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통령이다!' 독도에 간 이명박 대통령의 속내

등록 2012.08.11 15:21수정 2012.08.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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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에 오랜만에 비가 내린 8월 10일, 이날 글쓴이는 할머니 병간호를 위해 대구에 있는 어느 병원의 병실에 앉아 있었다. 시간은 밤 9시. 병실의 TV에서 KBS 9시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날 뉴스에선 첫머리부터 대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방송하고 있었다.

아나운서는 한껏 목청을 돋우어가며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이명박의 독도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병실에서 환자 옆에 무료하게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명박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 관련 보도를 보며 분노했다. 그러는 가운데 저쪽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 잘 하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순간, 글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의도'와 '목적'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한일군사협정은 일본에 우리의 군사정보를 '아무 이유 없이' 넘길 수 있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인정하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한마디로 한일군사협정 채결은 아직 과거의 한국 및 아시아 침략 역사를 털 끝 만치도 반성 하지 않은 일본에게 우리의 뱃속을 훤히 다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에 국내에선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협정을 어디까지나 '연기'했을 뿐, 현재도 이를 무효화한 것이 아닌 상황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영일대군'이자 '상왕(대통령 위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이상득 조차 이명박이 "뼛속까지 친일 친미"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독도문제를 비롯한 영토, 역사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추고 있는지도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다는 방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기다려달라"고 발언했다는<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사실로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이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돌연하게, 뜬금없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독도를 방문하는 일종의 보여주기 차원의 '쇼'를 벌였다면 그 진의를 의심해보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진정 영토수호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면 독도 방문은 하필이면 지금이 아닌, 지난 5년 임기 동안에도 얼마든지 단행할 수 있었다. 실제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그 동안 일본 정부에 의해 여러 차례 독도 문제가 야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정권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지금의 시점에서 그동안의 대일정책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그 의도와 동기를 의심해보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이명박의 독도 방문 명분의 하나로 '환경'을 내세웠다. 실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국방부 장관이 아닌 문화부, 환경부 장관이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으로 우리나라 국토와 환경을 철저하게 망쳐놓은 장본인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녹조 현상은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또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이 해소가 됐다며 전혀 진실과는 다른, '국제적인 사기'를 치던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처럼 도무지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실제 동기는 다른 곳에 있었을지라도, 명분으로나마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확인하고자 방문한다고 하면 될 일이지, 굳이 '환경'을 내세운다는 것도 참으로 이상스럽다. 독도가 한국령 임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면 국방부 장관을 대동하고 방문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독도 방문 이벤트 계획 과정에서 국내 여론과 일본 정부 양쪽의 눈치를 보았음을 말해준다.


사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적, 국제적 사안을 국내정치적 목적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 2010년 6.28지방선거 당시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사실이다. 당시 대통령은 두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특히 두 번째 담화문 발표는 전쟁기념관에서 진행됐다. 두 차례의 담화문 발표와 '전쟁기념관' 선택은 그야말로 '정치적 쇼'였다. 북풍이라는 정치몰이를 활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시도는 선거 결과 오히려 '역작용'만을 불러왔음이 증명됐다.

그러면 이번 독도 방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효과를 거뒀는가? 근래 들어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언론보도와 여론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은 소외를 당하는 처지였다. 최근 정치권의 중심은 '대선주자'였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박근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게다가 이대통령은 본인과 아들, 형, 측근의 각종 부정부패가 연이어지고 한일군사협정 추진, 인천공항 매각 시도, KTX 민영화 시도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면치 못하며 레임덕의 수렁에 빠져 들었다.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쇼'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독도방문이 일본 언론, 그리고 국내 언론-특히 방송 3사가 어용 언론 내지 대통령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상황에서-에 대대적으로 보도됨으로써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다른 사안 보다 독도 방문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실제 한국방송을 비롯한 어용 언론에서는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독도 방문은 대통령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어떤 행보보다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한일군사정보협정 추진으로 인해 자신에게 덮여진 '친일'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동시에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글쓴이가 있던 병실의 어느 분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이 대통령 참 잘하네"라는 한마디 말이 MB가 독도 방문을 통해 가장 바라던 바가 아니었을까.
#이명박 독도방문 #존재감 과시 #이벤트 #청와대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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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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