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뉴미디어실장의 '촌스러움'

한국 보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관훈토론회

등록 2012.06.28 16:36수정 2012.06.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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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였는데요. 저는 이 토론회를 보면서 한국 보수진영의 나태와 게으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이날 토론회 사회자로 나온 <조선일보> 김민배 뉴미디어실장 때문입니다. 토론회 사회자로 나선 그는 '언론인'의 질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유치한 질문을 하는 등 이른바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솔직히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촌스러움'의 극치 보여준 <조선일보> 김민배 뉴미디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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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토론회 6월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화면캡쳐 ⓒ 오마이뉴스


저는 김민배 실장을 보면서 '그'의 사고방식이 '유신 체제'와 '5공화국'에서 여전히 멈춰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냉전이 사라지고 독재와 반민주의 영향력이 시들긴 했지만, 여전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극우파'의 맨얼굴을 봤다고나 할까요. 항상 <조선일보> 지면 뒤에서 그럴듯한 표정과 함께 '포장된 얼굴'로 바라보던 그들의 맨얼굴이 TV화면에 그대로 드러나니까 … 뭐랄까, 참 추해보였습니다.

아직까지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퇴행적인 역사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특히 김민배 실장은 토론회 내내 종북을 이슈화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모습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를테면 종북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은 "종북세력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배제돼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종북주의 여부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섣불리 마녀사냥식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김민배 <조선일보> 뉴미디어실장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김민배 :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신 분으로서 국내에서 심심찮게 간첩단 사건이 적발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종북주의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정략적이거나 나이브한 인식 아니냐.


'심심찮게 간첩단 사건이 적발되고 있는'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도 검증해 봐야 할 문제지만, '종북주의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은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문 고문은 "종북 세력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배제돼야 마땅하다"고 분명히 얘기했고, 다만 "그렇지만 종북주의 여부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섣불리 마녀사냥식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라고 확고히 입장을 밝혔는데, 김민배 실장은 이를 "(문 고문이) 종북주의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마치 이 장면은, 홍길동 아버지가 홍길동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것을 허락하노라"고 말했는데 홍길동이 계속 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를 남발하고 있는 풍경과 비슷합니다. '아버지라고 불러라' 이렇게 말했는데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만 합니다. 김민배 <조선일보> 뉴미디어 실장의 모습이 딱 홍길동의 모습입니다. (이 웃긴 상황은 진중권씨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개마고원)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어쨌든 이 '한심한 질문'에 대해 문 고문은 표정 하나 일그러짐 없이 '성실하게' 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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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선 예비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 첫번째 주자로 초대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날세운 패널들의 질문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문재인 : 과거 군부독재가 엄혹했던 시기에 우리 체제에 절망감을 느껴서 어떤 사회주의라든지 북한 쪽을 나은 대안으로 생각했던 세력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까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이제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서 단순히 나은 정도가 아니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해진, 그래서 심지어 북한의 주민조차도 남쪽의 우월을 다 인정하고 있는 이 시기에 와서까지도 그런 사람들이 우리 국내에 많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세력은 극소수일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안전에 크게 위협되는 정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보수진영에 왜 '강남우파'는 등장하지 않을까

사실 대한민국 체제의 북한에 대한 우월성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입증됐고, 10대는 물론이고 20~30대 젊은층의 상당수가 '북한=촌스러움'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 있는 젊은이에게 북한에 대한 생각을 한번 물어보세요. 어떤 대답이 나오는지. 북한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동경은 더더욱 없습니다. 냉정히 말해 이들에게 북한은 '풍자의 대상' 아니면 '촌스러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거의 고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우파 특히 <조선일보>는 여전히 북한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물론 실제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건 아닙니다.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전쟁위험이 증폭될수록 한국 보수파의 입지가 강화될 수밖에 없으니 '죽기 살기'로 북한에 대한 위험을 과장하고 있는 거지요. 더구나 최근에 통합진보당 사태마저 발생했으니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 입장에선 지금처럼 '종북 논란'을 활용하기에 최적인 시기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한국 보수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보수에게 드리워진 고집불통과 촌스러운 이미지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보수의 도태는 필연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대선 경선 공동선대위원장에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내정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나름의 시대정신을 박근혜 전 대표가 읽었기 때문입니다. 박 전 위원장의 역사인식은 퇴행적일지 몰라도 적어도 시대흐름을 읽고 포착하는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관련해서, 저는 한국의 보수진영이 '강남좌파'가 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왜 '강남우파' 정치인이나 소셜테이너를 만드는 일에 게으른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아마 그들은 '강남좌파'에서 '강남'보다는 '좌파'에 방점을 찍어서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남좌파'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는 어이없는 '우'를 범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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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토론회 한겨레 2012년 6월28일자 8면 ⓒ 한겨레


젊은층이 '강남좌파'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정치의 몰락>(강양구·박성민/민음사)에서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도 언급했지만 "'강남'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것들은 '합리적 주장' '상대에 대한 배려' '다양성의 인정' '닮고 싶은 매력' '촌스럽지 않음' '글로벌 경쟁력'" 등의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강남좌파'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좌파'가 아닌 '강남성' 때문이다

그러니까 '강남좌파'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좌파'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강남성'에 대한 동경이라는 거지요.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젊은층이 '구진보'나 '구좌파'에 대해 등을 돌린 것도 그들에겐 '강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 역시 '강남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설명이 될 수가 없습니다.

대중들은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닮고 싶은 매력이 있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을 '강남좌파'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전통적 보수진영은 이런 사람들을 '종북 세력' '좌파 세력'으로 규정합니다. 젊은층이 한국 보수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한국 보수진영에 '강남우파'의 등장이 얼마나 시급한 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얘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요. 저는 한국의 보수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집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조선일보> 김민배 뉴미디어실장 같은 분이 앞으로 토론회에 나오는 일은 최대한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행태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상황에서 김민배 실장 같은 '수구적인 이미지와 사고방식'이 확고한 사람은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보수의 '세대교체'와 '물갈이'가 시급하다는 얘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관훈토론회 #문재인 #김민배 #강남좌파 #강남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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