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한국 축구에 있어 상당한 악몽을 안겨준 대회였다. 올림픽 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 모두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혹평과 더불어 "축구장에 물 채워라"라는 비난이 쇄도할 정도로 2008 베이징올림픽은 한국 축구에게는 큰 악몽을 안겨준 대회였다.
이러한 비난을 뒤로 한 채 4년이 흘렀고, 2012 런던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 축구는 축구 종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이 구성될 무렵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2009 U-20 월드컵,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예선을 치르며 함께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을 추려낸 18명의 명단을 구성하여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다.
한국 축구에 있어 런던 올림픽은 베이징 올림픽의 아쉬움을 씻어냄과 동시에 홍명보호의 성장 스토리에 있어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대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고, 특히 올림픽 대표팀의 구성원 가운데 성인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젊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도 가늠할 수 있다.
중요성이 큰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호의 목표는 메달 획득에 맞춰져 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영광을 맛보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에서도 다른 때와는 달리 축구를 메달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고, 해외파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팀' 을 강조하며 좋은 조직력을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고, 선수들은 인성과 내면, 그리고 규율이 잘 갖춰진 대표팀의 모습을 구현해내며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올림픽의 경우 유니폼 상의의 왼쪽 가슴에 축구협회의 문양이 아닌 국기를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유니폼 상의의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대한축구협회의 백호 문양이 새겨졌지만 올림픽은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과는 달리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국기를 새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방침에 따라 한국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에서는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새긴 유니폼 상의를 입고 경기에 출전한다.
한국 대표팀은 이 부분과 관련해 혼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국기가 아닌 축구협회의 문양을 새긴 유니폼을 그대로 입었다가 부랴부랴 국기 문양의 유니폼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 그러한 혼선이 생긴 것이 한국 대표팀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베이징 올림픽의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 대표팀은 같은 혼란을 반복하지 않았다.
유니폼 상의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 한국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를 상징하고 선수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정신력을 강하게 만든 기제였다.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하는 올림픽인 만큼 강한 정신력과 투지로 하나의 팀이 되어 균일한 팀 정신을 보여야 한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의 혼을 새기며 경기를 펼치는 것은 어쩌면 메달을 획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끝까지 강한 투혼과 정신력을 발휘하면서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그 태극마크이다. 태극 전사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기 때문에 태극 전사라는 말이 그대로 실감나게 하는 모습이다. 태극 전사, 진정한 태극 전사로서 한국 축구의 투혼과 의지를 런던에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대가 크지만 부담도 크다. 대회 전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부상으로 낙마한 데 이어 18인 명단 소집 이후 장현수(FC 도쿄)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중앙 수비수들의 부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현수의 대체 선수로 김기희(대구 FC)가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중앙 수비수 쪽에서 부상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선수단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러한 흔들림을 보일 시간도 없다는 것을 대표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인의 기량이 특출난 것도 중요하지만, 단단하면서 파괴되지 않는 팀 정신을 새기며 왼쪽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를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종목들도 중요하지만 축구의 경우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축구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왼쪽 가슴에 새겨진 태극기의 혼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