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화랑이 꼽은 속초팔경 영랑호

그림같은 피서지 영랑호... 풍경보니 이사오고 싶어지네

등록 2012.08.02 21:14수정 2012.12.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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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영랑호" 8킬로 둘레길 산책길에 본 영랑호위에 떠오른 일출 풍경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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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팔경 "영랑호"를 찾아서 속초 피서길에 둘러본 영랑호 산책길 이야기 입니다. ⓒ 윤도균


푹푹 찐다, 쪄~ 요즘 같은 불볕더위엔 '집에 있어도 개고생 집 떠나도 개고생'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있자니 우리나라도 자칫 '전력 수급' 비상사태가 우려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맘 편히 에어컨 틀고 있을 강심장이 못 되는 위인인지라 우리 한 집이라도 전기 덜 사용하기 운동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선풍기만 풀 가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원에 다녀온 12살 초등학교 5학년 손자 녀석이 '할아버지 에어컨 좀 틀면 안 되느냐?'라고 사정을 하지만 이렇게 더운 때 너도나도 모두 에어컨을 돌리다 만약 전력 비상사태가 오면 그땐 선풍기도 돌리지 못하고 극심한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모르니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이 녀석 무심코 할아버지에게 던지는 말,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다 피서를 떠났다며 '할아버지 우리도 피서' 가면 안 되냐고 넌지시 운을 뗀다.


그런데 마침 속초 바닷가에 오피스텔이 있는 동생과 조카에게서 전화가 온다. 더위 피해 '며칠간 속초나 다녀옵시다' 하고 말이다. 그래 손자 아이에게 들은 '피서타령'도 걸리던 참이라 그래라 눈 딱 감고 한번 다녀오자 맘먹고 갑자기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준비해 지난 7월 29일 일요일 컴퓨터 학원 자격증 시험 보고 나온 손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속초를 향하여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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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둘레길 풍경입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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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둘레길에서 본 설악산 울산바위 풍경 ⓒ 윤도균


때가 한창 피서철이라 속초까지 가려면 구간 정체 관계로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라 예상을 하고 달려가는데 뜻밖에 도로 사정이 좋아서 부평에서 88올림픽 도로 경유 춘천 고속도로 달려 속초 해변까지 3시간 걸려 도착하니 오후 4시가 지나고 있다. 피서철이나 평소나 준법 운전으로 속초까지 가는 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다. 얼마다 다행한 일인지….

하지만, 차에서 내리니 속초나 인천이나 무덥기는 피장파장인데 다만 조금 덜 끈적거리는 것 같아 그만해도 살 것 같다. 하루 전날 내려온 동생 내외와 서울에서 온 조카 내외와 가족들이 모두 나와 우리 가족을 맞이해 속초 피서지의 첫날은 푸짐한 저녁 식사와 어우러진 막걸리판 뒤풀이가 하하 호호 세집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18층 조카네 오피스텔 뒷창문을 열고 전망을 하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설악산 울산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조망되고 바로 내가 묵는 오피스텔 코앞엔 영랑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태를 뽐낸다. 내려다보는 우리 가족을 보고 빨리 영랑호로 나오라고 추파를 보내 우리 세집 가족 아홉 식구가 영랑호 산책길에 나선다.

신발 신고 걷기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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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영랑호 둘레길 산책길에 본 재두루미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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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에 비친 유스호텔 풍경이 아름답다. ⓒ 윤도균


어둠이 내리기 전 영랑호 둘레길은 때가 때인지라 피서를 나온 많은 사람과 지역 주민들이 때맞춰 선들선들 불어오는 밤바람을 가르며 걷기 운동,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많은 사람 발길로 붐비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속초시가 이곳 영랑호 둘레길을 조성하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8킬로 둘레길 전체 구간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조성길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차마 그 길을 신발을 신고 걷기 미안하다며 어떤 이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을 정도로 (건강의 길, 가족의 길, 등용문 길, 화랑의 길, 연인의 길, 레저의 길, 성찰의 길) 길이 마치 그림처럼 잘 조성되었다.

그뿐 아니다. 저녁 시간인데도 재두루민지 고닌지 황샌지 거짓말 보태지 않고 웬만한 강아지만큼 큰 철새가 영랑호를 위를 끼룩끼룩 소리를 지르며 날고 있고 호반 곳곳에 원앙만큼 다정한 오리 가족이 잔잔한 호수 물살을 가르며 유영하는 모습이 정겹다.

