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부대?' 시민들이 그렇게 바보인가
마을공동체, 한국형 복지국가 핵심동력 될 것"

[마을의 귀환18] 마을공동체 전문가 박원순 서울시장

등록 2012.10.14 21:30수정 2012.10.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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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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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집무실 한켠에 '희망소원'이라고 이름 붙인 친환경텃밭을 보여주며 토마토가 열린 것을 자랑하고 있다. ⓒ 유성호


"희망소원(希望小園) - 싹이 자란다는 것 자체가 희망과 소원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므로 '도시 농업 화분'을 <희망소원>이라 명명함."

12일 오전 서울시 신청사 6층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무틀로 만든 2층짜리 친환경 실내 텃밭이었다. 실내용 LED등 아래 상추, 배추, 토마토, 치커리, 쪽파, 대파 등 바로 따먹을 수 있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한 인터뷰와 잘 어울리는 '장식'이었다. 텃밭은 마을공동체 활동의 주요 요소다. 도시에서는 특히 그렇다. 빈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함께 텃밭을 일구며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곳이 많다. 노원 중계동 청구아파트는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은평구 산새마을은 마을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지역 복지관에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마을공동체'를 공약 전면에 내걸었고, 지난 9월에 2017년까지 총 975개의 마을공동체 조성지원과 3180명의 활동가 양성 등 구체안을 내놓아 마을만들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박 시장은 답사를 다닌 국내·외의 많은 마을 중 은퇴한 뒤 살고 싶은 마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다운 대답을 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나는 가장 열악하고 힘든 곳에 가서 '요렇게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웃음)"

박원순 시장은 마을공동체가 '한국형 복지국가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을은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삶의 복지, 생활 복지"라면서 "돈으로만 복지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다양하고 복잡해진 시민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 참여를 통해 사회가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메워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시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마을공동체 추진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건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이미 사회 전체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거기에 조금 불을 붙이는 정도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을공동체가 멀게 느껴지는 시민에게도 조언했다. 쉽고 단순한 것부터 시작하라는 주문이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나 몇 호에 사는 누군데요, 좋은 과일이 들어왔어요. 과일 파티 할까요? 오실 때 맛있는 것도 가져오세요"라고 붙여 놓으면 누군가 마실 것 한 잔이라도 가져오지 않을까? 문턱 하나를 넘기가 어렵지, 한번 넘어버리면 새로워질 수 있다. 남녀 간에 손 한번 잡으면 그 다음은 쉬운 것처럼. (웃음)"

다음은 박원순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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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마을공동체가 '한국형 복지국가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성호


- 늘어나는 아동 성범죄, 자살, 빈곤, 청소년 문제에 '마을이 묘약'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달라.
"저출산, 이혼, 독거노인, 사교육비, 주거 불안, 실업, 양극화, 성폭력까지, 한국사회의 수많은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끝없이 CCTV를 설치하고 학교와 지하철에 보안관을 두지만, 표면적인 대응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막아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원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공동체 정신이다.

예전에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저녁 먹고 가고, 숙제하다 졸려서 잠들면 그 집에서 재워 보냈다. 그러면서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교육을 받았다. 간디가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게 이런 경우다. 지금은 집집마다 국영수 공부하기에 바쁘고 학원만 왔다 갔다 한다. 삶과 동떨어진 지식의 편린만 갖게 될 뿐, 공동체가 가진 지혜를 전수받을 기회가 없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돼도 어른의 역할을 못하고, 인간관계를 제대로 꾸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별일 아닌데 이웃 간에 멱살 잡고 싸우는 일도 많고, 요즘은 '동네아저씨'가 범인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잘 먹고 잘살게 되고, 소득이 3, 4만 달러가 되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

"요즘은 '동네 아저씨'가 범인 아닌가"

- 직접 '마을 활동'을 해 경험이 있나?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국내·외의 전문가 수천 명을 인터뷰하고 수천 군데의 현장을 다녔다. 예컨대 일본의 세타가야, 우리나라의 성미산마을, 충남 홍성의 홍동면, 부산의 반송마을 등등의 현장을 통해 많이 배웠다."

