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배경으로 '후리질', 그 재미에 쏙

[신안 비금도] 가족과 함께 한 '후리질' 체험

등록 2012.08.10 11:23수정 2012.08.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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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비금도 명사십리에서~ ⓒ 이슬비


우리들의 여름방학과 어른들의 여름휴가가 절정을 맞았다. 무더위도 기승을 부려 날마다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나의 몸과 마음이 온통 푸른색과 시원한 물소리로 가득 차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더위를 비교적 많이 타는 우리 가족도 며칠 동안 피서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놓고 입씨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이번에는 섬으로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다.


신안에 있는 비금도로 정해지니, 교통편이 걱정이었다. 섬으로 가는 데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철부도선에 차를 싣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피서철에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칫하면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제안했다. 새벽에 일찍 가서 처음 출발하는 배를 타자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지난 5일 새벽 3시에 집을 나섰다. 목포항에서 5시 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어둠 속을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 가족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리나라와 영국과의 축구경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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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후리질'을 하고 있어요. ⓒ 이슬비


목포 북항에는 우리보다 먼저 철부도선을 타려고 도착한 자동차들이 이미 줄지어 있었다. 대략 30대쯤 돼 보였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왔는데,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많았다. 세상에는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1시간가량을 더 기다려, 우리는 첫배에 몸을 실었다. 어둠의 바다를 미끄러져 도착한 곳은 신안 비금도다. 목포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만이었다. 비금도는 목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섬이어서 그런지 피서객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본 명사십리해수욕장... "몽환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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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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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 하트해변이에요! ⓒ 이슬비


아침 햇살을 받으며 비금도 선착장에 내린 우리 가족은 곧바로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침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정말 넓었다. 이른 아침에 본 해수욕장은 나의 기대를 만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개가 약간 끼어 있고, 아침 햇살이 바닷물에 반사돼 반짝거렸다. 몽환적인 느낌이 났다.

아빠는 대뜸 차를 몰아서 해변을 달렸다. 나는 잠깐 걱정을 했지만, 자동차가 해변 위를 잘 달렸다. 모래가 그만큼 단단했다. 해변을 달리는 다른 차들도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우리는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해수욕장을 나와서 우리 가족은 비금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도 돌아보았다. 바닷가가 하트(♡) 모양을 한 하트해변도 봤다. 매우 아름다웠다. 갯벌에서 갯벌생물도 관찰했다. 차를 타고 다리로 연결된 옆의 섬 도초도로 가서 시목해수욕장도 걸었다. 염전도 실컷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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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질을 하기위해 숙소 앞 해변으로 나왔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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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가 후릿그물로 후리질을 하고계세요. ⓒ 이슬비


해질 무렵이 되자 우리 가족은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다시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바다에서 조금 특별한 체험을 하기로 했다. 바로 '후리질' 체험이다. 물이 빠지는 바다에서 그물을 펴들고 고기들을 몰아서 잡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이 했던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우리 가족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후리 그물을 들고 바다로 달려갔다. 해수욕장의 바닷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었다. 썰물 시간이었다. 저편으로 떨어지는 노을이 아름다웠다. 나는 노을을 배경으로 폴짝 뛰는 포즈를 취하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노을 속의 내가 멋지게 보였다. 아니 누구라도 이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다 멋지게 나올 것이다. 어느 정도 물이 빠지자 우리는 후리 그물을 펼쳐 보았다. 그물이 얼추 30m는 돼 보였다. 이렇게 큰 그물을 갖고, 어떻게 고기를 잡는다는 것인지 막연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부풀어 있었다. 빨리 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후리질은 이 그물의 양쪽 끝을 펼쳐 잡고 바다로 어느 정도 들어가서 고기를 몰아 나오는 것이었다. 그물이 바닥에서 뜨지 않게끔 해서 밀고 오는 게 일이었다. 바닥에서 그물이 뜨면 애써 몰아 온 고기들이 다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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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와 동생과 함께 조개를 잡기위해 모래를 파고있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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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노을을 배경으로 후리질을 하고있어요.^^ ⓒ 이슬비


'후리질을 빨리 해보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눈빛을 알아챘을까. 아빠와 이모부가 후리 그물을 펼쳐 들고 바다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물 가운데를 잡고 바다를 향해 같이 들어갔다. 후리질 체험의 총감독은 '낚시광'이신 이모부께서 맡았다.

엄마와 이모의 자세가 어정쩡했다. 그래서 나는 구구절절 설명하며 적극 매달리라고 당부했다. 우리 가족의 후리질 체험은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 가족은 이 후리 그물에 매달려 힘겨루기를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두 번 세 번 하면서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도다리 한 마리와 꽃게 몇 마리, 새우 몇 마리가 걸려들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후리 그물에는 더 큰 고기들이 걸려들었다. 내 손바닥만 한 고기들이 잡혔다. 그물을 끌어오는 중간에 빠져나가는 고기도 줄어들었다.

우리의 후리질은 해가 바닷속으로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됐다. 바닷물은 계속에서 빠져나갔다. 처음 후리질을 시작한 곳에서 100m도 넘게 들어와 있었다. 후리 그물에도 팔뚝만 한 숭어가 걸려들었다. 손바닥만 한 꽃게도 몇 마리 잡혔다. 시장에서 팔아도 될 만한 큰 새우도 여러 마리 잡았다.

주변에서 노을을 감상하고 밤바다를 감상하던 다른 사람들이 몰렸다. 다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부러워했다. 나중에는 그분들도 함께 바다에 들어가서 후리질을 같이 했다. 우리의 후리질은 회를 거듭할수록 큰 고기들이 걸려 나왔다. 반대로 우리의 체력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옆에서 구경하던 이들도 함께 한 '후리질'... 그 재미에 푹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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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잡은 물고기를 지키고 다들 후리질을 하러~!!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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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릿그물에 잡힌 숭어를 보세요! ⓒ 이슬비


후리질을 2시간도 넘게 한 것 같았다. 나와 예슬이는 배고픈 줄도 모르고 후리질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았다. 시간도 많이 흘러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물에 걸려 나온 고기가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의 마음과 달리 더이상 후리질을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밤 9시가 넘어서야 우리 가족은 숙소로 돌아왔다. 그제야 배가 고팠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나의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린 것만 같았다. 후리질로 잡은 물고기로 저녁 식사를 했다. 이모부가 물고기를 다 손질하고, 엄마와 이모들이 밥을 짓고 매운탕을 끓였다.

이모부는 또, 회를 떠서 숯불에 구웠다. 비금도에서 채취한 천일염을 뿌려 간을 맞췄는데, 숯불에 구운 고기맛이 끝내줬다. 내가 잡은 물고기를 직접 먹어보니, 맛도 더 있었다. 비금도 섬에서의 밤은 가족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그렇게 깊어갔다.

나 어렸을 땐 바다를 좋아했는데, 커가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찝찝하고 몸에 달라붙는 모래가 불편해서다. 그렇지만 따가운 햇볕도, 찝찝한 바닷바람도, 몸에 달라붙는 모래도 모두 잊을 수 있게 해준 게 후리질이었다. 이번 여름휴가를 정말 재미있게 해 준 체험이었다. 내 기억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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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질로 잡은 숭어를 동생이 굽고있어요. ⓒ 이슬비

#후리질 #비금도 #비금명사십리해수욕장 #하트해변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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