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중국, MD로 압박하는 미국, 철부지 MB

[정욱식 칼럼] 북한의 위성 발사와 G2의 충돌

등록 2012.12.13 18:30수정 2012.12.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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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모습. ⓒ 연합뉴스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을 놓고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비롯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중국 외교부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적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매우 도발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만큼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동의 여부이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동의를 강제하기 위해 중국이 두려워하는 카드를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 가속화가 바로 그것이다.

MD로 중국 압박?

이와 관련해 13일자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게 불편한 선택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기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들은 중국이 봉쇄전략으로 간주하는 것과 구별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미국의 고위 관리 발언 속에 잘 담겨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21세기 최대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해온 MD 증강을 비롯해,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해온 수역에서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동맹국들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늘리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부시 행정부 2기 때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도 이러한 전략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는 올바른 접근"이라고 말했다. 특히 "MD 구축을 가속화하면 중국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 구하기와 한-미-일 3각 동맹 추진

미국이 중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건드려야 한다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 1기 때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 이러한 내용을 알리면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에는 북한과 중국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이나 북한의 경고에 비춰볼 때, 추가적인 대북 제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등 사태를 심각하게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미국도 모르지는 않는다. 또한 한반도 위기 고조는 미국이 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시리아 사태나 이란 핵문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북 강경 대응을 선택하고 중국에 대한 강압 외교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2기 국무장관으로 강력히 선호하고 있는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 '구하기'이다. 라이스는 지난 9월 11일 발생한 리비아 테러 사건이 이슬람을 모독한 영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가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스가 공화당이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성공한다면 공화당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면서 국무장관 후보로 재부상할 수 있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고 할 때, 오바마 행정부는 분명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하나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로 불리는 중국 봉쇄 정책의 본격화이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 재균형(rebalancing) 전략 및 이를 위한 한-미-일 3각동맹을 추구하면서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워온 것이 바로 '북한위협론'이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도 만류했던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대북 제재에 동의하던지, 봉쇄 정책을 감수하던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동참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게 강경 자세를 선택했다가 득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 핵실험과 로켓 발사와 같은 '마이 웨이'를 더더욱 고집했다. 그리고 이는 '북한위협론'을 증폭시켜 MD를 비롯한 미국의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의 빌미로 이용됐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든 그렇지 않든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는 미온적이면서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대중 봉쇄 전략을 강화하려고 한다는 불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새우가 될 것인가, 돌고래가 될 것인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힘겨루기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입장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임기 말까지 대북강경책과 한미동맹 '올인'으로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분명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을 이유로 한국에게 더 적극적인 MD 참여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선택은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컨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MB 정부처럼 호의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 정부 출범 때처럼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G2 시대에 한국이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새우'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고래를 춤추게 할 돌고래'를 꿈꾸게 될 것인지 판가름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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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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