- 현장답사를 한 마을 중에 가족들과 가서 살고 싶은 마을을 꼽는다면.
"마을은 등수를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을마다 자연환경, 인문환경, 역사 등 고유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 헤이온와이(hay-on-wye)가 있는데, 이곳은 헌책이라는 특성을 살려 하나의 왕국을 이뤘다. 독일에는 쇠나우라는 마을이 있다. 원전 반대운동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자연생태에너지의 성지로 바뀌었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바꿔낸 곳이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 마을일수록 더 좋게 바꾸고 꾸밀 수 있다. 서울의 아주 척박한 곳들도 좋은 마을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을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나는 가장 열악하고 힘든 곳에 가서 '요렇게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웃음)"

- <오마이뉴스>는 '마을의 귀환' 시리즈를 통해 서울의 여러 마을을 현장취재를 하고 있다. 잘 되는 곳은 오히려 서울시와 엮이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자기들 하는 대로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나라도 그렇게 대답할 거다. 풀뿌리 세력들이 잘 이끌던 사업도 관이 개입하면 수동적, 의존적이 되어 점점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비단 마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나도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일부의 이런 우려와 경계 어린 시선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가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행정은 반드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설계할 때 이러한 점을 최대한 고려했고, 여전히 세심한 부분까지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잘 꾸려지고 있는 마을이라면 서울시가 개입할 생각도 없고, 간섭할 이유도 없다.

단, 서울에 마을공동체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 공동체를 이루고 다양한 현장 노하우를 쌓아온 활동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선배 혹은 동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마을의 경험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 마을공동체 사업을 '박원순식 복지' 정책이라고 생각하나.
"마을은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삶의 복지, 생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돈으로만 복지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복지는 허점도 많다. 오히려 다양하고 복잡해진 시민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 참여를 통해 사회가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메워갈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는 아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격리된 벽을 허물고 온기 가득한 관계망으로 어우러지는 마을공동체에서 새로운 시대 복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는 본래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핏속을 흐르고 있는 이 문화를 잘 살린다면 한국형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서울은 전세난, 월세 상승으로 정주율이 낮다. 먹고 사는데 바빠 다른 데 신경 쓰기 어려운 저소득층도 많다. 마을에서 안정적으로 살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맞는 얘기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척박하고 피폐해져서 마음도 그렇고 물리적으로도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게 어렵다. 이럴 때는 늘 단순하고 쉽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이사 온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몇 동, 몇 호에 이사 온 누구예요. 유치원 몇 반에 다녀와 제 동생이름은 누구고요, 앞으로 잘 지내요"라고 포스트잇을 붙였다. 여기에 '이사 잘왔다', '자주 만나자'는 글이 수십 개가 붙었다. 이런 게 마을 만들기다. 작고 단순한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 실천은 벽화 그리기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마을 게시판으로도 할 수 있다. 헌책방으로도, 장미꽃 한 송이로도 할 수 있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백날 외쳐도 아무 소용없다. 서울시 국장, 과장에게도 '서울시가 앞장서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일단 한번 붐이 일어나면 삽시간에 되는 나라다. 피상적일 수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걸 고민하고 있다."

-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마을공동체 사업이 지속될 것이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은 임기는 1년 8개월, 혹 연임을 한다 해도 6년 남짓이다.
"연임하고, 한 번 더 하면 10년이 넘는다. 그러고 물러났다가 한 번 더 하면 14년이다. (웃음) 계속 강조했지만, 그런 문제는 서울시가 마을 공동체 사업을 주도하려고 할 때 벌어질 일이다. 바닥에서부터 운동이 일어나도록 하면 2, 3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 마을공동체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이미 사회 전체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본은 마을 만들기를 시작한 지 20년째다. 이제 숲이 우거지고 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굉장히 늦은 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하고 있었다. 거기에 조금 불을 붙이는 정도다.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내가 없어진다고 사라질 일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아파트에서 마을공동체 가능하냐고? 이미 있는 제도와 기구 잘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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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을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삶의 복지, 생활 복지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돈으로만 복지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 2011년 기준으로 서울의 주택 유형 가운데 아파트 비율이 58.8%다. 서울에서 마을공동체 성공 여부는 아파트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마을공동체의 성공 전략을 말해 달라.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아파트는 집단적 주거형태라는 점에서 단점과 장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단점은 개미굴이라는 점이다. 각자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면 함께할 곳이 없다. 아파트 집집마다 왜 서재가 있어야 하나. 작은 도서관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애들이 와서 책도 보면서 친해지고, 아이 데리러 온 부모들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세탁기를 왜 집집마다 둬야 하나. 세탁소를 하나 만들면 세탁물 넣고 찾아가면서, 또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웃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지금 아파트에 이런 공간이 없다.

