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일광욕하는 관객, 현대미술을 완성하다

[저자와의 대화] 오감으로 느끼는 현대미술 <감각의 미술관> 저자 이지은 교수

등록 2012.11.23 17:58수정 2012.11.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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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누워 일광욕하는 관객, 현대미술을 완성하다 현대미술을 감각사로 정리한 '감각의 미술관'의 저자 이지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 최인성


갤러리에서 요리해 무료로 나눠주는 아티스트, 인공 태양이 설치된 전시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관객들. '미술은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며 오감으로 즐기는 현대미술을 소개한 책 <감각의 미술관>입니다.

현대미술을 감각사로 정리한 <감각의 미술관>의 저자 이지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 서두에서 예술이 시대정신을 가장 날카롭게 꿰뚫어 표현하지만 정작 동시대인들에겐 난해하단 이유로 관심 받지 못한다며,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을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감각의 미술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우리가 드라마, 가요는 쉽게 이해하는데 현대음악이나 현대미술은 쉽게 이해할 수 없을까요. '전위, 아방가르드' 이러면 사람들은 먼저 등한시하죠. '아 어차피 전위는 이해하기 힘든 것, 어차피 아방가르드는 남 일'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가장 첨예하게 꿰뚫고 있고 그것을 가장 몸으로 혹은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모든 예술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죠. 동시대성이라고 하는 것이 예술가들에겐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시대성 혹은 그것의 한발 앞서는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있겠죠. 따라서 동시대인인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동시대의 미술이라는 것은 늘 참으로 외로운 처지입니다."

이날 이 교수는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관객의 집에 직접 찾아가 설거지를 대신 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작가가 원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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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이지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감각의 미술관>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이 교수는 또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뷰티(Beauty)'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현대미술이 체험을 통해 관객들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갔는지도 설명했습니다.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이제는 작품이 어떤 닫힌 결과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향해서 열려있다는 겁니다. 지금 이 작품도 엘리아슨의 뷰티라는 작품인데 천장에다 스프링클러를 하나 설치해놓고 물을 칙칙 뿌립니다. 그리고 조명등을 비추면 이렇게 오로라같이 예쁜 무지개가 습기를 따라서 형성이 돼요. 사람들이 그 방을 왔다 갔다 합니다. 마치 오로라 속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전시를 보는 도중에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Wow, It's a free shower! (공짜 샤워네!)' 그랬더니 생전 처음 보는 또 다른 관람객이 얘기해요. 'Well, just bring your soap! (비누만 갖고 오면 되겠네!)' 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웃었어요. 우리가 여태까지 어떠한 미술작품을 보고 그렇게 재미난 대화를 했을까요. 물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전에 미술관의 분위기에서는 '떠들지 마세요. 방해됩니다. 만지지 마세요' 이러면서 쫓겨납니다."


이어 이 교수는 이제 "우리시대의 미술의 주안점은 작가에서 관람자로 옮겨졌다"고 강조하며 "관객이 작품 안에서 놀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현대미술을 즐기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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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감각의 미술관> 책표지 ⓒ 이봄 출판사

"우리 시대의 새로운 미술은 주안점이 작가에서 이미 여러분에게 옮겨왔습니다. 관람자에게 옮겨왔다는 거죠. 이제는 관람자가 작품을 만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가는 뭘 하죠? 세팅을 해주는 거예요. 이젠 여러분이 놀 차례가 됐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작품의 일부이고 여러분이 작품을 완성합니다. 현대 미술 아직도 어렵습니까? 어렵죠, 하지만 여러분이 즐길 준비만 돼 있다면 가서 즐기시면 됩니다."

현대미술이 시각을 넘어 다양한 감각들로 확장되고 매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연구해 온 저자 이지은 교수는 <감각의 미술관>을 통해 현대미술을 감각사로 설명하면서, 우리 시대의 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지은 교수의 '감각의 미술관' 저자와의 대화는 <오마이TV>나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감각의 미술관 #저자와의대화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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