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분당선, 참 기대됩니다

올 하반기 왕십리·방죽까지 연장 예정... 수도권 남부 광역철도망 구축

등록 2012.08.15 16:51수정 2012.08.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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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최신 전동차 ⓒ 한우진


분당선 전철은 성남시 분당구의 분당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으로 1994년 9월 개통됐다. 개통 당시 운행구간은 수서-오리로 용인시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서울시에도 시계(市界)에 가까운 수서역까지만 운행됐다. 이 때문에 분당선을 타고 서울로 들어가려면 수서역에서 서울지하철 3호선을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원래 분당선은 북쪽으로 한강을 건너 왕십리역까지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사업비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이 여러 차례 지연됐다. 2003년 9월, 분당선은 기존 수서역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까지 연장됨으로서 분당선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호선은 서울의 주요 부도심을 순환 연결하는 핵심적인 노선이기 때문에 광역전철이 2호선까지 연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공항철도도 지난 2010년 2호선 홍대입구역까지 연결된 후 승객이 급증했다. 현재 경의선 전철(문산-디지털미디어시티)의 이용승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2호선에 닿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10월에 개통될 왕십리-선릉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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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분당선 전철 노선도(노란색 선릉-기흥 구간) ⓒ 코레일


이렇듯 분당선이 2호선 선릉역까지 연장된 후 분당선의 승객은 급증했고, 덩달아 선릉역의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다. 한편, 난개발로 일컬어지는 용인지역 택지지구 개발이 가속화되자 분당 아래 용인 지역에서 강남으로 가는 수요가 증가했으며, 분당선에는 2004년 11월 보정 임시역, 2007년 12월 죽전역 등 용인시 역 들이 차례로 개통됐다.

이들 역들은 용인 서북부 가장 자리에 위치하여 효과가 떨어졌지만, 드디어 지난해 12월 28일에 죽전-기흥 구간의 4개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분당선은 본격적으로 용인시 지역도 지나가는 노선으로 변모했다.

이렇듯 당초 수서-오리 구간의 짧은 노선이던 분당선은 북으로 남으로 조금씩 연장되면서 광역철도로서의 영향력을 높여 왔는데, 올해 하반기 분당선은 또 한 번 대규모로 연장돼 수도권 남부 광역철도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우선 북쪽으로 연장되는 구간은 올해 10월께 개통이 예정된 왕십리-선릉이다. 분당선이 원래 왕십리까지 연장될 계획이었기 때문에 개통 후 18년 만에 원래 계획을 달성하는 셈이다. 왕십리는 부도심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앞에서 중요성을 강조한 2호선 역이고, 5호선과 중앙선도 지나가므로 분당선까지 들어오면 4중 환승역이 된다. 수도권에 이러한 4개 노선 환승역은 왕십리 외에 서울역이나 공덕(경의선 예정) 정도 밖에 없다. 분당선이 이 같은 교통의 요지로 연장되는 만큼 큰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분당선 전철은 강남구의 선릉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선릉역에서 멈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대로 북쪽으로 연장된다. 수백 미터의 블록으로 구성된 강남구 가로망의 구조상 교차로마다 역이 생기게 되는데 특히 분당선이 남북으로 연결되면서 동서로 지나가는 서울지하철과 교차로에서 환승역을 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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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북부연장(왕십리-선릉) 노선도 ⓒ 서울도시철도공사, 한우진


분당선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현행 선릉역의 한 블록 위에 있는 9호선(예정) 환승역은 '신선릉(新宣陵)'역이 될 예정이라고 하며, 그 다음 위쪽 블록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7호선 강남구청역과 환승역이 된다. 그 다음 학동사거리는 역 없이 통과하며 그 위쪽의 백화점이 위치한 사거리에 역이 생긴다.

한편 이 역의 북쪽으로 가면 한강이 나오게 되는데, 분당선 전철은 한강을 철교가 아닌 하저터널로 건널 예정이다. 이렇게 철교가 아닌 지하로 한강을 건너는 것은 지하철 5호선의 두 군데(여의나루-마포, 광나루-천호) 이후 서울에서는 세 번째가 된다. 한강을 건너고 나면 곧바로 왼쪽에 서울숲이 나타나며 이곳에 '서울숲'역이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랑천을 지하로 통과하고 나면 지상으로 올라와서 현재의 지상 왕십리역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운행 중인 중앙선 플랫폼의 동쪽에 분당선 플랫폼이 신설된다.

