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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26장 423편의 시집이 말하는 삶의 진리 <법구경>

등록 2012.06.21 19:42수정 2012.06.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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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은 책 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취지를 언급했습니다. "인간이 설 자리와 가치의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대 사회와 물질 문명 앞에 던지는 불교적인 경고이다." ⓒ 이정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 미운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말라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은 커다란 불행 /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얽매임이 없다....<법구경 210편>

시국도 엄중한 이 시기, 때 아닌 사랑 타령에 혹여 독자들에게 질책 섞인 조롱을 들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랑에 관한 짧은 시는 불교의 성경이라고 일컫는 <법구경> 한 구절에 속한 잠언입니다. 결국 이 표현은 구구절절한 사랑타령을 지칭한 게 아니라 옛 운동권 가사의 내용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홀로 투쟁하며 정진하라는 충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저는 잡념과 망상에 계속 빠져들어 곁에 두고 한 동안 지켜만 보아왔던 책을 한 권 들었습니다. 내용으로 치면 동요와 같고 형식으로 치면 4연 형식의 노래 가사 같아 바로 가슴에 와 닿는 책이었습니다. 아니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경솔해보여 이제부턴 '진리의 경구'라고 일컫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힘들 때 읽기엔 딱 좋은 잠언집입니다.

생전에 수도승이자 위대한 스승이라 존중받을 만큼 훌륭한 생애를 살다간 법정 스님이 다시 풀이한 <법구경>은 총 26장 423편의 시구를 실었습니다. 책의 주요한 소주제로는 '마음''어리석은 사람''지혜로운 사람'진정한 행복''사랑하는 것''늙음' 등 26가지 주제에 대해 촌철살인의 가르침으로 사부대중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평대로, 스님은 이미 이 세상의 지난한 여행을 마치고 또 다른 세계에서 깨달음을 가르치고 있을 겁니다. 털끝만한 고뇌, 잡념, 먹고 입음의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파하고 있을 겁니다. 결국 법정 스님은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텅 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에 우리는 그 흔적의 여백을 따라 진리의 여행을 따라하고 있질 않나 생각해봅니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입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말 중에 영어로 'Back to the basic'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정도겠지요. 하지만 이 말의 숨은 의미에는 '순수한 마음의 근원을 찾아가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라는 충언이기도 하겠지요.


단순히 일이 잘 되기만을 바란다면 이 말은 굳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 마음 안에는 과정보다는 오로지 좋은 결과만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의 시작과 끝이 있듯 그 과정 또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합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오직 인간의 탐욕과 집착에 의해서만 일을 행한다면 바로 4대강 사업과 같은 치욕스런 결과가 양산되기 때문입니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모든 일을 행하고 따른다면 즐거움마저 사람을 따르게 됩니다. 마치 그림자가 주인을 따라가듯 말이지요. 이 단순한 논리를 망각한 채 우리는 너무 먼 곳에서, 자기 아닌 타인에게서만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사물과 존자들이 결국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쉽게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저 내 안의 욕심만으로 그것들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껍데기를 벗고서

어리석은 자여, 머리의 모습이 무슨 소용인가 / 가죽 옷을 입고 어쩔 셈인가 / 그대의 속은 더러운 밀림 / 거죽만 그럴듯하게 치장 했구나 <법구경 394편>

세상 살다보면 참 어리석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빛바랜 권력과 명예 속에 검게 탄 자신을 감춰두고 온갖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이간질 시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른 채 오직 아집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자연과 사람문명을 파괴시키곤 하지요. 그래서 이 <법구경>은 어리석고 탐욕스런 사람에겐 더 없이 훌륭한 도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공정사회의 의미를 다시 추슬러 세워야 합니다. 일을 잘 처리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공정사회가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일을 순리에 맞게 처리하면서도 그 일이 옳은 일인가를 판단할 때 비로소 공정한 사회는 지켜질 수 있을 겁니다.

거죽만 그럴듯하게 치장해놓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만 만들어 놓는다면 그 후대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양산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공정사회의 의미는 지속가능한 연속성이 나타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늙고 추한 속 빈 늙은이는 되지 말아야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큰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단지 나이만을 먹었다면 그는 부질없이 늙어 버린 속 빈 늙은이 <법구경 260편>

나이 어린 청년이 이런 표현 언급했다고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꼭 인용해야겠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시대엔 개념 없는 청춘들도 많이 있지만, 경구대로 '부질없이 늙어 버린 속 빈 늙은이'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과거의 화려하고 우상화 된 현상에 집착한 채 현재를 망각하고 후손들의 미래를 빼앗는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는 종종 접하곤 합니다. 어찌 보면 이해를 할 법한 일들이겠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어린 개구리는 맞아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음에도 아랫물만 더럽다고 한탄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한 세상입니다.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쓴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라는 책을 보면 나이듦은 자연스러운 것, 더 자유스러운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자연스러움과 자유스러움을 보면 상당히 긍정의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그 이면을 파헤쳐보면 추한 이기심과 나이 듦의 권위 또한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올바른 긍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충언도 함께 서려있는 것입니다.

서평을 마무리하다보니 정말 이러다 제가 돌 맞아 상처입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총 423편의 경구 중 일부를 옮겨다 쓴 이유를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정 인간의 생명이 백년까지 늘어난다 해도 단 하루의 소중함과 가치를 모른다면 그 백년은 단 하루만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삶이 힘들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 <법구경>을 벗 삼아 작은 위로를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최상의 진리를 모른다면 그 같은 진리를 알고 사는 그 하루가 훨씬 낫다 <법구경 114편>

진리의 말씀 - 법구경 미니북

법정 엮음,
이레, 2000


#법구경 #법정 스님 #진리 #불교경전 #진리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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