장점은 모여 살기 때문에 모이라고 외치면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축제를 열면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다. 또 이미 있는 제도와 기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 강서구 화곡 푸르지오 아파트 주부들은 반상회를 하러 모였다가 그 모임이 이어져 다양한 활동으로 발전했다. 어마어마한 수의 통·반장·주민자치위원들도 잘 활용하면 삽시간에 바꿀 수 있다."

-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2017년까지 3천여 명의 활동가 양성 계획에 대 '박원순의 정치적 부대'를 만드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어떻게 자기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나? 나는 진짜 상상도 못했다. 내 개인 정치조직을 만드는 데 동원될 만큼 요새 시민들이 바보인가? 그런 목적이었다면 그분들이 금방 비난하든가, 아예 이 사업이 시작도 안 됐을 것이다."

- 유창복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은 칸막이 행정을 우려한 바 있다. 복지관련 부서는 복지마을을, 문화관련 부서는 문화마을을 만든다고 달려드는데, 마을은 문화와 교육, 복지와 경제가 한데 엉켜 돌아가는 '종합판'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나올 만하다. 어떤 대안을 생각하나.
"시민의 삶의 어떤 부분도 유기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마을공동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돌봄과 학습, 문화 활동, 사회적 경제까지 여러 부서와 기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칸막이 행정의 부작용이 가장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곳으로 갈라져 있던 문의, 신청, 접수, 상담 창구를 일원화했다. 그게 바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다. 또 마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관련 담당자와 마을 주민이 머리를 맞대는 '마을공동체 행정협의회'를 열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또 그래서도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남녀 간에 손 한 번 잡으면 그 다음은 쉬운 것처럼…"

- 박 시장의 저서 중 '마을회사'라는 책을 보면, 한 챕터의 제목이 '협동조합이 희망이다'던데,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유기적 연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 세 개는 사실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 사회적 기업이 협동조합 형태를 띨 수 있고 마을 단위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융합돼 있는데 강조점이 조금씩 다른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벌이는 것이고, 마을공동체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다. 모두 사회적 경제 범주 안에 들어간다.

이 세 가지가 있을수록 사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 (사적) 욕심을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의 뿌리가 튼튼할수록 그 사회는 안정성 있고 위기에도 강할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비즈니스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밑바닥에서 있었던 것이다. 몇몇 대기업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도,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도,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게 사회적 경제다. 내가 시장이 안 됐으면 지금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의 깃발을 들었을 것이다."

- 마을 현장 취재를 다니다 보면 정부나 시에서 보조를 받을 때는 활동이 잘되다가도 예산을 다 쓰고 나면 활동이 약해진다는 말을 듣곤 한다. 시의 지원이 마을 활동에 자극제는 되지만, 지속가능한 마을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에 마을공동체 사업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을사람 키우기'라는 비전을 맨 앞에 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마을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이 커야 마을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숨은 고수를 발굴하고 역량 있는 마을 강사를 만들어 이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이뤄나간다면, 사람의 힘을 통해 외부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지속가능한 동력이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다."

- '민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그 수준과 범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핵심적인 과제인 것 같다. 박 시장이 서울시 담당자들에게 "끌고 나가거나 주도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느끼는 어려움과 대책에 대해 말해 달라.
"성미산 마을공동체가 지금과 같은 궤도에 오르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서울시의 지원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한 게 아니다. 어울려 사는 가치와 마을의 필요성을 보다 많은 시민과 공유하고, 그 의지를 북돋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마을활동가를 훈련시키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장애물을 없애는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

- '마을에서 살고 싶기는 한데, 멀게 느껴진다', '딴 사람들 얘기 같다'는 반응도 적지않다.. 이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일이 아니면 멀게 느껴질 것이다. 먼 것을 가깝게 만드는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나 몇 호에 사는 누군데요, 좋은 과일이 들어왔어요. 과일 파티 할까요? 오실 때 맛있는 것도 가져 오세요"라고 붙여 놓으면 누군가 마실 것 한 잔이라도 가져오지 않을까? 문턱 하나를 넘기가 힘들지, 한번 넘어버리면 새로워질 수 있다. 남녀 간에 손 한번 잡으면 그 다음은 쉬운 것처럼 말이다. 나도 처음 아내 손잡는데 참 힘들었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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