분당선 북부 연장의 효과는 무엇일까. 일단 서울의 동쪽에 새로운 남북축 전철 노선이 생긴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서울 동북부는 인구가 매우 많은 곳이다. 2호선 강남 구간에 이어 서울지하철에서 혼잡도가 두 번째로 높은 곳이 4호선 강북구간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서울 동북부에서 강남의 상업지구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4호선이나 6호선, 1호선·중앙선(회기 환승)을 타고 왕십리 근방까지는 올 수 있었지만, 여기서 강남으로 바로 가는 전철이 없었다. 때문에 서울 동북부의 많은 승객들은 2호선을 타고 강변과 잠실까지 크게 우회해서 강남으로 진입했다. 매우 큰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분당선이 선릉에서 왕십리로 연장되면 이들 승객이 잠실로 우회하지 않고도 강남으로 바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커다란 통행 시간 단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하철 요금은 최단거리로 계산되므로 실질적인 운임 인하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또 다른 기대효과는 강남구내 지하철 망을 보다 촘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통근 교통 측면에서 강남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남구를 지나가는 지하철 건설에 집중했다. 그래서 추후 9호선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까지 개통되면 강남구는 몇 블록 간격으로 7호선, 9호선, 2호선, 3호선이 동서로 나란히 지나가는 유례없는 지하철 고밀도 지역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동서선이 많은데 비해서 정작 남북선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운행 중인 신분당선이나 분당선 모두 테헤란로 이북으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기존 동서선 지하철들은 평행선만 만들뿐 그물 구조의 짜임새 있는 지하철망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분당선 전철이 북쪽으로 연장되면 이 같은 동서선들을 분당선이 차례로 남북으로 연결해주면서 편리한 지하철망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먼 곳에서 강남으로 일하러 오는 직장인들이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분당선 북쪽 연장선은 강남구의 여러 도로 중에서 유달리 좁기로 악명 높은 선릉로의 정체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분당선 기흥-방죽 구간 열려... 영통 삶의 질 나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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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남쪽연장(기흥-망포) 노선도 ⓒ 서울도시철도공사, 한우진


한편, 분당선의 북쪽에 이어 남쪽으로 연장되는 구간은 오는 11~12월께 개통될 예정인 기흥-방죽 구간이다. 작년에 개통된 죽전-기흥 구간이 분당선을 용인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해줘다면, 이번에 개통되는 기흥-방죽 구간은 분당선이 용인을 지나 수원시까지 들어가게 해준다. 신설되는 역은 4개역으로서 기흥 다음에 상갈-청명-영통-방죽(망포)이다.

현재 분당선의 남쪽 끝 역은 기흥역인데, 이 역의 서쪽에는 신갈오거리와 수원 나들목이 있으며, 이곳은 수원과 용인의 경계지점으로서 교통의 요지다. 당연히 많은 교통량이 몰리고 있다. 따라서 분당선이 남쪽으로 연장되면 이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서 교통량 흡수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청명-영통-방죽(망포)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영통신시가지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면서 이곳에 본격적인 전철 시대를 열어주게 된다.

영통은 수원 동쪽의 시가지로서 도시계획이 잘 돼 있고, 개발이 깨끗하게 이뤄져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높았지만 유독 전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분당선 전철이 남쪽으로 연장되면 드디어 영통과 강남을 연결하는 전철이 생기면서 이 지역의 교통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영통에서 서울 강남인 선릉까지 매우 먼데도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운행만 한다는 점이다. 영통에서 강남을 가는 광역버스들이 수원 나들목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무정차로 서울까지 달리며 버스전용차로까지 이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분당선 전철이 정말로 속도 경쟁력이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물론 이것은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을 타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분당선에도 급행열차의 운행이 심도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현재 오리역, 죽전역, 기흥역에 설치된 부본선(대피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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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오리역은 부본선(대피선)이 설치되어 2폼 4선 구조의 승강장으로 되어 있다 ⓒ 한우진


분당선의 연장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2013년에는 방죽(망포)에서 수원역까지 연장도 계획돼 있다. 왕십리에서 방죽(망포)까지는 남북선의 역할을 했지만 수원역으로 방향을 틀면서 동서선의 역할을 하게 되며, 수원 시내의 도시철도 역할도 본격적으로 할 것이다.

또한 분당선 기흥역에서 추후 개통예정인 용인경전철과 환승하고, 2015년 이후 개통예정인 한대앞-수원간 수인선 전철과 분당선이 현 1호선 수원역 지하에서 직결 운행하면, 인천-안산-수원-기흥-용인으로 이어지는 동서선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만성적인 혼잡을 겪고 있는 영동고속도로와 같은 교통축이 구현되면서 도로교통의 정체 완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올 하반기 개통되는 분당선 전철의 남북연장은 그동안 남쪽과 북쪽 모두 불완전하게 끝나있던 노선이 최초로 제대로 된 남북선 전철다운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당선의 운영을 맡게 될 코레일에서는 안전하고 정시성 있는 운행은 기본이고, 분당선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노력도 계속 해주길 바란다.

20세기와 달리 21세기의 승객들은 전철만 개통시켰다고 해서 무조건 알아서 전철을 타러 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전철이 있어도 전철이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자가용이나 버스를 선택할 것이다. 또한 낮은 운임으로만 경쟁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어떻게 하면 다른 교통수단보다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속도를 1km/h라도 더 높이고, 혼잡도를 1%라도 더 낮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교통수단의 기본적인 목표에 먼저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공사 기간 중 주민들의 인내가 뒷받침된 분당선 왕십리 연장과 방죽(망포) 연장이 올 하반기 잘 개통돼 수도권 남부의 중요 광역교통망으로 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분당선 #코레일 #전철 #왕십리 #영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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