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느리게 사는 법 가르치고 있어요"

김성호·김영미 부부의 인성이 앞선 학(學)과 습(習)의 자녀교육

등록 2012.07.22 20:08수정 2012.07.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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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목표로 삼지만 실천하기는 싶지 않은 교육관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김성호 김영미 부부와 세 자녀 봉준, 예빈, 민준. ⓒ 이안수


어제(7월 21일) 부모님과 세 자녀의 가족이 함께 오셨습니다.

자녀는 중학교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5학년의 딸, 7살의 아들로 왕성한 성장기에 있었습니다.

2층의 예약된 공간으로 가기 전에 1층의 서재를 소개해드렸습니다.

- 무시로 내려오셔서 활용하세요!
"(어머님) 이 서재도 꼭 보고 싶었어요."

헤이리를 여행한 뒤, 밤시간 세 아이들이 서재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의 책을 한권씩 뽑아서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에 함께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뒤 부모님도 함께 내려오셔서 몇 권의 책을 더 골라 함께 올라가셨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얘들아, 계단을 오르고는 꼭 계단 불을 꺼야 한다."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실천하시는 어머님이다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저의 첫 일과로 현관과 발코니를 살폈습니다. 다섯 가족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이 가족의 누군가가 신발을 열 맞추어 정리한 것입니다.

여전히 적막한 아침, 어머님이 서재로 책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오셨습니다. 어제 가져다 가족들이 읽었던 책들입니다.

- 책상 위에 두시면 제가 꽂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어머님은 그 일을 제게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 아이들의 독서습관이 오래된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느리게 사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 이 시대에 드문 교육관을 실천하시는 군요. 설혹 느리게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불이익한 것이 있을 지라도 아이들은 부모님의 사랑만으로 충분합니다. 부모님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다 옳을 수는 없을 지라도 넘치는 사랑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느리게 사는 법을 가르치시겠다는 것은 각별한 사랑이기도합니다.
"독서도 그 목표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습니다. 학원대신 독서를 택하니 자기주도학습 능력도 훨씬 뛰어나요."

- 그것은 자명한 결과입니다. 조직화의 능력과 독창성은 획일화된 교육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교 후 학생들에게 빈틈없는 학원수강스케줄로 채우는 것보다 홀로 하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독서는 또한 과거를 만나게 해줍니다. 논어를 통하지 않고 어떻게 2,500년 전의 공자를 만날 수 있겠어요. 다만 이즘은 독서가 강조되다 보니 아이들에게 강요된 독서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책만 읽은 아이들은 빛을 보고 자라지 못한 그늘 속의 풀처럼 웃자라기 싶습니다. 빛을 쐬어야 든든하고 건강한 초록의 나무가 되지요. 현장을 여행을 통해 현장을 답사하고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바로 빛을 쐬어주는 일입니다. 어머님은 그것을 실천하고 계시는 군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의 과학영재프로그램에 뽑혀서 참가한 적이 있어요. 상위 5%의 아이들을 뽑는다는…….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고부터는 말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것은 이런 거야'라는 식으로.  저는 첫째아들에게 그 어투를 고치게 하고 그 프로그램참가를 그만두게 했어요. '내 생각은…….'이라는 것을 문두에 붙이도록 했지요.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섣부른 태도로는 무엇을 더 배울 수 있겠어요."

- 자녀의 학습전투력을 강화하는데 전력인 적지 않은 부모님들의 입장과는 다른 방식을 실천하고 계시는군요.
"안타깝게도 요즘은 '학(學)'만 있고 '습(習)'은 없어지고 있잖아요."

-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학습은 '학'과 '습'의 조화로 이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선생을 통한 지식의  주입으로 치우쳐서 스스로 익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울러 인성형성에 치중하고 싶습니다. 학습의 스킬을 익히는데 모든 시간을 뺏기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지금 돌아보아도 저희 친정부모님이 참 훌륭하다 싶어요. 제가 어릴 적에 제가 대부분을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결정권에 제게 맡겼습니다."

- 그런 점에서 부모는 정말 중요한 첫 스승입니다. 아이들을 세 명 둔 것도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혼자는 가정에서 부모만이 카운트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고, 둘은 무난하긴 하지만 협상능력이나 의견조절능력에 고민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세 명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거나 양보와 배려 등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않으면 소외되기 싶지요. 그러므로 사회성의 신장에도 세 명의 자녀가 한 가정에서 이상적이다 싶습니다.
"아, 그런 점이 있군요. 저는 아이들에게 성적의 결과를 가지고 나무라지는 않아요. 공부도 잘했으면 좋긴 하겠지만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 차라리 배려심 깊은 아이들이 되었으면 싶거든요. 등교를 할 때도 친구와 다툼이 생기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양보하라고 말합니다."

- 이상적인 덕목을 실천하고 계시니 선생님은 참 용기 있는 엄마입니다. 자녀에 관해서만은 누구나 욕심 많은 부모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그 욕심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발휘하시는군요. 혹 부모님 두 분 모두 직장에 다니시나요?
"저는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었고 남편은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 엄마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이상으로 자녀들의 성장기에 스킨십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다만 어머님이 가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늘 직장일이나 사업으로 바쁜 아버지의 역할이 간과될 수 있습니다. 단지 가정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존재 정도로…….
"저희 부부는 거반 부부싸움이 없을 만큼 사이가 좋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아버지의 직위가 흔들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도 아이들과는 짧은 시간이나마 자주 대화하고 항상 아이들에게 지긋한 눈길을 주세요."

부부화목은 아들들의 긍정적인 사회관 형성에도 절대적입니다.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믿음이 배인 '그윽한 눈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첫째 김봉준, 둘째 김예빈, 막내 김민준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주도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합니다.  오늘 아침, 용기 있는 엄마, 멋진 가정의 모델을 목도한 기쁨이 적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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