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는 사슴들의 섬이었습니다

야생 사슴 만난 건 반갑지만,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등록 2012.10.01 18:28수정 2012.10.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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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바라본 일출 소록도와 거금도를 이은 거금대교 넘어로 해가 뜨려하고 있다. ⓒ 김어진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소록도는 한센병에 걸린 고령의 환자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일반인은 못 들어가게 돼 있고, 소록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섬주민들은 고령의 노인들이다. 나는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닌 섬 주민도 아니지만 한센병에 걸려 도움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을 간호하고자 자원봉사자로 9월 24일부터 4박 5일간 소록도에 머물렀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이 일제강점기 시절에 강제 수용을 당해 온갖 착취와 시련을 당한 슬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시 시절에는 사람들도 힘들었지만 생태환경과 야생동물들도 살아남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사라진 호랑이·표범·곰 같이 멸종된 동물 중에는 사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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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인근에 나타난 꽃사슴 등 뒤에난 얼룩이 꽃사슴의 특징이다. ⓒ 김어진


소록도의 이름은 섬의 생김새가 작은 사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섬의 형상 말고도 진짜 사슴들이 이 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몇이나 알까. 원래 한국에서 살아가던 사슴들은 멸종했지만 녹용으로 키우던 농장 사슴이 탈출하거나 사슴 복원을 위해 인위적으로 야생에 사슴을 풀어놓았기 때문에 그 수는 적지만 한국에서도 야생사슴을 볼 수 있게 됐다. 소록도의 사슴의 경우에는 경기도의 한 농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소록도 공원에 몇 마리를 기증했는데 그 수가 늘어나서 현재는 200마리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소록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숫자가 늘어날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

나는 봉사를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이 나는대로 소록도의 사슴들을 찾으러 소록도를 걸어다녔다. 소록도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장기봉사자와 마을 주민들에게 사슴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며 찾아다닌 결과 끝에 어렵지 않게 소록도의 사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을 인근까지 내려오는 녀석들이 있던 반면, 산 속에서 살아가며 완벽하게 야생에 적응한 사슴 무리들도 있었다. 잘 먹고 잘 사는지 덩치는 말만 했으며 녀석들은 소리에 민감했고 경계심이 무척이나 강했다. 사람이 보이면 산 높은 곳으로 도망갔다가 나무 뒤에 숨어서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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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사슴 야생에 적응한 사슴이 경계를 하고 있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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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사슴들 야생에 적응한 사슴 어미와 새끼가 경계를 하고 있다. ⓒ 김어진


소록도는 면적이 상당히 작은 섬이다. 게다가 호랑이·표범·늑대 등이 멸종된 지금은 사슴의 천적도 없다. 이렇게 한정된 공간에서 사슴의 수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면 섬의 야생식물들에게도 피해가 있을 것이고 농작물에 피해를 줘서 유해조수로 지정된 고라니·멧돼지 꼴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멸종됐던 야생 사슴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 대책없이 점점 천적이 없는 사슴들 수가 늘어나면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또한 녹용을 얻기 위한 밀렵 행위도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사슴은 물론이고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유해 조수들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은 자연의 몫이어야 한다. 그들의 천적인 호랑이·표범·늑대 등을 다시 복원한다고 해도 현재 우리나라 환경으로는 그들이 살아갈 수 없다.

소록도의 몇몇 섬에는 한국에서 멸종된 사슴들이 야생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멸종된 사슴이 야생에서 저절로 늘어난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이 땅에 사슴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땅의 자연과 환경을 잘 보존하고 살려서 미래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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