 게시판에 '독고탁'이라는 필명으로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 야 이 개OO야'라는 제목에 글에서 신씨는 이 대통령을 향해 "네놈과 네놈의 개인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 가족에게 칼을 내미는 순간, 네놈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 "네놈의 대갈통을 후려칠 힘이 없어서 지금까지 참고 살아온 줄 아느냐", "조용히 1년 살다가 가라. 그 이후 네놈이 목숨을 부지할지는 네놈의 운명이니 네놈이 잘 지켜야 할 것이다"라고 욕설과 함께 비난했다.

이에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가 신 대표를 특수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4월 검찰은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의 대한 어떤 위해를 가할 듯 한 내용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신 대표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같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이나 협박으로 고발한 경우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내용을 알려야 한다.


지난달 29일자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 측은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가 있을 때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데, 그런 의사표시가 없었다면 기소가 가능하다"며 "그런 이유에서 이 대통령에게 처벌 의사를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의사 없이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검찰이지만,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씨가 '쥐코' 영상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를 받았을 때는 당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처벌 의사를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 공소권 남용했다"

이날 재판에서 신 대표 측 김철호 변호사는 "신 대표의 글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로 일반적으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 표현에 불과하지만 검찰이 무리하게 협박죄로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칠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협박죄가 성립하는데 검찰의 기소내용에서는 이를 찾을 수 없다"며 "또 신 대표가 쓴 글을 이 대통령이 읽어보았는지 자체가 불분명하고, 읽어보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수치심이나 공포심을 느낄 가능성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해악의 고지가 피해자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 대통령이 신 대표의 글을 읽었는지 확인해보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러한 확인 절차가 누락돼 있어 피해자인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모욕죄에 해당하는 이 사건을 무리하게 협박죄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는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공소사실 자체에 형사소송법상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재판부가 공소기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내가 이 대통령을 욕한 것은 인정한다, 그게 모욕적으로 느껴져 위자료를 요구한다면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정당한 분노를 표현한 것을 가지고 협박죄를 적용했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면서 글의 내용이 알려 오히려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에 의문을 던지며 '좌초설'을 주장해온 신 대표는 현재 합동조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신 대표의 협박죄 관련해 재판부가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는 29일 다음 공판에서 나올 예정이다.
#이명박 #신상철 #서프라이즈 #천안함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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