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사면복권, 그후 남양유업은 '모럴해저드'

[오너 리포트 - 남양유업①] 탈 IMF 모델로 각광받았던 모범기업이 왜?

등록 2012.10.26 09:38수정 2012.10.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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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주요 프레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큰 기업의 이익을 대변했던 정당까지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입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오너'입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오너'를 중심으로 기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큰 기업 사례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용어다. 그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도덕적 해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이해 당사자들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태' 또는 '법이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자기 책임 소홀이나 집단이기주의 행태'.

이 용어와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이 보인 행태는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경쟁사 제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던 곳이 남양유업이었다. 그 파문이 잠잠해지자 2009년에는 멜라민 함유 의심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0년에는 자사 제품의 독점 공급을 위해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일로, 그 다음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뇌물 상납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만천하에 드러나 잇따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동서식품이나 일동후디스 등을 상대로 한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모럴 해저드'가 2007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면 복권 이후 오히려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남양유업이 '탈 IMF 모델'로 극찬 받았던 1998년 11월로 돌아가 본다.

IMF 시절 무차입 경영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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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IMF 모범 기업'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당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1998년 12월 7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홍원식 당시 대표 인터뷰 기사 ⓒ <경향신문>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IMF 관리체제 아래서 사람들 얼굴에 잔뜩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던 그때, '빛'과 같은 소식이 신문들을 장식한다. 남양유업이 상업·조흥·신한은행 등에 남아있던 은행 차입금을 모두 갚음으로써 '부채비율 0%'라는, 당시로서는 더욱 경이로운 '성적표'를 받았다는 낭보가 보도된 것이다.

때가 때인지라 남양유업의 '신화'는 충분히 조명 받을만 했다. 그로부터 몇 년간 "연간 매출 규모가 5천억 원을 넘지만, 부장이 회사의 사전 승인 없이 쓸 수 있는 돈은 불과 10만 원"이라든가, 그럼에도 "30년 넘도록 남의 빌딩에 세 들어 산다" 등 '구두쇠 경영'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됐다.

"남양유업의 제품 경쟁력과 수익성 제고는 '무차입 경영구조'에서 비롯된다. 금융비용이 없다보니 경쟁업체보다 생산원가가 줄어 그만큼 비싼 값을 치르고서도 고품질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당연히 품질이 좋아져 잘 팔리게 된다. 수익도 비례해 늘게 된다."(2000년 6월 20일 <한국경제> 보도)

남양유업의 '구두쇠 경영'이 더욱 빛났던 것은 쓸 때 쓰는 과감한 투자가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사내 유보금만으로 천안 신공장 건설에 나섰을 때가 하이라이트. 이를 두고 "다른 회사가 공장을 팔 때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남들이 유동성 위기로 몸을 사릴 때는 신공장 건설에 120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우선 순위를 제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이란 한 우물 파기에 깊이 두고 있다" 등의 극찬이 쏟아졌다.

홍원식 회장의 검소한 집무실도 화제

동시에 '오너' 홍원식 당시 대표이사에 대한 보도도 잇따랐다. 특히 그의 집무실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는데, 당시 보도를 보면 "웬만한 기업 임원 방보다 작은 12평에 불과하다" "집무실에는 홍 사장 책상 한 개와 4인용 소파가 전부, TV나 비디오도 없고 카펫도 깔지 않은 맨바닥이다, 입구에 전화를 받는 여비서 한 명만 있을 뿐" 등의 관련 보도가 줄을 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그는 1950년 6월 12일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경복고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학 재학 중이던 1973년부터 강의가 끝난 뒤 회사로 와서 입출금 전표를 끊는 등 경리 업무를 봤을 정도로 가업을 적극 도왔다고 한다.

1974년 기획실 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이후 1977년 이사, 1979년 상무, 1980년 전무, 1988년 부사장을 거쳐, 창업주인 아버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90년 4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을 펼치기 시작한다. 1990년대 불가리스, 아인슈타인 우유, 아기사랑 수(秀) 등 잇따라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남양유업을 성장궤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 관리체제 아래서 빚을 모두 갚고 매출 신장을 거듭하는 기업, 오로지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기업은 '상복'도 잇따랐다. 남양유업은 1999년 가치경영 최우수기업상(한국능률협회)를 비롯해 2000년 경영실적 최우수 기업대상(대신경제연구소), 2001년 은탑산업훈장 등을 거머쥔다. '탈 IMF 모델'로 각광받는 기업 오너와 불미스러운 사건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임에 분명했다.

리베이트 사건으로 구속... 깨지기 시작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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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우량아선발대회는 남양유업을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킨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1980년 3월 17일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 '조합'은 2003년에 이르러 깨지고 만다. 홍 회장이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충남 천안시 목천면에 남양유업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해 주는 조건으로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13억 원을 받은 혐의로 홍 회장이 당시 상무와 함께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11월 이뤄진 재판에서 홍 회장은 배임수재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추징금 13억 원을 선고받는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IMF 구제금융 이후 기업들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 이사제 도입과 기밀비 인정 폐지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탈 IMF 모범기업'이었던 남양유업이 오너의 잘못으로 일순간에 불량기업으로 추락한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동안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2007년에 이르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은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이어진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김석원 전 쌍용양회 명예회장 등과 함께 2·12 특별사면으로 사면 복권된 것.

