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정말 맛있게 먹는 요령, 이렇습니다

군산대 주종재 교수가 추천하는 군산의 생선 요리

등록 2012.06.09 16:02수정 2012.06.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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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생선 요리에 대해 설명하는 군산대 주종재 교수 ⓒ 조종안


지난 화요일(5일) 오후 7시 군산시립도서관 5층 교양문화실에서 열린 '群山學'(군산학: 군산을 제대로 이해하기) 다섯번째 강좌(제2강)에서 군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주종재 교수는 군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아귀찜, 우럭탕, 참게장, 생선회를 추천했다. 


시작에 앞서 주 교수는 전라북도에서 음식문화가 가장 발달했던 지역으로 부안을 꼽았다. 육해공군, 즉 지리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부자(富者)가 많이 살았던 부안은 음식문화가 발전할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호남 차별정책으로 인구가 줄고 부자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유명한 음식들도 사라졌단다.

주 교수는 만경강을 끼고 있는 '청하면'을 예로 들었다. 지역명 '청하'(靑蝦)가 만경강을 뜻하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민물 새우 알로 담근 하란젓(蝦卵醢)에서 유래됐다는 것. 일제강점기에도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던 하란젓은 여유가 있는 부자들도 사 먹기 주저할 정도로 값도 비쌌단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이름만 내려올 뿐이다.

"아귀찜은 얼큰해야 참맛 느낄 수 있어"

주 교수는 "전북에서 '음식의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전주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그 답에 동의하면서도 재고할 부분도 있다"며 "이유는 음식재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음식재료를 분석해보면 농축산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전주 음식에는 수산물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산의 향토음식은 아귀찜, 꽃게장, 생선탕, 생선회 등이 대표적이다. 음식재료도 수산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맛도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군산도 맛의 도시로 손색이 없으니 '음식의 도시'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게 주 교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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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푸짐한 아귀찜. 요즘엔 군산에도 미나리와 콩나물을 함께 사용하는 식당이 있다. ⓒ 조종안


주 교수는 군산을 대표할 첫번째 음식으로 아귀찜을 꼽았다. 예전에는 경남 마산이 원조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군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70~80년대까지는 서울의 아귀요리 전문 식당에 가면 대부분 '마산아귀찜'이라 적혀 있었는데, 요즘은 '군산 아귀찜' 글귀가 자주 보인다고. 

마산과 군산은 아귀찜 재료는 물론 조리법도 다르다. 마산은 아귀를 살짝 말려서 조리하는데, 군산은 생물을 사용한다. 찜에 올리는 고명도 마산은 삶은 콩나물을 사용하고, 군산은 미나리가 듬뿍 얹어 나온다. 마산은 미더덕으로 맛을 내는데, 군산은 미더덕을 넣지 않으며 새콤한 양념장 맛이 특징이라 하겠다.  

주 교수는 "군산 아귀찜이 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군산 아귀찜은 맵게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라며 "먹으면서 혀를 내두르고 땀을 흘릴 정도로 얼큰해야 아귀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식은 피해야 하지만, 매운 음식이 위장에 좋지 않다는 소문은 낭설이라는 것.

짚고 넘어갈게 하나 있다. 아귀 요리의 원조는 1950~1960년대 군산 째보선창가에 즐비했던 대폿집들이라는 것이다. 군산 개항(1899)과 함께 일제의 조선 이주 장려정책으로 째보선창에도 일본 어촌이 조성되었고, 따라서 일인 선주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들도 아귀 요리를 즐겨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귀는 조기와 함께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당시 선창가 대폿집 주모들이 아침 일찍 끓여내는 아귀탕과 물메기탕은 해장 속풀이 '술국'으로 그만이었다. 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양념 없이 맨살로 쪄서 초장과 함께 술안주로 내놓으면 뱃사람은 물론 철공소 기술자와 지게꾼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명성이 자자한 군산 꽃게장, 맛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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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싱싱한 꽃게들. ⓒ 조종안


군산의 꽃게장은 1995년 시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당시 전주에는 대표 음식(비빔밥)이 있는데 군산은 없어 주 교수가 참여한 가운데 향토음식을 발굴하기 시작했으며, 꽃게장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 후 KBS TV '6시 내 고향'에 연거푸 방영되면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

주 교수는 "게는 꽃게, 농게, 달랑게, 바다참게 등 바다에서 나는 것과 민물에서 나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며 탕, 찜, 볶음, 장 등의 요리에 폭넓게 이용된다"며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게 요리 중 으뜸은 게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식욕이 떨어지는 계절에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이 게장"이라고 덧붙였다.

