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5년 만에 퇴장... 헌재 전원일치 위헌

헌재 "실효성 없고 표현의 자유 침해"... 시민단체-인터넷업계 '환영'

등록 2012.08.23 15:31수정 2012.08.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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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3일 오후 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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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3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심판 결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인터넷 실명제'가 결국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미네르바법' 위헌, 'SNS 선거' 허용에 이어 헌재가 또다시 '표현의 자유'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23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 "과잉금지원칙 위배... 표현의 자유 침해"

이강국 소장은 "본인확인제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 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터넷 게시판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0년 1월과 4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인터넷 언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평등권 등에 위배된다며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불법정보 게시 억제'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차별" 문제 등으로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봤다.

오히려 "본인확인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며 청구인들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방통위도 '재검토'... 인터넷 실명제 폐기 수순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5 제 1항 제 2호와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에 따라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글이나 댓글을 올릴 때 반드시 '실명 인증'하도록 해왔다. 2012년 8월 현재 실명 인증이 의무화된 사이트는 주요 포털과 언론사 등 140여 곳에 이른다.

'본인확인제'는 지난 2007년 인터넷상 익명 명예훼손과 악성 댓글을 막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지난 2009년엔 유튜브가 인터넷실명제 적용을 피하려 한국 계정을 통한 동영상 게시를 차단하면서 국내 기업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옥션, SK컴즈, KT 등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잇따르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방통위 역시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상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주민번호 사용은 전면 금지됐지만 본인확인제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도 본인 확인시 주민번호 대체수단 확보에 골몰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터넷업계 '환영'... "늦었지만 다행"

<미디어오늘>의 헌법소원을 지원했던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날 결정에 대해 "구구절절 옳은 말이며 인터넷 본인확인제가 처음 입안되던 당시서부터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오늘의 이와 같은 위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그 사이 전국민의 주민번호가 전세계 인터넷에 이미 유출되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게임 실명제, 공직선거법 등 다른 법률에 남아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포털업계 한 관계자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제자리로 돌아와 다행"이라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는 물론 국내 사업자 역차별과 인터넷 생태계 왜곡을 가져왔던 대표적 규제에 위헌 결정이 남으로써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와 생태계가 진일보하게됐다"고 환영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면서 "이번 결정이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현행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0년 12월 이른바 '미네르바법(허위통신죄)' 위헌 결정, 지난해 12월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공직선거법)' 한정위헌 결정 등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향적 결정을 잇따라 내놨지만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심의에 대해선 5대 3 합헌 결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도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야당 추천 1명이 공석인 데다 김종대·민형기(대법원장 추천)·이동흡(새누리당 추천)·목영준(여야합의 추천) 등 재판관 4명은 다음 달 1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시민단체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퇴임을 앞둔 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위헌'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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