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구경 가서 '사약 사발'까지 보고 왔네

[춘천을 여행하는 법 ③] 전통시장, 춘천 풍물시장과 샘밭장터

등록 2012.09.24 08:56수정 2012.09.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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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뻥튀기들. ⓒ 성낙선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가 알던, 혹은 꽤 익숙해 있던 과거라면 더욱 더 그렇다. 추억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마음이 애틋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전통시장도 그런 과거 중에 하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어느 정도 전통적인 색채를 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우리에게 전통시장은 남다른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아나서는 것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시장에는 현대적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는 전통시장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낭만'이 있다. 그리고 시장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은 각각의 사람들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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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경춘선 전철 선로가 지나가는 춘천풍물시장. ⓒ 성낙선

현대시장이 전통시장의 그런 재미와 낭만과 이야기까지 재연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마음까지 여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은 상인과 손님이 모두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곳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모두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상술에서 시작해 상술로 끝나는, 이윤 창출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식 현대시장이 전통시장의 그런 역할과 기능까지 대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한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 만큼 질기고 오래 가는 것도 없다. 상품을 사고파는 데 앞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전통시장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침 추석들 앞둔 시점이라, 전통시장이 오랜만에 시장다운 기능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비좁은 시장 골목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때 전통시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성한 가을,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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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막 아래 비좁게 들어서 있는 좌판들. ⓒ 성낙선


[춘천풍물시장]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덕에 되살아난 5일장


춘천을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춘천 명동의 중앙시장을 찾는다. 이곳은 서울에, 명동이 있고 그 근처에 남대문시장이 있는 것과 같다. 명동은 이름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 그 형태마저 거의 똑같이 닮았다.

남대문시장이 그렇듯이 중앙시장 역시 춘천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먹거리가 풍성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시장 중에 하나다. 주변에 춘천명동 닭갈비골목이 있는 데다 <겨울연가>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어, 연일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춘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곳이 또 이곳이다.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이 흔히 그렇듯이, 3일장이나 5일장 같이 시끌벅적한 장터를 떠올리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춘천풍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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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풍물시장. ⓒ 성낙선


춘천풍물시장은 5일장이다. 달력에 '2'와 '7'이 들어가 있는 날짜에 장이 열린다. 춘천을 찾는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올해 6월부터는 여행객들을 위해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장을 열고 있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 바닥이 비좁을 정도로 좌판이 길게 늘어선다. 전국의 장이란 장은 다 돌아다니는 장돌뱅이부터 집 근처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들고 나온 동네 할머니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없는 물건이 없다. 그야말로 시장을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이 입고 쓰고 먹고 하는 물건 중에 뭐 하나 빠진 게 없다. 심지어 강아지나 오리 같은 살아 있는 것들까지. 더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도 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호떡과, 가마솥 같이 커다란 솥에서 쪄내는 찐빵,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직접 반죽해 튀겨내는 어묵이 시선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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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풍물시장 입구. ⓒ 성낙선


이 시장은 사고파는 물건도 다양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상봉역에서 넉넉잡고 1시간 30여 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남춘천역에서 바로 50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다.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가다 남춘천역에 내린 다음, 화천 방향으로 약 5분 정도를 걸어가면 풍물시장 입구가 나온다.

이 시장은 원래 춘천시 효자동에 있는 시장이다. 복개된 약사천을 복원하면서 2010년 10월 이곳에 이주하게 됐다. 이주 초기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상인들이 꽤 애를 먹었다. 그러다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춘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에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공지천유원지가 있다. 공지천유원지 역시 숱한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버스카드 하나면 족하다. 한 나절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로 이만한 곳도 드물다. 일반 전철을 타고, 서서 갈 경우 몸이 좀 고될 수도 있다. 좀 더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서울 청량리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ITX-청춘열차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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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북읍주민자치센터 옆 마을길 위에 자리를 잡은 샘밭 장터. ⓒ 성낙선


[신북읍 샘밭장터] 시장 구경에 덤으로 따라오는 박물관 구경

샘밭장터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옛날에는 가평에서까지 장꾼들이 몰려들 정도로 꽤 떠들썩한 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오래 전, 한국전쟁을 겪는 통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 시장이 되살아난 것은 8년 전인 2004년 9월이다. 샘밭장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과거를 되살리기 위해 재개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은 과거의 영광까지 되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샘밭장 역시 5일장이다. 달력에 '4'와 '9'가 들어가 있는 날짜에 장이 열린다. 규모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전통시장이 대부분 널찍한 공터에서 열리는 데 반해, 이 시장은 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따라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교통을 차단한 채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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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전통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메밀전병(총떡)과 배추부침 부치기. 앞에 놓인 것은 빈대떡.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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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합격을 기원하는 소코뚜레. ⓒ 성낙선

시장이 작아서 그런지, 상인들 간의 친밀도는 더 강해 보인다. 상인들끼리 집안일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꽤 말이 많다. 장사를 하러 나온 건지, 수다를 떨러 나온 건지 알 수 없다. '이웃사촌'도 이렇게까지 허물없이 지내지는 않는다.

샘밭장터는 상인들 얼굴에 뭐 하나 더 팔아보겠다는 욕심이 없어 보여서 좋다. 그 얼굴에 '팔면 팔고, 말면 만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런 상인들 앞에서는 멀리서 온 손님인들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장이 갖는 또 다른 미덕은 바로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접해 있다는 데 있다. 어슬렁어슬렁 시장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한적한 마을 골목을 걷고 있는 '한가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샘밭장터는 소양강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소양강댐을 가고 오는 도중에 천천히 들렀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변에 괜찮은 식당이 여러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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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박물관 전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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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취임 기념 경찰관들에게 하사한 담배들. ⓒ 성낙선

샘밭장터를 찾아가서, 마을 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강원경찰박물관'을 보고 오지 않으면 손해다. 이 박물관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동네박물관'치고는 볼거리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30평 규모로 전시 공간은 작지만, 전시물들은 면적과 상관없이 상당히 알차게 전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포졸들이 사용한 물건들부터 현대 경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들까지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공비 소탕과 관련한 자료들이 여러 건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격동의 역사를 지나치는데 강원도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쪽 공간에 '백골단'이 쓰던 헬멧이나 사과탄 같이 1980년대에 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시위 진압용 장비들도 전시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그 시대를 이야기하기는 데 더 없이 적합한 물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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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용한 사약 사발. ⓒ 성낙선

전시장 초입에 조선시대 사약을 담았던 약사발이 전시돼 있다. 살면서 숱한 사발을 봐 왔지만, 조선시대 사약 사발을 보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이 박물관은 그 외 경찰박물관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전시물들이 대부분이다.

샘밭장터를 거쳐 경찰박물관까지 구경하고 나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한 시간이면 족하다. 누구는 그 짧은 시간을 보내려 그 곳까지 가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에서 얻는 소득은 결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 짧은 여행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다.
#춘천풍물시장 #샘밭장터 #경찰박물관 #전통시장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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