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큼 알아둘 필요 있는 '대통령이 못된 남자'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가이드

등록 2012.11.15 10:41수정 2012.11.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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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제외하곤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과연 어떤 인물이 출마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든,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든 간에 둘 중의 한 명으로 교통정리가 될 예정이고, 그와 동시에 선거의 판세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선거의 양상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던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연상하게 한다. 선거를 100일 앞둔 상황에서 10% 대의 지지율에 허덕이던 노무현 후보는 막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그리고 선거 전날 단일화가 파기되는 파란을 겪는 와중에 내성을 키우면서 대세로 지목되던 이회창 후보를 무너뜨린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2002년 모두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선거에서 두 차례나 고배를 들었다. 왜?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선거 때마다 분석을 위한 전문가로 곧잘 초빙되는 고성국 정치 평론가가 저술한 <대통령이 못된 남자>라는 책이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맨 첫 장에서는 기업 CEO에서 국가 CEO로 변화를 시도한 이들의 이야기를, 두 번째 장에서는 확실한 대세로 꼽혔지만 정작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에 대한 분석을, 세 번째 장에서는 1인자가 되지 못한 2인자들의 이야기들을, 네 번째 장에서는 이미지 정치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후보들의 이야기를, 다섯 번째 장에서는 역대 진보진영의 대선후보들을 리뷰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의 킹메이커 역할을 맡았던 정치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대통령이 되지 못한 이들의 사례를 보면서 느끼게 된 부분은 바로 대중의 심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꿰뚫고 이슈를 주도하는 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내세운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다. 당시 IMF 구제금융 사태로 국민이 패닉에 빠져 있을 당시, 풍부한 정치 경험과 인생 역정을 겪은 김대중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이라 슬로건은 김대중 후보가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는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선사하기에 충분하였다.

김종필과 박철언, 대조되는 행보와 결말을 맞이한 대표적인 2인자 정치인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3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2인자 자리를 유지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경우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충청권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동안 정권의 2인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노태우 정권 시절 황태자로 불리웠던 박철언 전 의원의 경우 대중적 지지기반이 상당히 미약한 상황에서 섣불리 후계자로 나서려다 역풍을 맞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 시절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김영삼 당시 민자당 총재와 치열한 권력다툼을 펼쳤지만, 박철언에게 없는 것은 바로 대중의 지지기반이었다. 오히려 6공의 황태자로 불리우면서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심어준 박철언은 결국 김영삼과의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결국 카지노 스캔들로 구속되면서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역대 뉴스의 정치면에서 한 번씩은 상당한 비중이 할애되었던 유수의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왜 대통령이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분석이 곁들여진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들이 있었다.

우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대한민국은 기나긴 군사정권 시대 및 체육관 선거시대가 종결되었지만, 야권이 분열되는 바람에 군인 출신의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1992년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이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쳐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이르게 되었다.

여전히 민주주의는 토양을 내리고 있는 단계이다. 지나치게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실용노선을 추구한다는 명목하에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에 불감증을 보인 이명박 정권은 집권기간 동안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여전히 민주주의가 숙성되지 못한 단계에서 모든 민주적인 절차와 정치를 건너뛰려는 행보가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메시지와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지지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3당 합당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DJP 연합을 통해 중도층 지지기반을 확보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비록 선거 전날 파기되었지만)와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을 통해 중도층의 표를 흡수한 노무현 후보 모두 통합전략을 구사한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결국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은 중도성향의 표를 흡수할 수 있는 흡인력을 지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된다.

정치에 관심있고, 특히 이번 선거의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정은문고, 2012


#책 #대통령이 못된 남자 #고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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