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재임명에 노조-시민단체 거센 반발

새누리당도 "아쉽다"... 현 위원장, 취임식 없이 연임 시작

등록 2012.08.13 18:55수정 2012.08.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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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집으로!" 지난 7월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병철 연임 반대와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직원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현 위원장은 공식 취임식 없이 취임사만으로 연임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현 위원장의 연임을 재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인권위 노조)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권력 눈치 살피는 6개월짜리 위원장 필요 없다"

인권위 노조는 성명서에서 "독도 방문 이벤트 뒤에 이어진 현 위원장 연임 소식은 인권위를 절망 소식으로 몰아넣었다"며 "인권위 직원들은 앞으로도 현 위원장에게 기대할 것이 전혀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 노조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현 위원장 재임 이후 인권 수준이 후퇴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6개월짜리 위원장과는 어떤 협력도 필요치 않다, 현 위원장이 진심으로 인권위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의 현 위원장 연임 강행을 비난했다.

현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현병철연임반대전국긴급행동(긴급행동)'은 이날 성명서에서 "국민 83%가 현 위원장 연임을 반대했고, 국제사회의 우려 여론도 그 어느 때보다 드높았다"며 "이명박 정권은 반인권·불통정권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긴급행동은 "청와대의 현병철 연임 재가는 '인권위 죽이기 선언'이다"라며 "당선자시절부터 인권위를 뒤흔들더니 결국 정권 말기까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의 반인권적 치부와 부도덕함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 말만 잘 듣는 애완견을 앉히려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긴급행동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즉각 재가철회를 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현병철 반대 입장을 뒤집고 청와대와 함께 가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국민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현 위원장 재임명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오기 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 반인권적 전쟁 선포에 다름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 위원장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우원식 원내대변인 역시 "임기 끝까지 바뀌지 않은 (이 대통령)의 모습이 실로 절망스럽다, 이 대통령은 즉각 임명 재가를 철회하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고심한 것은 이해하지만 아쉽다, 그동안 당은 현 위원장 연임과 관련해 청와대가 정치권과 시중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줄 것을 원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홍 대변인은 "현 위원장이 인권 수호에 더욱 매진해 비판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취임식 없이 업무 시작한 현 위원장, 이번 주 안에 휴가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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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연임을 재가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 남소연


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제6대 위원장 취임사를 공개했다. 인권위 측은 "별도로 취임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과 우려도 있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하여는 안타깝고 아쉬운 점도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또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직을 다시 수행하는 이유는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더 확고히 하고, 인권을 사회에 탄탄히 뿌리내리는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위원장은 "국가인권기구가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생명"이라며 "위원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오직 인권 보호와 향상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연임 포부를 말했다.

임명장 수여식과 위원장 취임식 없이 제6대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현 위원장은 15일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뒤 이번 주 내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현병철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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