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호주법 폐지' 가장 앞장섰다?

[오마이팩트] 2000년부터 호주제 폐지 '소신' 지켜

등록 2012.11.05 14:35수정 2012.11.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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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통령선거 난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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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하나로전국연합 주최 '사회 통합을 위한 하나로 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박선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 "가부장제 상징이었다고 하던 대한민국의 호주법 폐지에 가장 앞장섰던 것이 박근혜 후보다."(2일,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

'여성대통령론'이 논란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박근혜 후보 본인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성이나 모성, 이런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의 여성정책이 없지 않았냐"라고 반문했고,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박근혜 후보는 정치적인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면서 "호주제 폐지라든지, 비례대표 홀수를 여성으로 하자든지, 우리 여성들의 권리와 삶을 지키기 위해서 여성들이 박빙의 인생을 살아올 때, 오히려 그런 여성들을 억누르는, 억압하는 정당, 정치세력의 지금 후보이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결혼했나, 애 낳았나, 애 키웠나"라면서 "생식기가 남성과 다르다고 해서 여성이라고 안 한다"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추진했던 '여성정책'을 근거로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일 박선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은 "가부장제 상징이었다고 하던 대한민국의 호주법 폐지에 가장 앞장섰던 것이 박근혜 후보"라고 주장했다.

2000년, 이미경·한명숙과 함께 '호주제 폐지 국민청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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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운동본부'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박근혜 후보의 호주제 폐지 지지 글 ⓒ 호주제폐지운동본부


박근혜 후보가 오랜 시간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 9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국민 2만6156명의 서명을 받아 '호주제 폐지에 관한 국민청원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 때 박 후보는 이미경, 한명숙 민주당 의원과 함께 '소개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박 후보는 2002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한 인터뷰에서도 "저는 호주제 폐지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그런 문제에서도 여성에 대한 인식이 옛날보다는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편견이 있다"면서 "그런 식으로 해서 여성들이 사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03년, 이미경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52명이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는데, 이 때 박근혜 후보도 동참했다(당시 공동발의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 명단 : 김형오 윤여준 박근혜 김정숙 김부겸 이부영 손희정 임진출 이상희 이우재 전재희 이연숙 오세훈 서상섭 김홍신 안영근). 하지만 호주제 폐지 법안은 여야 반발에 부딪혀 16대 국회에서는 심의조차 못한 채 폐기되었다.

17대 총선이 있었던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박 후보는 호주제 폐지를 총선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총선여성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표는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이고, 대표로 선출되면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피력하기도 해서 이번 한나라당 공약에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여성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라고 반발했다.

여성단체 간부출신 인사 "역할은 했지만 주도한 것처럼 그러니까 황당"

이후 17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호주제 폐지'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05년 1월 "한나라당은 찬성하는 권고적 당론을 정했고, 자유투표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여성들의 숙원이었던 호주제 문제가 2월 임시국회에서 어떻게든 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해 3월, 호주제 폐지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후보는 전여옥,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 등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호주법 폐지에 가장 앞장섰다"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시 여성단체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후보가 호주제 폐지 과정에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폐지 운동을 주도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황당하다"면서 "호주제 폐지 법안이 통과됐던 건, 참여정부가 당시에 호주제 폐지를 약속했고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6대 국회에서는 이미경 의원이, 17대에는 이경숙 의원이 호주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면서 "이렇게 박근혜 후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셨던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 '전자팔찌' 도입에는 가장 앞장서 
2005년 '전자위치 확인제도' 도입 추진...'인권침해' 논란도
박선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 "여성, 약자들에 대한 지금 가장 혐오스런 범죄 중에 하나인, 성폭력범죄, 성범죄자들에 대한 재범을 막고 그런 위험 속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발찌제를 가장 먼저 제안해서 법제화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역시 박근혜 후보다."(2일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

박선규 대변인은 2일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박근혜 후보가 추진했던 여성정책의 사례로 호주제 법안 폐지와 함께 '전자발찌제 법제화'를 들었다.

'전자팔찌'가 '전자발찌'로 바뀌기는 했지만 박선규 대변인의 발언은 사실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 4월, 박근혜 후보는 8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 한나라당은 부녀자를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는 전자칩이나 전자팔찌를 채워서 행동을 감시하는 강력한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성폭행 범죄는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고 말했다.

그해 4월 26일, 서병수 한나라당 제1정조위원장, 진수희 제6정조위원장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범죄자들에게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칩이 부착된 전자팔찌나 손목시계 등을 착용하도록 하는 '전자위치 확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책은 당시 '인권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각 후보의 '피노키오 지수'를 보시려면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사실검증 #박근혜 #여성대통령 #호주제 폐지 #전자발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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