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시의회 의장 "젊은 의장의 장점은..."

[인터뷰] 황순식 과천시의회 의장

등록 2012.11.10 14:42수정 2012.11.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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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식 과천시의장 ⓒ 유혜준


지난 11월 5일, 황순식(진보정의당) 과천시의회 의장을 과천시의장실에서 만났다. 77년생인 그는 올해 36살이다. 지난 2009년 결혼, 현재 10개월 된 아이를 둔 황 의장은 나이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최연소 의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황 의장은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른다"며 "언론이 확인해주면 좋겠다"면서 활짝 웃었다.

황 의장은 젊은 의장의 장점으로 "시민들과 의회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며, 젊기에 적극적으로 공부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꼽았다. 특히 황 의장은 "젊은 사람들이 지방의회에 활발하게 진출해야 지방의회가 변화·발전할 수 있다"며 젊은이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과천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님'이지만 황 의장은 30대 '젊은이답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청바지에 편안한 스웨터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했고, 줄곧 활짝 웃으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생각과 과천의 현황 그리고 그가 꿈꾸는 과천의 미래에 대해 열정적이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차림새만 봐서는 시의회 의장이라기보다는 시민단체 실무자 같은 인상을 풍겼다.

하나 덧붙이자면 과천시의원 7명 가운데 그가 가장 젊다. 가장 젊은 의원이 의장이 된 것이다.

다음은 황 의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77년생이다. 혹시 최연소 의장이 아닌지?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언론에서 확인해주면 좋을 것 같다."

- 의장이 젊어서인지 과천시의회가 젊다는 인상을 받았다. 장점이 있다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주민들이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 나이가 많은 사람은 만나서 얘기하기 부담스러운데 젊은 사람이라 얘기하기 편하다고 여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의회와 시민들의 거리를 줄이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로 굉장히 중요한 건데, 공부를 많이 한다. 젊은 사람들은 필요한 것은 준비하면서 공부를 하는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배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세 번째는 진보적이고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라는 게 보수와 진보를 일컫는 의미의 진보가 아니라 시대적인 가치 측면을 말하는데, 70년대생들은 민주화와 같이 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다르다."


- 과천시는 다른 시·군과 달리 경마장 때문에 마권세 수입이 많아 재정이 좋은 편이라 다른 시·군에서 부러워한다. 실제로는 어떤가?
"상대적으로 많이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재정이)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시의 가용재원의 절반 이상을 시장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마권세가 굉장히 잘 들어왔는데 그 때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시의 경우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수가 늘어나는데 비해 과천시는 세수가 고정되어 있다. 때문에 예전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황 의장은 과천시의 1년 예산은 2200억~2300억이며, 마권세 수입은 800억~900억 선이라고 밝혔다.

- 어째서 그런가?
"과천시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세수가 고정되어 있다. 재산세 등의 지방세 수입이 많지 않다. 마권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다. 여전히 1인당 세수로 따지면 전국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시가 작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들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시민 1인당 공무원 수가 가장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는 퍼주기 예산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황순식


- 과천시의회의 의원 구성이 재미있다. 7명 의원 가운데 진보정당 의원이 3명이나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 의회에서는 5명이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이었다. 이번에는 골고루 당선된 편이다. 진보정당 3명, 새누리당 3명이라 민주통합당 의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과천시민들의 학력이 높은 편이고 지식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성향이 아예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 과천의 가장 큰 현안이라면 정부종합청사의 세종시 이전문제일 것이다. 어떤 상황인지?
"2014년까지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부종합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다. 정부종합청사가 비워지면 정보통신위원회 등의 다른 부처가 들어올 예정이다."

- 그 때문에 지역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그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하던데?
"상인들을 위해서 이전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비게 되는) 청사에 대해서 정부에서 개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정부종합청사는 공간 자체가 폐쇄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공간 구조를 바꿔야 과천이 활기를 띨 수 있다. 청사 담을 허물고 시가지와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과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인데, 과천은 악재가 겹쳤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정부종합청사 이전과 관련, 황 의장은 "과천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 2위를 다투는 곳"이라며 "과천이 10년, 20년 뒤에도 전국 최고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기간을 잘 거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의장은 현재 과천은 "정부종합청사 이전 외에도 재개발과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래도시 과천의 비전을 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대선을 앞두고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질에 대한 문제도 계속 거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지방자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조건을 다 기다려서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분권강화에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에 맡긴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시행착오는 겪어야 하는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방의회 무용론을 펴는 건 아닌 것 같다."

ⓒ 유혜준

황 의장은 "지방의원들의 권한을 더 강화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대신 철저하게 평가를 하면서 의회를 감시하는 기능도 더불어 강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를 통해 의원들을 확실하게 평가한다면 의원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황 의장의 주장이다. 황 의장은 유권자들이 의원들을 "잘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의원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의원이 돼서 후회한 적은 없는데 의정활동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많다. 저 건은 이렇게 했어야 하는 건데, 이 건은 한 번 더 만나서 설득을 했어야 하는 건데, 이번에는 진짜로 명패를 던지면서라도 끝까지 싸웠어야 하는 건데, 하는 후회는 많이 했다. 더 잘했어야 한다는 후회인 거다."

- 의원이 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의회에 들어와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 사회에 대해서, 다양한 것들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의회에 많이 진출해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지방의회에서 일하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이 지방의회에 활발하게 진출해야 지방의회가 변화·발전할 수 있다."

- 젊은이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가 현재의 구조로는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진보정당은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 진보정당에서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낮지 않나?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인물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게 현실 아닌가.
"하기 나름이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내면 실력 있는 젊은 사람들도 충분히 (당선이) 가능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경우라면 무소속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의정활동이 재미있나?
"내게 맞는 것 같다. 새로운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 다른 시·군을 보면 의장들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던데 본인은 어떤가?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10시간~14시간 정도 일 한다. 책도 보고, 자료도 검토하고, 사람들도 만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떻게 보면 노는 것 같지만, 그게 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과천이 망가지지 않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게 잘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것 같다. 의장으로 의회가 잘 굴러가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서포터를 잘 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는 과천에서 진보정당 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의당이 됐든 녹색당이 됐든 진보적인 그룹에서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단순히 당선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개혁을 할 수 있는 준비 또한 해야 할 것 같다."

- 진보정당들이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에 지지 기반을 많이 잃었는데 가능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가 워낙에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일단 대선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대선 결과에 따라서 우리나라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까? 일단은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황순식 #과천 #과천시의장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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