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맞은 농작물, 어떻게 하나요?

등록 2012.10.20 14:00수정 2012.10.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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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급강하하며 매일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아직 가을걷이를 덜 끝낸 농작물들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면 채소를 비롯해서 텃밭에 남아 있는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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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호박과 말랑말랑해진 호박은 미리 따내고 크고 단단한 호박막 남겨두었다. ⓒ 최오균


호박은 벌써 몇 개째 기력을 피지 못하고 말랑말랑 해지거나 벌레가 들어서 망가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서리를 맞으면 호박은 기운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텃밭을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호박은 따내서 버리고 아직 딴딴한 것만 5개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서리를 이겨낼지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아직 덜 익은 호박을 따내기도 좀 뭣해서 그대로 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더 추워지기 전에 따내 썰어서 말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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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하고 덜익은 호박은 아직 익을 때까지 그대로 두고 있다. ⓒ 최오균


배추는 그런대로 추위를 잘 견뎌 내고 있습니다. 벌레를 좀 먹긴 했지만 결구가 되어가며 점점 커지고 있는데 김장을 할 때까지 잘 견뎌줄지 걱정이 됩니다. 120포기를 심어서 40포기 정도는 미리 솎아내서 김치를 담가 먹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날씨가 좀 풀린다고 하는데 더 추워지면 서리방지를 위해 비닐을 씌워주어야 하지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나무젓가락으로 배추벌레를 잡아내며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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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배추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사하다. 김장을 할 때가지 무사해야 할 텐데.. ⓒ 최오균


무와 당근도 아직은 무사합니다. 이제 겨우 아기 팔뚝처럼 굵어져 가고 있는데, 서리를 맞거나 얼어버리면 무 농사는 끝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잎은 시래기 만들기에 딱 좋은데 뿌리가 총각김치를 담글 만큼 굵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당근도 점점 뿌리가 굵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동장군님이 좀 늦게 찾아와 주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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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이 굵어지고 있는 무. 잎은 시래기를 담기에 딱인데, 무는 좀 더 굵어져야 한다. ⓒ 최오균


금년에는 태풍 피해로 배추와 무값이 크게 올라 갈 것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10월 말까지만 잘 참아주면 그런대로 우리가 먹을 김장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지에 채소를 키우는 것은 하늘이 점지를 해주므로 장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비닐을 씌울 수도 없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기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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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무 잎이 서리를 맞고도 아직은 싱싱하다 ⓒ 최오균


그리고 마지막 남아 있는 농작물이 콩입니다. 서리 태와 대두 콩을 빈 땅 여기저기에 심었는데 생각보다 열매가 잘 달려 있습니다. 대두 콩은 잎이 노래지며 익어가고 있어 곧 수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리 태는 아직 잎이 파랗게 남아 있어 완전히 익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아마 11월경에나 가야 타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경험이 없어 지리산에서 혜경이 엄마가 보내준 콩을 그대로 심었는데, 아랫집 현희 할머니네 콩보다는 열매가 훨씬 적게 달려 있군요. 내년에는 이곳 연천 토질에 맞는 콩을 심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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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콩은 곧 타작을 해야 할 것 같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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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잎이 파란 서리태는 11월 중에나 수확이 가능할 것 같다. ⓒ 최오균


또 한 가지 콩은 울타리콩입니다. 이 녀석을 울타리 밑에 심어놓았는데 가뭄 때문인지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여름이 다 가도록 열매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물을 주면서 "너는 주인이 땀을 흘리며 물을 주는 성의에 보답도 하지 않느냐?" 구박을 주곤 했는데,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저렇게 작두처럼 큰 콩이 울타리를 타고 몇 군데 매달려 있군요. 울긋불긋 보란 듯이 탱탱하게 매달려 있는 울타리 콩이 말합니다.

"쥔장님, 구박만 하지 말고 이놈을 따서 맛을 한 번 보시지요?"
"에그, 어디 아까워서 먹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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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 스러운 울타리콩이 울긋불긋 작두만큼 크게 매달려 있다.? ⓒ 최오균


울타리콩은 꼬투리가 붉게 물드는 풋콩일 때가 가장 맛있는데, 아까워서 따 먹지 못하고 씨받이로 두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 어머님이 쌀밥에 얹어주던 울타리콩은 꼭 밤처럼 고소하고 담백했습니다.

씨로 받아두었다가 내년에는 금가락지 울타리에 빙 둘러 심어보아야겠습니다. 영글면 금가락지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울타리콩 맛을 느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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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이 좋을 때이지만 씨받이로 아껴두고 있다. ⓒ 최오균


아내는 콩 타작을 어떻게 하느냐고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백 평을 심은 것도 아니고, 50여 평에 지은 농사라 바싹 말려서 거적에 널어놓고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도리깨질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도 어려우면 신작로에 콩을 널어 놓고 자동차로 몇 번 왔다갔다 하면 저절로 타갖이 되고 말겠지요.

중국을 여행하면서 도로에 콩을 널어놓고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거든요. 매일 아침 텃밭에 나와 마지막 가을걷이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 저~기 파란 하늘을 나는 기러기도 끼룩끼룩 노래하며 기도해주네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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