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 중년의 매력 어디에서 나올까?

"나이 들수록 깔끔하게 보이는 게 좋다"... 초라해도 빛나는 '옷 잘 입는 사람 이야기'

등록 2012.11.22 13:13수정 2012.11.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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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매장이 썰렁했습니다. 마네킹처럼 근육질의 중년이면... ⓒ 임현철


'옷이 날개'라고 합니다. 옷은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수단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만 치중하다 보면 껍데기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텅 빈 강정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이 겉과 더불어 내면을 중하게 여기라고 했나 봅니다.


"아빠는 옷이 너무 없어."
"당신 옷 좀 사야겠어요."

아내와 딸이 자주하는 말입니다. 옷이 없긴 없나 봅니다. 그렇더라도 옷에 대해 별반 관심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대충 편히 입었습니다. 추위와 더위 등을 피하면 되고, 추하지 않으면 그뿐이니까.

옷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겉을 치장하는 복장이란 의미의 '외면의 옷'입니다. 외면의 옷은 그 사람의 이미지와 경제력 등을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또 청빈과 겸손 혹은 허영과 사치 등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이는 성형으로 대표되는 외모 지상주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감싸는 '내면의 옷'입니다. 내면의 옷은 그 사람의 가치와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타인과 구별되는 독특함입니다. 내공 혹은 향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때로 독선과 아집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내면의 옷과 외면의 옷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울 것입니다.

초라해도 빛나는 '옷 잘 입는 사람 이야기'


<진천의 민속>(서원대 호서문화연구소, 1975년)에 수록된 '옷 잘 입은 사람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 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원래는 외당에서 말하는 소리가 내당에 들리면 안 되지만, 워낙 손님이 많이 드나들다 보니 외당에서 하는 소리가 내당까지 들리곤 했다. 어느 날 부자가 들어 보니, 자기보다 훨씬 가난한 사람이 옷을 가장 잘 입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부자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궁금하여 가난한 사람이 옷을 어떻게 입는지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집을 찾아 나섰다. 그 집에 가니 집주인이 부자를 객실로 인도하는데, 가만히 보니 무명 바지저고리를 한 벌 입고 있었다. 부자는 명주옷을 입고 갔는데, 옷을 잘 입는다는 사람이 싸구려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부자는 집주인과 마주 앉아 지필묵을 놓고 서로 글을 한 줄씩 문답하며 시간을 보내다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아침 부자가 일어나 앉았는데, 밖에서 무명 바지저고리를 한 벌 들여보냈다. 집주인은 무명 바지저고리를 벗어 놓고 새로 들여온 무명 바지저고리로 갈아입었다. 이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은 무명 바지저고리를 매일 갈아입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부자는 가난한 사람이 옷을 잘 입는다고 소문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하루 입었던 옷을 가져다가 빨래를 하여 이튿날 다시 입는다는 것이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비싸고 좋은 옷을 입고 다녀서 옷을 잘 입는다고 소문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옷을 갈아입는 그 정성이 훌륭해서 옷을 잘 입는다고 소문이 난 것이었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외형상 초라해도 빛날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눈에 빤히 보이는 물질보다 정신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삶의 깊이가 부족한 게 누구 탓일까,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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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꽃중년이 될까? ⓒ 임현철


"아빠, 옷 매치가 영 아니다. 다시 골라 입어요."

아빠가 입은 옷에 대해 딸은 가차 없이 품평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난 주말 아내에게 이끌려(?) 옷 가계에 갔습니다. 아내 또한 내세운 명분은 명확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과대 포장할 필요는 없지만, 나이 들면 들수록 깔끔하게 보이는 게 좋다."

백 번 천 번 동의합니다. 중년 남편을 예쁘게 가꾸고자하는 아내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서글펐습니다. 아무래도 아내는 남편이 노력 중인 '내면 옷'의 아름다움 추구에 대한 하염없는 기다림을 끝내려는 심산 같아서입니다. 삶의 깊이가 부족한 게 누구 탓일까, 마는.

아내와 함께 매장에서 본 옷들은 화려한 패션에서부터 기능과 실용성을 강조한 아웃도어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옷들에 비해 매장 안은 썰렁했습니다. 백화점뿐 아니라 일반 옷 매장까지 손님이 줄어 울상이라더니 눈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옷 고르기는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왕 옷을 살 거라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옷 고르기를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나이 들어 초라해질 자신에 대한 반발인 셈입니다. 다만, 내면의 깊이가 깊어지길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옷 #중년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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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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