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를 내지 않는 언론은 거의 없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할 때 서둘러 보도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의도된 오보가 아니면 사과문 등을 게재함으로써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을 오늘 찍은 것처럼 신문에 낸다면 그것은 오보가 아니라 '조작'에 가까운 것이다. 독자를 속인 일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19일자 <조선일보>가 신문 1면에 실은 태풍 '카눈' 사진과 "지난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앞바다의 파도"라는 설명은 사실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이 발생한 당시 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이었다.
<조선일보>는 결국 20일자 2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본지 19일자 A1면에 실린 '해운대의 성난 파도' 태풍 카눈 사진은 3년 전인 2009년 8월 9일 태풍 모라꼿 당시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면서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조선> 해당 기자는 사직했고,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으로 밝혔다. (
관련기사: <조선일보> 1면 해운대 태풍 사진은 '가짜')
누리꾼들은 이 같은 보도와 사과문에 대해 "인간어뢰도 있는데, 뭐 그 정도야", "조선일보 해운대 태풍사진 조선일보 참 여러 가지 하네요...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이야", "조선일보, 해운대 태풍 사진 조작. '1면부터', 상징적 표현이다. '1면부터'"라며 비꼬았다.
또, <조선일보>는 지난 3일에도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영장 청구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표기해 다음 날인 4일 사과문을 게재한 적이 있다.
문제는 태풍 사진과 이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조선일보>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지만, 북한 관련 기사가 오보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월 17일자 1면 머리기사다.
|
|
▲ 조선일보 지난 1월 17일자 머리기사.
ⓒ 조선일보
|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서는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核),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단독] 김정남 "천안함, 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당시 기사 출처는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남인 김정남과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의 이메일 대화록 '아버지 김정일과 나' 내용이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이라는 것을 '절대' 믿고 싶었던 <조선일보>와 보수언론은 김정일 위원장 장남 입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천군만마'를 얻었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 '종북세력'을 재단하면서 "이런데도 안 믿느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김정남은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이 책에는 75, 76쪽과 140쪽에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천안함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조선일보가 기사 중 북한의 입장을 설명한 부분은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내용인데, 기자가 작위적으로 천안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고미 위원은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 통의 이메일 중 거의 모든 내용을 책에 수록했다"며 "번역 작업도 꼼꼼히 했는데 없었던 내용이 보도된 경위를 알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 19일자 <서울신문> "김정남 이메일엔 천안함 관련 한줄 없었다"민감한 남북관계 보도... 오보 판명 나면 사과로 끝낼 일 아냐
|
|
▲ 조선일보는 김정남의 천안함 관련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20일자 2면을 통해 사과했다.
ⓒ 조선일보
|
결국, <조선일보> 보도는 3일 후인 1월 20일자 2면을 통해 "고미요지 위원이 김정남과 이메일을 바탕으로 펴낸 책에는 천안함 관련 부분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는다"면서 "월간조선 측은 천안함 부분은 김정남 주변의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별도 취재한 내용이라고 밝혔다"며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천안함과 같이 아주 민감한 사안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사과문을 몇 줄을 끝내 버렸다. 천안함 관련 <조선일보>보도 결정판은 2010년 4월 22일자 '인간어뢰' 기사다. 당시 <조선일보>는 1면 '"북 인간어뢰 조심하라" 해군 올초 통보받았다'라는 기사에서 "인간 어뢰는 어뢰에 모터 등 별도 추진기를 단 뒤 특공대원들이 직접 조종해서 목표물로 접근, 자폭하거나 별도 추진기에 기뢰 등을 싣고 가 목표 함정을 폭파시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4면에는 '인간어뢰' 그래픽까지 친절하게 실었다.
그리고 1986년 11월 16일자에서 "북한 김일성이 암살됐다는 소문이 15일 나돌아 동경 외교가를 한동안 긴장시켰다"라고 전했다. 또, 신문이 나오지 않았던 17일에는 '호외'를 18일에는 총 12면 중 7개 면에 걸쳐 사망 배경, 국내외 반응, 조선일보 자랑을 따위를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김일성은 1994년 7월에 숨져 8년이나 더 살았었다. 아마 북한 관련 기사 중 역사에 길이 남을 오보가 될 것이다.
북한이 워낙 폐쇄된 나라라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오보 가능성은 항상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북한 관련 보도는 더 신중해야 한다. 남북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보로 판명 나면 사과문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
오보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의도를 가진 조작은 용서받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