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의 마음으로 만들어낸 '편안한 해우소'

[아름다운 동행] 독거 어르신 위한 화장실 개선 봉사... "마음 나눠가질 뿐"

등록 2012.07.04 13:44수정 2012.07.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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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0월 배승희 씨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인터넷 봉사 카페 '편안한 해우소'는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봉사 활동을 전개하면서, 대구 등 전국 대도시권 회원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구 등 자신의 지역에서 해우소 운동을 전개해 현재 일부 지역에서 해우소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공사만 하지않고 회원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화장실 환경 개선, 밀린 빨래하기, 함께 목욕하기 등도 이들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사진은 해우소 운동 전과 후. 편안하고 쾌적한 화장실로 바뀐 모습이다. ⓒ 인터넷 카페 '편안한 해우소'(자료사진)


"TV 선전문구에 1센티미터를 더 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과 1인치의 작은 마음을 나누고 싶을 뿐이고 해드릴 것이 없으니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7월의 첫째 날 지난 1일.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의 한 좁다란 골목길이 파쇄기와 그라인더 소리로 요란스럽다. 집 안이 비좁은 탓에 새로 놓일 변기, 공사에 사용할 파이프 등이 골목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광주재능기부센터·인터넷 다음카페 동호회 '편안한 해우소(http://cafe.daum.net/lovehaewooso)'·싸이월드 카페 동호회 '1인치'가 함께 하고 있는 '편안한 해우소 만들기' 운동의 공사 현장이다.

부모님의 불편한 모습에서 시작된 운동...매월 1회 개선 사업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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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터넷 봉사 카페 '편안한 해우소' '1인치' 광주재능기부센터 관계자들이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독거 어르신들의 편안한 화장실 이용을 돕기 위한 공사를 했다. '어르신 편안한 해우소' 운동이다. 재능기부센터가 모금 활동을 벌여 필요한 물품을 사고 카페 회원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강성관


이날 편안한 해우소 공사는 광주재능기부센터가 광장음악회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과 인터넷 카페 동호회 회원 등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편안한 해우소 만들기' 운동은 2004년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음카페 '편안한 해우소'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와 함께 생활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화장실 개선 운동이다.

이들은 단독 주택에 세를 들어 살거나 비좁고 오래된 주택에 살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동이 불편할 경우 화장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에게 '편안한 화장실'을 만들어주는 것이 '편안한 해우소 만들기' 운동의 시작이다.


'편안한 해우소 만들기'를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장우철 광주재능기부센터 사무처장은 "말 그대로 낡은 단독주택에서 기거 하시는 독거노인분들은 지병이 있고 재래식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손잡이가 있는 수세식 변기로 교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독거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는 취약계층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편안한 해우소' 운동은 부모님이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시작됐다.

다음카페 '편안한 해우소' 카페지기 배승희(43)씨는 "어느 날 저희 어머님께서 불편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재래식 화장실을 지금도 사용하시는 독거노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카페를 만들었고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배승희씨는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화장실 공사만 하는 것이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크게 봉사활동 할 생각하지 말고 화장실 개선 운동만큼은 우리가 책임지자는 마음들이 모아져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재정' 등 어려움 2년 여 동안 활동 중단... 광주재능기부센터와 활동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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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 '편안한 해우소' 카페 지기이자 편안한 해우소 운동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배승희 씨. ⓒ 강성관


배씨의 취지와 사업 추진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동네 친구 정영국씨다. 배씨와 동갑내기인 정씨는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서 화장실 공사를 위해 공사 장비를 준비하고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다.

전문적인 시공을 주로 맡아 하고 있는 정씨는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금전적인 어려움도 생기고 함께해줄 봉사자들이 줄어들면서 2년 여 동안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광주재능기부센터가 생기면서 함께할 수 있어서 다시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카페 '편안한 해우소'와 '1인치'가 광주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변기 등을 마련해 시공한 곳은 50여 곳이다. 또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광주광역시 남구 등 일부 지자체와 변기 업체 등이 지원해 100여 곳.

광주지역의 '편안한 해우소' 활동이 인터넷상에서 알려지면 대구 등 전국에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광주를 찾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똑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국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편안한 해우소'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또 싸이월드 카페 '1인치'가 함께 하면서 '편안한 해우소' 운동에 탄력이 붙였다. '1인치'를 통해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카페지기 최원일(43)씨는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1인치에 가입했다가 해우소를 알게 돼 지금까지 함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어려운 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가면 오히려 심적으로 제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딸이 많은 마음을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는 최씨는 "2년 여 동안 여러 제약 때문에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광주재능기부센터와 함께 매월 한 곳 이상 공사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10월 다음카페 '편안한 해우소'를 개설한 이후 배승희씨 등은 현재까지 카페 회원 등의 재능기부와 장비 기증 등을 통해 50여 차례의  화장실 개선 공사를 했다.

