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도서관 개관 연기... "서울시 지원금 달라"

서울시, '공공도서관' 전제로 부지 무상임대... 사업회 "보조금 없이는 안 돼"

등록 2012.08.17 13:54수정 2012.08.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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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내부 ⓒ 권우성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이하 기념·도서관)이 자리한 부지는 원래 서울시 소유였다. 서울시는 박정희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와 합의해 5290㎡(1603평)의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줬다. 단 조건이 있었다. '공공도서관'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올 여름으로 예정됐던 도서관 개관 일정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기념사업회 측은 지원금 없이는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도서관' 운영 약속한 박정희 기념사업회 "보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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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 2층 도서관 내부 ⓒ 이주영


기념·도서관은 국고보조금 208억 원과 기념사업회 측이 모은 기금으로 설립됐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와의 화해' 차원에서 건립 지원을 약속하며 추진됐다.

1·2층은 기념관, 2·3층은 도서관으로 구성된 기념·도서관은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전시한 기념관만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원래 도서관도 지난 6월에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개관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서울시는 당초 '공공도서관' 설립을 전제로 기념사업회 측에 상암동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시설이 완공되면 기부채납(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친 뒤, 기념·도서관 소유권은 서울시로 이전하고 운영은 기념사업회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측은 운영 보조금 지원 없이는 공공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서울시가 보조금 지원을 안할 경우, 기념사업회 측이 공공도서관 운영 약속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10일 기념·도서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려면 상당량의 장서를 갖춰야 하고 사서직 직원도 10여 명은 있어야 한다"며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기념사업회 재정으로는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돈 한 푼 안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념사업회로 들어오는 기금은 박정희 대통령 관련 사업용"이라며 "우리 기금을 공공도서관 운영에 쓸 경우 '목적 외 사용'이 된다, 기념사업회 재정으로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전문도서관만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현재 박 전 대통령 관련 자료 위주로 장서를 모으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려면 서울시 측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공도서관 운영 거부, 합의서 파기하는 것"

서울시 측은 보조금 지원 요구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념사업회 측이 공공도서관을 열지 않을 경우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기념사업회 측에서 운영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는 이야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보조금 지원 등의 운영과 관련된 점은 기부채납 절차가 끝난 뒤에 논의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념·도서관 내 공공도서관 운영과 관련해 "기념사업회 측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하면 합의서를 파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계자는 "기념사업회 측이 합의를 어길 경우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시 자산관리과 관계자는 "재산 심의, 시의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면 보통 2~3개월 걸린다"면서도 "시의회에 기부채납 안건을 상정하기 전 의견 조정 과정이 길어질 경우 기부채납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기념·도서관 설립에 국고보조금이 지원됐으므로 공공성을 띤 도서관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마포·은평·서대문구 시민단체 회원들은 기념관이 개관된 지난 2월부터 "국고 208억 원을 투입하고 서울시 토지를 무상 임대해 건립한 만큼 마땅히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기념·도서관 이름을 '시립도서관'으로 바꿀 것을 촉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도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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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개관식을 앞두고,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회원들이 건물 입구에서 '박정희 기념관 폐관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박정희기념도서관 #박정희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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