하지만 그로부터 꼭 1년여 만에 '경제 살리기'는 '손자 사랑'이란 엉뚱한 결과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 1세에 불과한 손자에게 거액의 주식을 물려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남양유업 측은 당시 언론을 통해 "회장님께서 귀한 손을 보셔서 고마운 마음에 주식을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장남 홍진석씨의 아들 홍윌리엄 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남양유업 주식 수는 1794주, 지난 24일 종가기준으로 치면 총 17억6700만 원에 이른다. 1999년 4월 상류계층의 도덕 불감증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 병무비리 사건, 당시 부하직원을 통해 병무청 징병관에게 1500만 원을 전달함 혐의로 홍 회장은 여타 기업체 오너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모럴 해저드'의 일관성을 '금수저'가 상징하는 셈이다.

변웅전 위원장, 세계와 싸우라고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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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남양유업의 전면 광고. 이 광고는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사 제품을 과장해 홍보하고 경쟁업체 제품을 비방했다는 지적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 조선일보 PDF


오너의 '도덕적 해이'와 기업의 '모럴 해저드', 그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곳은 남양유업이다. 2007년 2·12 특별사면 이후 오히려 남양유업은 매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당장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남양유업의 대응은 '모럴 해저드'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남양유업은 멜라민이 든 뉴질랜드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분유·이유식은 물론 전 제품이 멜라민으로부터 100% 안전합니다.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남양유업 유아식의 원료와 제품의 품질은 100% 안전합니다."(2008년 10월 8일 자 전면광고)

남양유업의 잘못은 문제 자체보다 문제를 대하는 자세에 있었다. 식약청 검사 결과 경쟁회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다른 회사 제품은 확인할 수 없지만"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멜라민 파동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소비자들의 불안을 되레 부추기는 광고를 낸 것.

이 광고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강하게 비판받았다. 당시 최영희 국회의원은 "장사하는 사람의 기본"을 거론하며 "이것은 다른 업체들을 비방하면서 사실은 모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변웅전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역시 "국내 기업과 이렇게 싸우지 말고 세계적인 큰 기업과 싸워 그들을 이기려고 하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변 위원장의 '조언'을 이상하게 소화했다. 다음해, 멜라민 파동 당시 폐기하지 않았던 완제품 '아이엠마더' 5만4천 캔을 베트남에 수출한 사실이 <파이낸셜뉴스>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자 남양유업은 오히려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10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된다"며 남양유업 패소를 확정지었다.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국회에도 굴하지 않고, 언론은 굴복시키려는 행태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산부인과 리베이트 아니냐 "생각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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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마케팅'은 남양유업의 해묵은 '전통'이기도 하다. 1997년 3월 2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부당광고 사과문 ⓒ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하지만 남양유업의 '일탈'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에는 매일유업과 함께 산부인과 병원에 자사 제품을 독점 공급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천만 원을 부과 받는다. 문제는 역시 또 그 다음, 문제를 대하는 자세였다.

다음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사철 국회의원이 "산부인과한테 돈 꿔주고, 아주 낮은 이자로 돈도 꿔주고, 또 가구·전자제품 다 사주면서 자기네 우유 쓰라고 한다"며 "이것은 불법적인 고객 유인행위"라고 지적했지만, 남양유업은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처럼 이에 전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9월 대부금융협회가 협회에 정식 가입하지 않고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 가입을 요구하는 행정처분을 관계 당국에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남양유업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일종의 리베이트가 아니냐'는 질문에 "생각하기 나름"이란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에서 문제를 삼은 뒤 신규 대출은 하지 않고 있다"는 매일유업 측의 답변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남양유업의 '모럴 해저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경고음은 계속되고 있다. 2011년에는 뇌물 상납 의혹이 담긴 녹취록이 MBC 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고, 올해는 경쟁사 분유에 유해물질이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송해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모럴 해저드... 사법적 정의 훼손 '상징'

물론 남양유업의 무차입 경영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9월 한국거래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11년 연속 무차입 경영 신화를 일구고 있다. 지난해 현금유보율은 1만7608.58%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남양유업의 작년 매출액은 1조2029억3733만 원, 수출액은 167억1385만 원으로 1.39%에 불과하다. 그만큼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대한민국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모럴 해저드'는 오너의 사면 복권 이후 더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법적 정의의 의미를 되묻게 되는 순간이다.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장은 "총수들은 죄질에 비해 형을 적게 받는 편인데, 더 나아가 사면복권까지 시켜주다 보니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며 "노회찬 의원이 '대한민국 법은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고 하지 않았었나, 경제 권력에 의해 사법적 정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팀장도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불법 행위가 계속 재발한다, 따라서 이를 근절하려면 처벌이 훨씬 더 강력해야 하고 이익보다는 손해가 훨씬 크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른 큰 기업들로 하여금 학습효과도 생기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탈 IMF 모델'로까지 극찬 받았던 남양유업의 '도덕적 추락', 이는 자유라는 미명 아래 역설적으로 자유의 가치가 어디까지 훼손될 수 있는지를, 동시에 경제 민주화의 당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생생하게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임에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와 관련해 남양유업 측은 서면 질의 등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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