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의 4대강 직무유기 의혹, 국정조사로 풀라

[데스크 칼럼] 대기업의 '먹잇감'이 된 4대강 사업 혈세 22조원

등록 2012.09.10 11:29수정 2012.09.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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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대의 콘크리트를 강물 속에다 들이붓고도 모자라, 지난 6월 30일 준공 전날까지도 강물 속에 돌자루를 퍼붓고 있는 함안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사업은 낙동강을 배고픈 강으로 만들었습니다. 끝없이 시멘트와 돌과 모래를 집어 삼키네요. ⓒ 황인철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4대강 사업 이전에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새만금 사업으로 예산은 4조 원이 조금 넘었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고 했던 새만금이 4대강의 4분의 1도 안 되니 그 예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단군 이래 최대의 먹잇감'에 대형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세금낭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일찌감치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은 3년 전인 2009년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턴키 입찰 방식은 담합과 부패의 온상이다"면서 "특히 4대강 살리기 턴키 발주는 경제 살리기는커녕 국민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턴키 입찰 방식으로 인해 7조 원의 '눈먼 돈' 가운데 대부분이 대형 건설업체의 배를 불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뒤이어 국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그해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달청과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4대강살리기 15개 공구의 입찰결과를 공개하며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밀어주기 방식으로 서로 담합해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이석현 의원이 3년 전에 제기한 담합 의혹

이에 당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상당한 (담합) 의심 여지가 있다"면서 "면밀히 검토해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지난 6월에 공정위가 발표한 대형건설사들의 4대강 입찰 담합사건 조사결과는 이처럼 시민단체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등을 떠밀린 결과였다. 등 떠밀린 조사인지라 속도가 느려 터질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3년이 다 되도록 처리되지 않자 '공정위가 건설사를 봐주기 한 것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건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18대 국회 대정부 질의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도 그런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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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카르텔총괄과에서 2011년 2월 14일 작성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관련 진행 상황' 문건(왼쪽)과 하루 뒤인 15일 작성한 수정본. 수정본에는 '심사보고서 작성 완료'가 '작성 중'으로 뒤바꾸었고 '청와대 사전 협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 김시연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일관되게 "통상 담합사건의 경우에 2년 이상 3년씩 걸린다"면서 "이런 사건 처리 지연이 통상적인 것이지 다른 배경이 없다"고 답변해 왔다. 그런데 김기식-임내현 의원(민주당)이 입수해 공개한 공정위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장이 국회와 언론을 상대로 이야기했던 입찰담합 사건 지연에 대한 해명이 명백히 거짓임이 확인됐다.


2011년 2월 14일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2010년도 말에 공정위 실무선에서는 심사보고서 작성이 완료됐고, 그것이 과 차원에서 검토돼 심사보고서 작성이 완료됐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고려대 출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에 올라간 이 보고서는 그 뒤로 1년 4개월 동안 일체의 조사 진행이나 의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공정위 내부문건에는 특이사항으로 '최근 5년 간 처리된 11건의 입찰담합 건 중에서 평균 기간이 보통 1년 정도고, 가장 길었던 것도 1년 반을 넘지 않는다'라고 적시돼 있다. 그럼에도 국회에는 "통상 담합사건 처리 기간이 2년 이상이다"라고 명백한 허위 답변을 해온 것이다.

공정위, 과징금 4000~6000억원 깎아줘 혈세낭비 의혹

또 지금까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문제가 됐던 1차 턴키공사 담합만 거론되었지만, 문건을 보면 4대강 공사 전반에 걸쳐 담합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도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영주 다목적댐 공사와 관련된 담합사실을 확인하고 건설회사 간 합의서까지 입수해 심사보고서 작성이 완료된 사실이 보고서에 들어있다. 그럼에도 영주 다목적댐 조사 및 심사보고서 작성 사실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것이다.

4대강 담합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지난 6월 공정위 의결 과정에서 1600억 원의 과징금을 깎아줘 1111억 원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정위가 담합사건과 관련해 적용 법률을 변경시키고, 법에 규정되어 있는 가중치를 배제함으로써 최대 6000억 원에서 적게는 4000억 원 대의 과징금을 깎아줬다는 것이 문건에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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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4대강 입찰 담합 조사를 대선 이후 처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처리 시점을 놓고 청와대에 사전 협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 김시연


더구나 김기식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는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담합 조사 처리 시점을 청와대와 사전 협의한 흔적이 역력하다. 민주당 4대강 사업 비리담합조사소위 위원인 김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내부보고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처리 시점을 청와대와 사전 협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내놓은 지난해 작성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 문건에 따르면, 4대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 "현재 심사보고서 작성 완료"(2월 14일)에서 하룻만에 "심사보고서 작성 중"(2월 15일)으로 바뀌더니, "4대강 1차 턴키공사의 준공일이 2011년 12월 말이므로 입찰담합 건 처리가 사업추진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사건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라고 돼 있다.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지난해 2월만 해도 1차 턴키공사 준공에 문제가 없어 '연내 처리'를 검토했으나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친 후인 7월에는 4·11 총선과 18대 대선 등을 고려해 대선 이후에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청와대 눈치를 보며 처리 시점을 정치적으로 고려하다가 19대 총선에서 예상 밖으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올해 6월 담합사건을 심의, 의결했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공정위의 직무유기와 청와대와의 짬짜미 의혹

이와 관련, 공정위는 "2월 문건은 실무자 자료에 불과하고 7월 1일자 문건은 실무자가 신임 국장에게 보고한 자료로 추정된다"며 "(입찰담합을) 처리하면서 청와대 등 어떠한 외압도 없었고 사전 협의 등을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은 공정위가 건설사의 담합비리와 관련해 과징금을 깎아준 직무유기 혐의와, 공정위 업무의 처리지연이 다른 정치적 배경 하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담합 혐의'다.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정위-청와대의 짬짜미 의혹은 검찰의 직무영역을 넘어선 국회의 몫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가 모두 주창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시장경제의 공정한 룰을 정부가 엄격히 집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시장경제가 유지되고, 경제민주화도 이뤄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가 '경제검찰'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국회가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공정거래위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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