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실명제도 사실상 위헌"... 대선도 영향권

[현장]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확산... 선관위 "법 적용 어려워"

등록 2012.08.30 20:43수정 2012.08.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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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역시 사실상 위헌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관위도 국회에 선거법상 실명제 폐지 의견을 낸 상태여서 올 대선 전 개정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법상 실명제 존속 이유 없어져... 사실상 위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를 통해 이번 위헌 소송을 이끈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공직선거법 실명제도 합헌으로 보기 어렵다며 폐지를 거듭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 24일 하루 방문자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글을 올릴 때, 실명을 확인하도록 한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악성 댓글 차단에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2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확인제에 대한 헌법소원에는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박경신 교수는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는 이번 헌재 결정과 지난 12월 공직선거법 인터넷선거운동 금지 위헌 결정으로 더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전에는 모든 후보 지지 반대 글이 불법이 될 우려가 있어 본인 확인은 상대적으로 정당화됐지만, 이제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글들만 불법이 되므로 소수의 글을 잡으려고 유권자 다수에게 족쇄를 씌우는 것은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선거법 실명제의 가장 큰 문제는 어느 글이 선거에 관한 글이 될지 포털이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결국 모든 게시자들에 대해 본인 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선거법 하나만을 위해 인터넷 익명성을 없애버린다면 어느 법원의 형량을 통해서도 합헌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 "선거법 개정 되지 않아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현재 공직선거법 제82조 6에는 선거운동기간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에 후보 지지 반대 글을 게시할 때는 실명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2550개에 이르는 인터넷언론사가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4%에 이르는 1100개 정도는 실명 확인 비용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게시판을 폐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 역시 지난 24일 "헌재 위헌 결정 취지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장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영수 중앙선관위 법제과장은 이날 "법 개정이 안 되면 실명 확인 관련 기술적 조치를 안 한 언론사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법대로 하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실명확인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익명, 비방성 글들은 보편적인 방법을 적용하거나 사전에 선거법 위반 게시물을 빨리 삭제해 확산을 차단하도록 인터넷언론사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공직선거법 외에 청소년보호법(게임셧다운제)과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된 게임 실명제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게임 이용자는 모두 자기 신원을 밝혀야 하고 이번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로 국내외 게임업체 간에 형평성 문제가 똑같이 발생한다"면서 폐지를 촉구했다.

아울러 방통위가 지난 18일부터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 이용을 금지하면서 본인확인기관이라는 이유로 KT 등 이통사를 예외로 인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본인확인제도가 위헌인 이상 주민번호 사용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폐지 운동에 소극적이었던 포털과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유영주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포털과 기업형 인터넷언론사 역시 실명제가 가져다주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유혹을 뿌리칠 이유가 없다"면서 "인터넷언론이 감시 통제를 거부하는 시민사회 여론을 활성화시키는 등 여론 다양성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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