참게로 장을 담가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풍문에 의하면 조선 시대 철종은 수라에 게장이 올라 있지 않으면 진지를 들지 않았다고 하니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게장은 서민에서 왕족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겨 먹던 음식 중의 하나였다.  

주 교수는 "군산 꽃게장은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며 "짜지 않게 담그므로 자칫하면 비릿하고 떫은맛이 나는데 군산 꽃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비밀은 감초, 고추씨, 황기 등의 적절한 배합에 있다"고 말했다.

군산식 생선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생선은 복어, 우럭,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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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씩 담아 내오는 군산의 생선탕. 싱싱한 미나리가 듬뿍, 보기에도 푸짐하다. ⓒ 조종안


생선을 이용한 음식으로는 생선회, 생선고추장 조림, 생선고추장찌개, 생선국, 생선국수, 생선냉제 조림, 생선구이, 생선볶음, 생선적, 생선전, 생선전골, 생선 절임찜. 생선조리개, 생선 조림, 생선 지짐이, 생선찜, 생선포찜, 생선탕 등 매우 다양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주 교수는 다양한 생선요리 중 진수는 생선탕에 있으며 그중 군산식 생선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생선으로 복어, 우럭, 아귀를 꼽았다. 몇몇 업소에서는 고급스럽게 보이기 위해 쇠고기, 표고버섯 등을 넣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조리방식은 지양돼야 한단다. 생선탕 국물 맛의 특색이 상실되고 소속 불명의 음식이 돼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

이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탕은 우럭탕이며 군산을 처음 방문하는 외지 손님들에게도 망설이지 않고 권한다고 했다. 한 번 맛본 손님은 꼭 다시 찾아와 우럭탕 재료를 포장해가거나 고속버스 편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귀찮을 때도 있다고. 김 교수는 맛의 고장에 사는 '즐거운 귀찮음'으로 표현했다.

군산 생선탕의 특징은 맛도 맛이지만, 체면을 생각하거나 옆 사람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생선탕 전문 음식점에서 4인분을 주문하면 큰 그릇 하나에 담지 않고, 보기에도 푸짐한 뚝배기 네 개에 가득 담아서 내온다. 그래서 국물이든 건더기든 맛을 음미하고 즐기면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생선회, 곁들인 음식보다 먼저 먹어야 참맛 느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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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톰하게 썰어놓아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우럭회. ⓒ 조종안


주 교수는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에서 음식재료 자체가 지니고 있는 참맛을 못 살리고 있는 것을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생선회에 상추를 싸서 마늘과 함께 먹는 것은 잘못된 식사습관이라는 것. 생선회는 천천히 오래오래 씹어 먹을 때 참맛을 느끼며 생선 마디의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산에 생선회 전문 식당가(횟집단지)가 만들어진 시기는 1970년대 중반. 횟집단지를 개척한 이들은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해망동 바닷가 영세어민들이었다. 그들이 허름한 주택을 소규모 식당(횟집)으로 개조, 영업하면서 자연스럽게 횟집단지가 조성되었으며 싱싱한 자연산 생선회 맛에 반한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주 교수는 "군산의 생선회는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전에는 인근에서 잡히는 신선한 생선 공급이라는 지리적인 여건이 좋아서 유명했다"며 "운반 시스템이 발달하여 전국 어디에서나 신선한 생선을 접할 수 있는 요즘에도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곁들인 음식'(쓰끼다시)이 다양하고 풍성하며 맛이 독특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주종재 교수는 "군산의 식당들이 곁들인 음식을 경쟁적으로 개발한 결과 몇몇 음식은 회 이상으로 맛이 좋고 독특하며 독자적인 음식으로 발전시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가짓수가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음식문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생선회의 참맛을 즐기며 먹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횟집에 가면 곁들인 음식이 먼저 나오고 생선회는 나중에 나오는 데, 그렇게 드시면 생선회의 참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배가 불러서 비싼 회를 남길 때도 있죠. 그러니 생선회를 먼저 시식하고 곁들인 음식은 뒤에 내오도록 주문해보세요,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귀찜 #생선회 #군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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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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