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위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침해

헌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

등록 2012.08.23 18:54수정 2012.08.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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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용자 수가 하루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의 인터넷게시판 등에 글을 쓸 때 인적사항을 등록해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본인확인 제도다.

S씨 등은 언론사 사이트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려 했지만, 본인확인제(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조항에 따라 게시판 운영자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조치해 댓글을 쓸 수 없게 되자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한 인터넷 언론사인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신을 2010년도 본인확인조치의무 대상자로 공시해 2010년 4월 1일부터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본인확인조치의무 부과의 근거법령 조항들이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먼저 "본인확인제는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위헌 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헌재는 "인터넷게시판 운영자에게 게시판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인터넷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본인확인제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해,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하여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인확인제는 이로 인해 게시판 이용자 및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본인확인제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해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본인확인제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해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따라서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청구인 S씨 등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청구인 <미디어오늘>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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