'패키지 봉사대'가 함께하는 해우소 운동... "사회적 관심 더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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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터넷 봉사 카페 '편안한 해우소' '1인치' 광주재능기부센터 관계자들이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독거 어르신들의 편안한 화장실 이용을 돕기 위한 공사를 했다. 배 씨 등이 수세식 화장실을 개선해 설치할 변기를 조립하고 있다. ⓒ 강성관


또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광주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관할 지역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화장실 개선 사업을 벌여 100여 곳의 시공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 '편안한 해우소'와 '1인치'는 단순히 화장실 개선 공사만 하지 않았다. 일종의 맞춤형 '패키지 봉사대'도 동시에 벌이고 있다.

독거노인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 집안 청소나 무거운 이불 빨래 등을 자주 하지 못한다. 그래서 화장실 공사가 있는 날이면 보통 화장실 시공 전문가 회원, 집안 청소와 이불 빨래 등을 할 수 있는 회원, 독거노인 분들과 함께 대중 목욕탕을 갈 수 있는 회원 등 10여 명이 함께 한다.

또 화장실 개선 공사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집 안 곳곳의 외벽 페인팅도 진행하며 화장실 내부도 대학생들이 참여해 편안한 분위기의 화장실로 탈바꿈 시키기도 한다.

배승희씨는 "사업을 하다보니 도와주어야 할 분들은 많은데 재정적 여건, 사회적 관심 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대부분  비좁은 골목에 살고 계시는데 공사를 하다보면 통행 등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화장실 개선 공사 도움을 받게 된 박아무개(55)씨는 "남편이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 조금씩 움직이기는 하지만 화장실 사용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한다"며 "빛고을사회복지관의 주선으로 공사를 하게 돼 너무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편안한 해우소'에 박씨를 주선한 나순미 빛고을사회복지관 팀장은 "실태조사를 다니다 보면 세탁기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비좁은 골목길에 사시는 분들도 많으시다"며 "자기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광주재능기부센터 같은 단체들이 나서 함께하고 있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광주재능기부센터 등에 따르면, 화장실 개선 공사·외벽 페인팅·화장실 내부 환경개선 등을 위해 한 곳당 30여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클래식 무료 공연인 광장음악회와 함께 3차례에 걸쳐 모금운동을 벌여 박씨의 화장실 개선 공사가 가능했다.

장우철 광주재능기부센터 사무처장은 "카페 '편안한 해우소' 등과 함께 꾸준히 어르신들의 편안한 화장실 이용을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며 "시민들의 작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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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해우소 운동의 삼총사.배승희·정영국·최원일 씨. 이들은 해우소 운동을 통해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이 해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은 기자에게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 강성관


1일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편안한 해우소' 공사에 직접 나선 동갑내기들.

"그 백운동 할머님은 돌아 가셨을까"(정영국).
"그 윗 집에 사시던 할머니님은 시골로 이사 갔어잖어"(배승희).
"이삿 짐 날라주던 할머니님은 돌아 가셨을 것이고…옛날에 공사해 드리고  연락하고 사신 분들도 있으셨는데 지금은 어떻게들 사시는지 궁금하네"(최원일).

구슬땀을 흘리며 공사를 하던 중 주인 아주머니가 내어 준 시원한 수박으로 땀을 식히던 동갑내기 배승희·정영국·최원일 씨가 두런두런 무심코 내놓는 대화가 정겹다. 그들이 함께 한 세월의 두께가 느껴진다.

배승희 씨와 정영국 씨는 같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단짝 친구로 인터넷 카페 '편안한 해우소'를 함께 만들고 이끌어 오고 있다. 최원일 씨는 봉사 카페 '1인치'를 통해 '편안한 해우소' 운동을 함께 하면서 가까워 졌다.

해우소 운동이 맺어준 인연이다. '해우소 운동 3총사'인 셈이다.

'편안한 해우소'와 '1인치'를 통해 함께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벌이면서 맺은 인연은 2012년 7월에 중단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끈이 되고 있다.

"혼자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의 편안한 화장실 사용만큼은 우리가 만들어 드리자"는 '편안한 해우소'. "1인치의 작은 마음으로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1인치만큼의 마음부터 나누자"는 '1인치'.

배승희 씨는 '편안한 해우소' 제안자 이자 카페 지기이고 최원일 씨는 '1인치'에서 무료급식소 등에서 활동을 하다 지금은 카페 지기를 맡아 배 씨 등과 함께 해우소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배 씨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영국이가 있어서 편안한 화장실을 만들자고 선뜻 제안할 수 있었고 그래서 가능했다"며 "인연을 맺은 분들을 다시 찾아가서 말 벗도 해드리고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돌아가실 때 뒷 수습을 하지 못한 것이다"고 아쉬워 했다.

최 씨는 "활동을 중단한 탓에 회원이 많이 줄었다"며 "며칠 전에 다시 몇 분들과 잘못된 부분을 다시 짚어보고 반성도 했다. 다시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다"고 말했다.

정영국 씨는 "처음 사업을 하면서 몸으로 하는 봉사와 함께 변기 등 도구 역시 마련하기 위해서 회원들이 십십일반 모금해서 진행해 왔다"면서 "사업이 지속되다보니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쳐 활동을 잠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안한 해우소 #배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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