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못 간다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니...

박근혜-문재인 후보 국가조찬기도회 헌신예배 참석, 불참한 안 후보 '웃음거리' 만들어

등록 2012.11.14 15:43수정 2012.11.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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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다른 주요 대선 후보들과는 달리 국가조찬기도회에 불참한 안 후보를 사회자가 마치 지각생같이 표현해 부정적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린 '2012 대통령 선거를 위한 국가조찬기도회 헌신예배'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참석했지만 안철수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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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오른쪽)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기도회 말미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 축사를 했고, 두 사람에 이어 등장한 사회자 김명규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부회장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께서는 아직 이 자리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기도회 참석자들은 이 말을 듣고 폭소했다. 이날 기도회 현장은 케이블 TV CTS를 통해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날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은, 안 후보가 마치 이 자리에 오기로 해놓고는 행사가 다 끝나가는 시점까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안내자료에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순으로 축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일반 참석자들은 안 후보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시작하는 시점에 안 후보는 서울 공평동 후보사무소에서 국방안보정책을 발표하고 있었다. 안 후보는 애초에 이날 행사 참석을 계획하고 있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안 후보 측은 "국가조찬기도회 행사는 처음부터 불참하겠다고 알렸고, 참석하겠다고 번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할 의사도 없었던 안 후보가 축사를 하는 것으로 안내 자료에 기재하고, 행사에선 사회자가 안 후보를 지각생처럼 취급했던 것. 안 후보가 마치 오기로 하고선 오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해 행사 참석자들의 비웃음을 사게 만든 것이다. 이날 행사 사회자인 김명규 부회장은 14·15대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안 후보의 불참의사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장헌일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 후보가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김 부회장의 '안철수 지각생' 발언에 대해선 "나는 현장에서 워낙 돌아다니다보니 해당 부분을 듣진 못했는데, (기자가 말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좀 그렇다(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이날 행사 안내자료에도 안 후보가 축사를 할 계획으로 기재돼 있는 것에 대해 장 사무총장은 "인쇄는 이미 들어가 있어서 변경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안 후보도 참석할 수 있도록 끝까지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 후보 측 실무자와 계속 통화하면서 어제(13일) 밤 10시까지도 그쪽에서 '참석할 수 있도록 최종적으로 노력해보겠다'고 했고, 오늘 새벽에 최종적으로 '갈 수 없겠다'고 알려와서 나도 이사회에 안 후보 불참을 알렸다"며 "중요한 행사이니만큼 끝까지 안 후보가 참석해주길 바라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말끝마다 신도들 "아멘!"...문재인 "사랑·공평·공정·정의의 나라 만들 것"

한편 이날 박근혜 후보는 축사에서 "내년엔 세계적으로 더 큰 위기가 온다는 전망도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치가 국민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시고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준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지도자를 다시 하나님께서 세워주시리리 믿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우리 정치가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할 수 있도록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기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저도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목사님, 그리고 성도님 여러분 저는 '화평케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 지역·이념·세대·계층으로 갈려져 반목하고 갈등하는 일이다.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함께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부터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축사에서 개신교계가 산업화와 민주화, 사회복지와 남북 교류사업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치켜세우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다. 국민 누구나가 하나님의 아들 딸로 동등하게 대접받고 존귀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야 한다. 그게 바로 경제민주화이고 복지국가"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과 일치와 연대의 새 질서를 만드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며 "대통령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종교가 함께 통합의 역할에 앞장서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문 후보는 이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도 종교가 더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종교계와 문화예술계등 다양한 대북 민간교류협력 사업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예수님의 사랑에 따라 국민을 사랑하면서, 모든 국민이 공평한 기회를 갖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정의를 따뜻하게 나누는 나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개신교 신도들의 반응은 박 후보 쪽이 훨씬 열기가 높았다. 박 후보가 축사를 하러 연단에 오르자 신도들의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고 박 후보의 말이 한 문장씩 끝날때 마다 "아멘!" 하면서 박수를 쳤다. 반면 문 후보에 대해선 반응이 한결 덜한 모습이었다.
#안철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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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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