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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부부> 뿌리깊은 '가부장 판타지'의 몸부림

[TV리뷰] 신선한 설정 뒤집은 억지 재결합…사랑보다 중요한 인연의 힘?

12.11.28 10:45최종업데이트12.11.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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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울랄라 부부> 포스터 ⓒ KBS


어제(27일) 18회로 종영한 KBS 월화 드라마 <울랄라 부부>. 일단 초반 시작은 순조로웠다. 조강지처 나여옥(김정은 분)과 아내 몰래 바람피운 남편 고수남(신현준 분)이 서로 몸이 바뀌어 '역지사지'를 경험한다는 것. 이미 <울랄라 부부> 최순식 작가 전작 SBS <돌아와요 순애씨>, 김은숙 작가 작품 SBS <시크릿 가든>에서 일어난 '영혼 체인지' 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과거 '악연'으로 끝났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가, 천상 '부부의 연'을 맺을 수밖에 없는 고수남, 나여옥 부부가 서로 돌아보고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드라마 <울랄라 부부>의 미덕은 거기까지이다. 부부가 영혼이 바뀌는 극적인 설정까지 있었으면, 부부였다가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린 수남과 여옥이 왜 다시 부부로서 살아가야 하는지 충분한 명분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울랄라 부부>는 그 점에 있어서 시청자를 이해시키지 못했다.

부부가 몸이 뒤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 원상 복귀하고, 결국 수남과 여옥은 둘로 갈라섰지만, 대다수 여성 시청자들 눈에 수남은 '애틋한 재결합 대상'이 아닌, 꿈에도 만나기 싫은 전 남편에 불과했다. 오히려 여옥의 남자로 지지를 받은 상대는 과거 여옥의 연인이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졌다가 호텔 총지배인으로 화려하게 여옥의 앞에 나타난 장현우(한재석 분)이다.

그리고 수남에게도 여옥이 아닌 예전부터 돈독한 사이였던 빅토리아(한채아 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이 원하는 쪽은 여옥의 진정한 독립, 혹은 현우와의 새 출발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보다, 월하노인(변희봉 분)이 이미 정해둔 '인연'을 중시하는 <울랄라 부부>는 멀쩡하던 여옥을 간암 환자로 만들어 놓았다. 여옥이 살 방법은 여옥과 혈액형이 맞는 고수남의 간을 이식하는 것뿐이다.

바람피운 남편. 아내 아플 때 헌신적으로 돌변하면 그만?

여옥과 살면서 평생 여옥 위의 군림하기만 했던 수남은 여옥의 투병 소식을 듣고, 그제 서야 뒤늦은 '개과천선'에 돌입한다.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간을 여옥에게 내 주겠다고 한다.

고수남의 간을 받고 다시 생명을 되찾은 여옥은 미국으로 건너가고, 그 이후 커리어우먼으로 금의환향한 여옥. 그리고 그녀가 다시 선택한 짝은 당연하게도, 그녀의 전남편 고수남이다. 고수남의 뒤늦은 회한의 눈물과 간 이식으로, 그동안 아내 몰래 바람피우고 아내를 구박한 것 모든 게 다 용서된 것이다.

애초 <울랄라 부부>가 지향한 바는 이혼율이 날로 높아가는 시대, 부부의 연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취지였다. 극이 인기를 끌면 끌수록 여옥과 현우를 이어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대세를 이뤘지만, 제작진은 자신들의 뚝심대로 '정해진 인연'을 강조하는 월하노인의 고집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

그렇다면 <울랄라 부부>는 왜 현우가 아닌 수남과 여옥이 다시 이어져야 하는지 18회 분량 동안 시청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제작진과 시청자가 결말을 놓고 동상이몽을 하던 <울랄라 부부>는 이도 저도 아닌 찜찜한 조강지처 해피엔딩(?)을 만들어 냈다. 재결합 이후 예전과는 달리 자상한 남편으로 탈바꿈한 고수남을 보여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돌아와요 순애씨>를 통해 남편 애인과 영혼을 바뀌어가면서까지 남편과 애인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하고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잃어버린 꿈과 젊음을 대신 찾아주던 최순식 작가의 전작보다 한창 후퇴한 관점이다.

그나마 <울랄라 부부>에서 가장 공감가는 대사라면, 17회에서 인연보다 사랑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무산신녀(나르샤 분)가 고수남을 두고 "쓰레기"라고 일컫는 발언이랄까. 결과적으로는 악연도 인연이라고 억지로 봉합시키는 월하노인의 승리로 끝났지만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에도 뿌리 깊게 내리박고 싶은 '가부장 판타지'의 눈물겨운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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