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회사도 울린 '따라쟁이' 남양유업

[오너 리포트 - 남양유업②] 맞수 매일유업과 연구개발비 비교해봤더니

등록 2012.11.19 14:51수정 2012.11.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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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성공 전략은 '따라쟁이'.

지난 8월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1조 2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한 남양유업 성공 핵심은 국내외 제품을 가리지 않고 모방하는 '따라쟁이'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며 여러 제품 사례를 나열했다.

2005년 출시 이후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기록한 히트 상품 '17차'는 일본 아사히사의 '16차'를 모방해 성공한 케이스였으며, '맛있는 우유 GT' 또한 일본 메이지 유업의 '오이시 규뉴(맛있는 우유)'와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고 지목했다.

국내 제품에서는 동서식품이 '카누'라는 원두커피믹스를 선보이자, 정확히 8개월 뒤 포장과 이름이 비슷한 원두커피믹스 '루카'를 선보였으며, '3번 더 좋은 우유' 역시 올해 초 매일유업이 출시한 '좋은 우유'를 모방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신문은 이와 같은 '따라쟁이' 전략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는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회사 매출을 증대시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양아기밀 형제도 울린 '노이즈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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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9월 동아일보에 실린 남양산업의 아기밀 프러스 광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유식을 개발한 업체로 알려져 있는 남양산업은 남양유업의 '형제 회사'였다 ⓒ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하지만 적어도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따라쟁이'는 '중장기적으로' 검증된 전략이다.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전략으로 형제회사까지 울린 곳이 남양유업이기 때문이다. 비운의 주인공은 '남양 아기밀'하면 떠오르는 남양산업이다.

남양산업은 남양유업 창업자 고 홍두영 회장(현 홍원식 회장 아버지)의 친동생 고 홍선태씨가 1970년 설립한 회사다. 남양유업 영업부장으로 일하다가 독립, 우리나라 최초로 이유식을 개발·판매하게 되는데, 1975년 보도를 보면 시장점유율 1등이었을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였다고 한다.

형 회사는 분유, 동생 회사는 이유식, '사이좋게' 국내 시장을 주름잡던 이들 형제 관계는 1984년 남양유업이 '점프'란 제품으로 이유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얼마 후 한때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남양산업의 이유식 시장 점유율은 형 회사의 '공격'에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갈등은 1993년에 이르러 최고조에 이른다. 남양유업이 남양산업 제품을 사실상 유사품으로 취급하는 문구를 제품에 넣은 것이다. 이름이 비슷한 양사 제품 간의 혼동을 막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남양산업 제품을 유사품으로 오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처음에는 자기회사 이유식 제품 용기에 '남양분유 이유식은 스텝 로얄과 이유밀 IQ 뿐입니다. '아기밀 프러스'는 남양유업 제품이 아니오니 혼동 없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스티커를 붙였다. 남양유업은 이같은 내용의 문구를 이유식 제품 용기에 아예 인쇄하고 빨간 글씨로 '확인요'란 제목까지 달아 남양산업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1993년 11월 2일자 연합뉴스)

이유식 시장을 먼저 개척한 남양산업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밖에 없는 '노이즈 마케팅'. 분위기는 갈수록 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양사는 1995년 상표권 마찰로 제소에 이르게 되고, 1996년 남양산업은 도산 직전에 이르게 된다. 일동후디스 전신이 바로 남양산업이다.

'따라쟁이' 전략으로 남양알로에와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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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른바 '카제인나트륨' 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1991년 파스퇴르 유업과의 유해 논쟁이 일어났을 때 "아기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성분"이라고 홍보했던 당시와는 다른 명백한 '이중 플레이'였다 ⓒ fcafemall.namyangi.com


"피고가 '○○' 상표를 등록 출원한 것은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시킬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어 사용되고 있는 원고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원고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형식상 상표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합니다."(2009가합37○○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조서 청구취지)

위 조서에서 피고는 남양유업, 원고는 남양알로에로 잘 알려진 (주)남양. 몇 년 전 남양산업과 유사한 갈등을 남양유업과 빚었던 곳이다.