그런가 하면 낙엽송길 구간엔 떨어진 낙엽송잎이 마치 융탄자 위를 걷는 듯 폭신폭신하고 피톤치드 향 또한 은은하게 가슴속 깊이 배어들어 새벽 영랑호를 걷는 또 다른 기쁨을 선물한다. 그 길을 지나면 곧 연꽃 향 그윽한 아주 작은 연못을 에돌아 범바위 동산에 오르면 그곳에 화랑의 정취가 배어나는 영랑정이 자리 잡아 나 같은 시(詩)맹도 시 한 수 술술 떠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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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둘레길 안내도 (건강의 길, 가족의 길, 등용문 길, 화랑의 길, 연인의 길, 레저의 길, 성찰의 길)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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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팔경중의 하나인 "범바위"가 영랑호 둘레길 코스안에 있다. ⓒ 윤도균


범바위에서 영랑호를 굽어보노라면 그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 아닌데 더 신통방통한 일은 그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범바위 바위 덩어릴 보며 이곳에 오른 사람들 하나같이 자연의 오묘하고 신비한 경이로움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렇게 영랑호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보니 영랑호 주위엔 많은 외지 사람의 별장지대와 콘도, 오피스텔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이 영랑호 둘레길 8킬로 구간을 도는데 속보 위주 걷기 운동을 선호하는 사람은 한 시간 10분이면 돈다. 하지만 모처럼 찾은 영랑호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사진을 찍느라 2시간여 걸려 한 바퀴를 돌았는데도 아직도 못다 찍은 풍경에 반해 이튿날은 아침에 한 바퀴 그리고 피서 다녀와 저녁에 한 바퀴 그리고 또 다음날도 이른 새벽에 한 바퀴를 돌 정도로 영랑호 풍경에 반해 '개미 쳇바퀴 돌 듯, 해도 더 돌고 싶다.

그러다 보니 아예 이곳에 보금자리 마련해 이주해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이런 내 표정을 본 동생도 조카도 한결같이 '형, 삼촌'을 부르며 이젠 조금은 편안하게 남은 삶 기쁘고 즐겁게 사시라며 자기들 오피스텔에 좋은 물건이 꽤 있다며 3000만 원 투자해 아래 위층 시골집 오가듯 하며 정겹게 살자고 자꾸만 충동질을 한다. 그런 소리 들으며 이걸 그냥 눈 딱 감고 저질러 버려 하는 생각이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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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둘레길 조성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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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축(安軸1282~1348)년에 쓴 영랑호 예찬비 ⓒ 윤도균


영랑호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금호동·영랑동 일대에 걸쳐 있는 석호)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금호동·영랑동 일대에 걸쳐 있는 석호로써 둘레 8㎞, 넓이 약 36만 평의 자연호수이다. 영랑호라 명명된 것은 신라의 화랑인 '영랑'이 이 호수를 발견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

주변에는 속초 8경의 하나인 영랑호 범바위가 있어 호숫가에 범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앉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영랑호 주변(속초의료원 뒤 남서쪽) 산봉우리에 커다란 바위가 여러 개 모여 있다. 이를 관음암(觀音岩)이라 한다. 전설에 의하면 오랜 옛날 이곳에 수목이 우거지고 인적이 드물 때 어느 도사가 이곳에 수도하는 중에 관음보살이 나타나 득도를 도왔다고 하여 관음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영랑호 변에서는 아득한 옛날에는 화랑과 도사들이 찾아와 수도했고 지금은 이름난 궁사들이 궁도를 연마하는 활터도 있으며, 춘하추동 4계절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아침이면 수많은 속초시민의 산책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철새의 도래지로 유명하다. 특히 백조의 무리인 고니떼가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는 오리 과에 속하는 조류로, 10월 하순에 우리나라에 와서 이듬해 4월 되돌아가는 겨울 철새이다. 고니 외에 청둥오리, 가창오리까지 함께 날아들어 가을부터 봄까지의 월동 기간에는 철새의 군무로 장관을 이루는 영랑호변이다.

옛날부터 영랑호는 낭만이 깃든 호수로 이름나 영랑호를 주제로 한 시도 많다. 영랑호는 유원지개발 사업으로 둘레 8km 넓이 36만 평의 부지에 콘도시설이 일부 건립되었고 9홀의 골프장이 있으며 카누경기장이 있어 심신 수련장소로, 드라이브 코스로, 산책로로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이다. (영랑호 안내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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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송 우거진 영랑호 둘레길 풍경이다. ⓒ 윤도균


#영랑호 #속초시 #범바위 #속초팔경 #영랑호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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