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인중개사 의도된 '공제사고'도... 협회가 배상"

"거래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손해 물어내야"

등록 2012.08.22 16:20수정 2012.08.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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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를 대신해 임대계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를 친 경우, 설령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협회와 공제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를 갖고 있었더라도, 협회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C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빌라)에 관해 건물주로부터 건물관리, 월세임대차 계약 체결 및 월세 수령 등의 업무 일체를 위임받아 처리해왔다.

전세계약 체결에 아무런 권한이 없던 C씨는 이 빌라 3층에서 임대보증금 500만 원, 월세 38만 원에 임차해 거주하던 세입자를 내보내고, 2007년 8월 A·B씨와 전세보증금 5000만 원에 전세계약(전세기간 2년)을 체결했다.

그런데 C씨는 건물주에게 A·B씨와 체결한 전세계약을 숨기고 이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받아오던 월세 38만 원을 건물주에게 지급했다.

C씨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것을 이용해 임대인들에게는 허위의 월세계약서를, 임차인들에게는 허위의 전세계약서를 교부하는 방법으로 차액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01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128차례에 걸쳐 이 사건 건물주 등 임대인들 명의의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임차인들에게서 전세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돼 2009년 2월 징역 7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앞서 공인중개사 C씨는 2007년 5월 공제기간을 2008년 5월까지로 하고 보상한도인 공제가입금액을 1억 원으로 하는 내용의 공제계약을 공인중개사협회와 체결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건물주에게서 받은 23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보증금 4770만 원을 지급하라"며 공제계약에 따른 배상 책임이 있는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김도현 판사는 2010년 4월 A씨와 B씨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477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중개업자인 C씨가 원고들에게 전세계약을 중개하고 전세보증금 5000만 원을 받고도 이를 임대인에게 주지 않고 편취함으로써 원고들은 5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고, 이런 C씨의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피고는 공제계약에 따라 원고들이 보증금 5000만 원에서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은 230만 원을 빼고 구하는 477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항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수천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협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전세 사기를 당한 A씨와 B씨가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7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개업자가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를 가지고 협회와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실제로 고의로 공제사고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공제계약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제계약의 경우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의 공제 가입을 확인한 후 중개업자의 중개행위에 따라 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혹은 중개업자에게 중개를 의뢰하면서 금원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제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됐다면 그와 같은 거래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는 '공제계약에 관하여 공제가입자 또는 그 대리인의 사기가 있었을 때에는 무효로 한다'는 공제약관에 의해 피고가 공제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중개업자인 공제가입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가 공제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상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공제계약을 체결한 이상, 설령 중개사 C씨가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가 갖고 있었더라도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도 부주의에 따른 책임이 있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공인중개사 #공제계약 #전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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