남양유업은 2004년 6월 '남양알로에生'이란 제품을 내놓는데, 이 제품이 '남양알로에' 상표와 혼동을 일으킨다며 남양산업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상표 무효 소송을 제기한다. 2008년 2월 대법원 판결에서 (주)남양은 승소한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뒤에도 해당 제품을 계속 생산·판매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2009년 다시 제기한다. 당시 보도를 보면 (주)남양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유사상표라는 확정판결이 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다면 남양유업의 상표권 침해행위는 상도덕을 무시한 도를 넘는 일"이라고 울분을 표시한다.

자사 제품과 혼동 없기를 바란다며 스티커까지 붙였던 '동생 회사'와의 경우를 떠올리면, 확실한 '이중 플레이'였던 셈이다. 이 소송에서 남양유업은 제품의 표장(상표)을 변경하고, 2천7백5십만원을 (주)남양에게 지급하라는 조정 판결을 받았다.

아기에게 유익하다고 했던 카제인나트륨 '이중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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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 26일자 <경향신문>에 실렸던 파스퇴르 '반박 광고'. 당시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이 아기에게 매우 중요한 영양성분이라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다음 해인 2010년에도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다시 '이중 플레이'를 선보인다. "프림 속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 나트륨을 뺐다"거나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 "프림에 카제인을 넣은 커피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식의 광고 문구로 당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동서식품 제품을 사실상 깎아내린 것이다.

비록 "우리는 카제인 나트륨이 인체에 해롭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 남양유업 측 입장이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기에는 충분한 문구였다. 이를 두고 당시 한국식품안전연구원 이광원 고려대 교수는 보도를 통해 "카제인은 우유에서 얻어지는 평범한 우유 단백질의 하나"라며 "이런 논쟁으로 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과거 남양유업 스스로 카제인 나트륨을 아기에게 매우 유익한 영양성분이라고 홍보했다는 사실이다. 1991년 파스퇴르가 분유 시장에 진출하면서 광고를 통해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피자, 당시 독일정부기관의 공식 문서까지 공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던 곳이 남양유업이었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이용한, 명백한 '이중 플레이'인 것이다.

남양유업의 '따라쟁이'를 단순히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노이즈 효과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견상 '티'는 잘 나지 않지만, 더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구개발비 투자, 남양유업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맞수' 매일유업과 비교해봤다.

맞수 매일유업보다도 연구개발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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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매일유업 연구 개발비 현황 (매출액대비) ⓒ 고정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이용해 2002년부터 양사의 연구개발비 현황을 비교해봤더니, 한때 매일유업의 2배가 넘었던 남양유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최근 격차가 크게 줄어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매일유업이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을 정점으로 남양유업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매일유업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로 인해 절반에도 못 미쳤던 매일유업의 연구개발비 총액 역시 2009년 남양유업의 82.4%, 2010년 72.5%, 2011년 74.2%, 2012년 85.8%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남양유업 매출액은 1조2052억 원, 매일유업은 9759억 원이다.

물론 세계적인 식품 대기업들과 달리 연 매출액의 1%도 되지 않는 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개선이 꼭 필요한 문제다. 작년 식중독균, 아질산염 등이 검출되며 커다란 악재에 휘청거렸던 매일유업 상황이 반영됐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2008년 멜라민 파동의 당사자였던 곳이 또 남양유업이었음을 감안하면, 남양유업 연구개발비 비율이 매일유업보다도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의외임이 분명하다.

연구개발 담당조직 현황을 봐도 남양유업은 49명으로 매일유업의 60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사급 인력 역시 남양유업은 2012년 상반기 4명, 매일유업은 10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비교해봐도 남양유업은 연구개발 담당조직에서 박사급 인력이 2명∼4명 수준이었지만, 매일유업은 최소 5명에서 11명의 분포를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도 울린 '따라쟁이' 전략의 중장기적인 '이면'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한편 남양유업은 위 기사 내용과 관련하여 '노 코멘트'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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