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배은망덕' 탈북자들?... 다 이유가 있다

[탈북자 정착지원의 문제점 ②] '애국 강요'와 '차별'에 탈북자들 등돌려

등록 2012.08.23 09:24수정 2012.08.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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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KBS2 추적60분에서는 탈북자들의 탈남 러시와 불법사기대출 피해를 다룬 '탈남의 유혹, 외국 가실래요?'가 방영됐다. ⓒ KBS 화면 갈무리


지난 8월 15일 KBS2 <추적60분>에서는 "탈남의 유혹, 외국 가실래요?"가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탈북자들 사이에서 해외이주를 미끼로 불법사기대출이 성행하는 현상과 그 피해상황 그리고 탈북자들의 탈남 현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는 근본 원인 조명과 구체적인 분석이 미약했고, 몇몇 탈북자들이 저지른 범법행위를 마치 해외로 이주한 모든 탈북자들이 저지른 것처럼 묘사해 문제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탈북자들이 남한 정착을 포기하고 탈남하는 이유와 그 해법은 무엇인지 한번 논해보려고 한다.

국민세금·국민혈세, 이젠 제발 좀 그만하세요

<추적60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탈북자들의 '탈남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영국 정부기관 'HOME OFFICE'(한국으로 말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 추산 영국 거주 북한 난민만 대략 850여 명이다. 북한에서 바로 영국으로 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한국에서 영국으로 온 북한주민으로 추산할 수 있다. 캐나다에도 북한 주민이 1200여 명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도 서술하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수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라 국제난민조약에 가입된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뿐이며 탈북자들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난민으로서 한국정부가 제공하는 정착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국정원과 하나원이 "당신들이 지금 받고 있는 혜택(탈북자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은 국민들이 내준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신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흙 한 삽, 벽돌 한 장도 보탬을 주지 않은 당신들을 수용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은혜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며 대한민국을 위해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라는 훈계부터 한다.


이렇게 탈북자들은 한국에 들어와서부터 자기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은혜"에 감사해 하면서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며 남한 사회에 충성할 것을 강요당한다.

국정원과 하나원에서 "대한민국의 은혜"와 "국민세금"에 대해 귀에 못이 박이도록 교육을 받고 사회에 배출되어 나와도 "대한민국의 은혜"나 "국민세금" 주문은 탈북자들을 늘 따라 다닌다.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지원기관들조차 탈북자들에게 "국민세금, 국민혈세"를 입에 달고 다닌다. 탈북자들은 "국민혈세" 를 들먹일 때마다 미안해서 할 말도 제대로 못 한다. 

우리의 이런 실정에 비하면 영국은 어떤가? 한국보다 세금이 보통 두 배 이상이나 되지만 국민세금이니 혈세니 이런 말들은 의회나 언론에서나 이야기 되지 실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일반국민들은 이런 말을 잘 안 쓴다.

2005년에 한국에 입국하였다 2008년에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 김정희(가명)씨는 " 한국에서 3년 동안 살면서 그 지겨운 국민세금 소리를 아마 수 천 번도 넘게 들었다. 하지만 지금 영국에서 5년째 살아오지만 내 앞에서 국민세금 들먹이며 영국정부와 영국국민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단 1명도 못 봤다. 그러나 영국정부의 난민지원은 한국의 탈북자 지원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더 많고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국에는 전국 각지에 Refugee Council, Refugee Action 을 비롯하여 난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인구가 5만 명이 넘는다. 이들에게도 정부는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다 월급을 준다. 난민자들은 학교, 병원, 주택수당, 취업수당을 비롯하여 모든 사회복지혜택을 영국 국민과 꼭 같이 받을 수 있으며 영어가 안 되는 난민자에게는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통역까지 다 무료로 해준다. 물론 영국에도 극우 보수정당인 국민당 같은 세력이 난민자를 받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고 사회적으로 영향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특히 내가 그런 사람들과 직접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이 남한사회 정착을 포기하고 탈남하는 이유

탈북자들이 남한사회 정착을 포기하고 해외로 탈남하는 이유는 크게 남한사회의 문제점과 탈북자들 인식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먼저 탈북자들의 인식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탈북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과 처지가 조금 다르며 한국 국민들만큼 대한민국을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평생을 사는 한국민들만큼 대한민국에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강요나 억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은 주동적인 면보다는 피동적인 면이 더 많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잡혀가든가 생명이 보장되는 한국으로 가든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한국에 입국하여 남한 국민이 된 탈북자는 겉만 남한 국민이고 속은 북한 주민이다. 탈북자들이 주민등록증을 가졌다고 하루 아침에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치열한 자본주의 무한 경쟁사회인 남한사회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만 살아왔던 탈북자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아닐 수 없으며 거기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은 그들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희망을 가지고 찾아왔던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점차 소외되고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서 탈북자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국 사회의 주류계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오죽했으면 목숨 걸고 찾아온 땅에 와서 자살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기겠는가?

