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아름다운 설경... 등산객 발길 북적

"왜 고생을 사서 하지?"라던 나도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등록 2012.12.13 14:17수정 2012.12.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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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해발 638m) 정상부근 능선길에 벚꽃길 같은 눈꽃길이 펼쳐져 있다. ⓒ 박상봉


수도권의 대표적인 겨울 산행지로 꼽히는 수락산. 이곳은 아름다운 눈꽃 설경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지난 12일 오전 9시께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수락산을 찾았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눈이 내렸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예년보다 빠르게 눈꽃 설경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등산로를 찾았다. 수락산 초입에 있는 진입로는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가족·연인 등 시민들로 가득 찼다.

수락산은 해발 638m이며 도봉산과 함께 서울의 북쪽 경계를 이룬다.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노출돼 있으나 산세는 험하지 않다. 주말이면 수도권 등지에서 몰려든 산악인들로 붐비는 산이다. 이 산은 북한산·도봉산·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수락산 진입로에 모여든 등산객들은 "겨울 산행에는 등산화 바닥에 부착해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등산 장구인 '아이젠'(eisen) 착용이 필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 아이젠을 가져온 사람들은 가져오지 않은 사람에게 한발에 한 쪽씩 아이젠을 빌려주고 있었다. 수락산 진입로인 시립양로원 앞에서 산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락산에는 시립양로원 앞, 약수터, 계곡삼거리를 거쳐서 가는 길과 깔딱고개를 지나서 기차바위오름길(철난간지대)을 타는 길이 있다. 일단 나는 깔딱고개으로 방향 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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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해발 638m) 정상부근 능선길에 벚꽃길 같은 눈꽃길이 펼쳐져 있다. ⓒ 박상봉


깔딱고개 향하는 진입로부터 시작해 새하얀 눈이 쌓이면서 단풍잎으로 덮였던 등산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도 온통 하얀 눈에 뒤덮였다. 등산화 발바닥 아이젠이 다져진 눈에 찍히는 촉감을 느끼면서, 귀로는 "뽀드득"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하얀 눈을 벗 삼아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걷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눈으로 하얗게 쌓인 등산로 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영하 떨어지는 겨울 날씨임에도 30여 분 올라가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약수터에서 계곡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깔딱고개가 눈앞에 들어온다. 지금 깔딱고개 아래를 걷고 있는 것이다. 깔딱고개에 도착했다.

이곳까지 확성기를 통해 "유권자 여러분! 대선 기호 1번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주십시오" "기호 2번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주십시오"라는 선거 유세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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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해발 638m) 정상부근 능선길에 벚꽃길 같은 눈꽃길이 펼쳐져 있다 ⓒ 박상봉


깔딱고개에서 잠시 몸을 추스르고 이제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깔딱고개 여기서 정상까지는 500여 m 남짓. 하지만 기차바위오름길(철난간지대) 쇠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난코스다. 건장한 성인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일쑤. 그래서 노약자나 어린이는 산행을 멈추고 깔딱고개에서 하산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깔딱고개에서 기차바위오름길(철난간지대) 빙판길이라 쇠줄에 의지해 정상에 올랐다. 조심 또 조심. 잔뜩 긴장하고 아찔한 순간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겨울바람도 거세고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칠 때는 보는 이도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기 때문에 정상에서의 성취감은 남다르다.

화강암벽을 타고 어느새 수락산 정상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 표지석보다 (해발 638m)라고 적힌 자그마한 표지석이 볼품은 없지만 더 앙증맞고 귀엽다.

눈꽃은 수락산(해발 638m) 정상부근에서 남쪽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등산코스에 나무들의 가지마다 맺혀있는 마치 고운 벚꽃 같은 눈꽃길이 걸쳐 펼쳐져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정상부근 내려다보면 동쪽에 금류계곡, 서쪽 쌍암사·석림사, 남쪽 계림암·흥국사, 동쪽 비탈면 등 능선 굽이굽이 이어진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심지 곳곳에 빼곡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 건물들 풍경도 성냥갑처럼 펼쳐져 있다.

수락산 정상이라고 불리는 주봉에서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카메라로 인증사진을 찍어댔다. 손이 너무나 시려 작동하기도 힘들었다. 손을 두꺼운 장갑 속에 넣어 녹여가면서 계속 찍었다. 이곳에 모여든 등산객들과 함께 보온병에 뜨거운 커피를 한잔 나눠 마시고 잠시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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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해발 638m) 정상부근 능선길 노송들 사이사이 하얗게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눈꽃이 펼쳐져 있다. ⓒ 박상봉


이후 수락산 정상등정의 기쁨을 마음껏 누린 다음에 다시 아슬아슬한 하산이 시작된다. 산악사고는 산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많이 발생한다. 등산화 바닥에 아이젠을 착용했는데도 화강암으로 이어지는 빙판길에 바위가 많아 위험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수락산 정상부근에서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치마바위까지 안전하게 내려온 후 장군약수터쪽으로 길을 잡았다. 장군약수터에서 노원계곡길을 지나서 천상병산길을 거쳐서 수락산역 3번 출구쪽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노원계곡길 따라 천상병산길 내려갔다.

천상병산길에 다다르렸다. 그곳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계곡에서 남매가 2인용 썰매에 나란히 앉아 타서 서로를 끌어안고 눈 위를 뒹굴면서 "엄마,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썰매를 타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눈 위에 아예 누워 있는 모습이 눈길 끌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주부 김아무개(40)씨는 "계곡에 그대로 눈이 쌓여서 썰매만 있으면 눈 위에서도 썰매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얼어 있어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아이들과 함께 썰매를 타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 즐겁습니다"라고 말했다.

왕복 4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올라갈 때는 왜 이 고생을 사서하는가"라고 말했지만 내려오니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수도권 명산이라고 불리는 수락산은 겨울산의 설경으로 산을 알게 해주는 곳이다. 눈부신 설경과 눈꽃들이 피워낸 겨울의 깊은 멋과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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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천상병산길에 표지판 지붕에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 박상봉


덧붙이는 글 박상봉 기자는 원진비대위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원진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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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기자는 원진비상대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사무처장역임,원진백서펴냄,원진녹색병원설립주역,현재 서울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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