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경쟁, 서열체제에 파열음 낼 수 있을까"

서울시의회 시의원이 본 서울시립대 행정감사

등록 2012.11.06 12:14수정 2012.11.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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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시립대 입시안이 발표되었다. 우연히 서울시의회 서울시립대 행정감사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반값 등록금을 실시해, 전국적인 유명대학이 된 서울시립대 입시 개선안을 마련을 촉구하며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기회균등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했지만 내심 우려도 컸다.

'백 사람이 백 가지 입시를 주장하는 현실에서 과연 단위 학교 입시안이 치열한 입시 경쟁의 원인인 대학 서열체제에 파열음을 낼 수 있을까'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대학입학제도개선기획단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또, 지난 한 달 동안 논술시험을 도입한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기준폐지를 둘러싸고, 대학구성원 간에 치열한 논란이 오고 간 끝에 수능최저기준을 폐지하지 못하는 전후 사정을 목격하며 2014학년도 입시개선에 대해 기대를 서서히 접기 시작했다. 일부 교수들은 "시립대가 외압에 밀렸다"며 반발한다는 과잉방어논리를 펴고 있었다.  

결국 오늘 행정감사에서 받아 온 서울시립대 2014년 입학제도 개선방안은 기존 3000가지 입시전형에 하나를 더하여 3001가지 입시안일 뿐 아무 메시지가 없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공공성을 택한 대학으로서 아이들을 살리고,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메시지가 실종된 채 입시 경쟁의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시를 앞세우며, 수능, 논술, 면접, 학생부, 심층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그대로 둔 채 입시전형요소를 8가지에서 5가지로 줄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궁핍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언론들이 관심을 두고 기사화하는 것을 보니 시립대가 유명대학이 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한 내 책임을 통감한다. 입시 공공성 문제에 철저하지 못했던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집행부에 대한 실망도 금할 수 없다.

존폐를 둘러싸고 시립대 내에서 논란이 된 수능 최저기준이란 것이 무엇인가? 수능시험은 도입 초기 그 통합적 문제풀이방식으로 신선함을 주었으나 결국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 반복학습을 한 학생, 오지선다형 문제풀이를 많이 한 학생이 유리한 시험으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2014년 수시전형에서 학교장이 추천한 내신성적우수 학생에게 고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논술시험을 치르며 수능등급을 적용하겠다는 시립대측 고집은 무엇인가?

결국 시립대 입시 개혁안의 기본 전제는 '시립대로 대변되는 전 국민의 입시 개혁의 요구는 포기하더라도 우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기득권의 편승하겠다는 욕망일 따름이다. 입시 경쟁(지옥)에 시달리는 70만 학생은 관심사가 아니며, 어느 정도 자격이 되는 학생들 잘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 중심의 사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애들은 죽건 말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입시 문제는 전형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시를 치르면 그나마 편법이 성행하는 불공정한 전형보다는 낫겠지만, 한국 특유의 치열한 입시 경쟁의 문제를 해소하거나 완화하는 것, 그래서 대안으로 대학체제 개편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그 입시제도는 한계가 있다.


주변 대학교수들은 "제발 시립대가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지원하여 추첨했으면 한다,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학생들의 문제풀이식 학습노동을 중단시키고 스펙 쌓기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전형"이라며 강권하고 있었다. 그들이 개그를 하거나 시립대가 망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과거 공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들. 예컨대 수행평가(내신에 반영), 논술고사, 비교과 영역 입시에 반영 등은 모두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보다 왜곡시키는 측면이 더 많은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말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고등학교와 입시와 관련짓지 않도록, 예컨대 고교가 추천하면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수능시험결과 일정 자격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하고 대학에서 잘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공교육의 위기가 대입 전형 자체보다는 치열한 입시 경쟁의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주변교수들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후보들중 일부는 국공립대입시안을 주장하기도하고, 교육운동단체들은 국립교양대학안을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오늘 서울시립대 행정감사에서 보고한 시립대 자체 평가를 보면  기회균등선발이나 농어촌 전형출신 학생들과 일반학생들의 학점을 비교해볼 때 농어촌전형출신들이 전형학생들에 비해 학점도 0.1~0.2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학업발전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는 선발보다 대학진학후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2014학년도 서울시립대 입시안에서는 수능최저기준을 2016년에 폐지한다는데 현재로서는 2016년에 대학입시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시립대가 신주단자처럼 모시는 수능최저등급을 서울대는 며칠 전 폐지했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롤러코스트를 탄것처럼 변화무쌍한 것이다.

서울시립대를  비롯해 한국교육환경을 둘러싼 흐름은 공공성의 확장과 창의적인 인재양성, 사회통합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립대입시, 비록 2014년도에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으나 2015년도에는 반드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할 것이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기회균형선발제 #박원순시장 #수능최저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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