거기에 한국보다는 훨씬 복지정책이 잘 되어있고 이민자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정보는 한국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는 탈북자들에게는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탈남자들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인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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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앞 시위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앞에서 북한인권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승철



KBS2 추적60분에서도 방송되었지만 탈북자들이 해외로 나가 난민신청을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당국가에 가서 한국에서 온 사실을 숨기고 북한에서 온 것처럼 하고 난민신청을 한다. 이런 것을 가리켜 일명 '위장 난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탈북자들이 이렇게 허위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 거주하는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한국을 경유하고 온 사실을 밝히고 정상적으로 난민 신청을 해 난민 허가를 받는다. 한국에서 온 것을 당당히 밝히고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한국사회에서 탈북자라는 이유로 인권 침해를 비롯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남한을 경유하고 온 것을 밝히지 않고 북한에서 온 것처럼 하고 난민신청을 하는 이유는 정상적으로 난민신청을 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쉽고 난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남자들을 바라보는 정부나 국민은 그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난민신청을 했건, 위장난민 신청을 했건 모두 비난한다. 위장난민을 신청했다면 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난민신청을 했다면 한국의 위상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한다. 결국 탈남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절차나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이탈하여 난민신청을 한 그 행위 자체가 불만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좋은 환경을 추구하며 그럴 권리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든 자기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주는 곳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이 한국사회가 자신들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건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남한사회가 탈북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계속 참고 인내하기만을 요구한다면 탈북자들의 탈남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과 함께 문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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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새터민 쉼터는 정부당국(경찰청)의 요구로 탈북자들의 해외이주와 관련된 글은 원천차단하고 있다. '캐나다외 3국'이란 제목의 공지글은 해외이주 관련 글을 올리지 말라는 내용이다.



탈북자들의 탈남 현상이 국가적인 손실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탈북자들의 탈남을 강제로 제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우리사회는 탈북자들이 탈남하는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우리사회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가진 사람이나 있는 사람들만 사람 취급 받고 없는 사람들은 무시된다. 그래서 서로 타인에게 무시 받지 않으려고 있는 티를 내려 하고 여기에 따라 갈수 없는 탈북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자멸감을 느끼게 된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국민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집 한 채씩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강남에 땅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남한 국민들과 똑같이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고 싶다는 것, 이거 하나뿐이다. 탈북자들의 요구가 그렇게 들어주지 못할 만큼 큰 것인가?

탈북자들에게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탈북자들도 공짜만을 바라거나 자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무엇이나 쉽게 이루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먼저 짚어봐야 하는 이유는 남한사회에서 탈북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남한사회나 남한국민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다수자들로부터 자신들의 요구나 이익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면 직접 부딪히는 방법이 아니라 그들을 피해 달아나는 선택을 함으로써 다수자들에게 저항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출한 것도 바로 그런 유형에 속한다.

따라서 탈북자들이 탈남하는 현상은 남한사회와 남한국민들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항거이고 저항이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탈남현상을 고찰함에 있어서 그 책임을 전부 약자인 떠나버린 탈북자들의 잘못으로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탈북자는 본질적으로 북한주민이다. 지금 탈북자들은 비록 소수이기 때문에 남한사회의 차별이나 편견을 참고 견디든가 외국으로 달아나든가 하는 방법으로 저항하지만 통일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때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된다.

만일 그때 가서도 남한국민들이 지금 탈북자들을 대하듯이 북한주민들을 대한다면 그들은 집단적으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탈북자들의 탈남 현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정착과정은 통일 후 남북통합의 시험과정이다. 우리 사회는 탈북자들과 함께 탈북자들의 탈남 현상을 고민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제부터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 만일 이런 노력이 없다면 한국사회와 향후 통일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통일경제신문 http://komt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기가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서는 중복기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본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통일경제신문 http://komt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자기가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서는 중복기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탈남 #탈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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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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