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는 방법을 가르쳐드립니다

실버건강지도사 임효림씨

검토 완료

신나리(dorga17)등록 2012.12.18 15:50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깔깔깔. 짝짝짝. 소리가 뒤섞인다. 관악노인종합복지관 입구에서부터 동요 '고향의 봄'에 맞춘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를 쫓아가니 2층 대강당. 복도에는 강당 안에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어르신 대 여섯 분이 요가 매트위에서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이어지는 노래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 싸이의 말춤이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에 맞춰 변형됐다. 실버관악노인대학원을 다니는 150여 명의 어르신들은 앉아서 말춤을 춘다. 빨강 운동화에 빨강 레깅스, 주황 꽃이 달린 상의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강단 위에서 있는 사람, 실버건강지도사 임효림씨다.

실버건강지도사란,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지도해 노인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돕고, 레크레이션 활동을 통해 노인들이 건강한 사회활동을 돕는 직업이다.

복지관 관악노인종합복지관의 임효림씨 수업 ⓒ 신나리


웃어주는 어르신들이 오히려 행복을 선물
출발은 요가였다. 젊은 시절 요가에 관련한 책을 읽다 요가의 치유능력에 매력을 느껴 요가 강사 자격증을 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요가 수업을 했다. 치유에서 시작한 요가가 노동이 됐다.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요가 수업을 줄이고 남는 시간에 이것저것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치매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실버산업에 관심이 갔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웃음치료와 레크리에이션에 관련된 자격증을 땄다. 맷돌체조, 실버체조, 강사스킬을 배웠다. 요양 보호단체에서 6개월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율동체조부터 강사 스킬까지 배운 것들을 이용하고 변형시켜 실전을 준비했다. 센터장이 좋게 보았는지 단체에 소개를 시켜줬다. 정식 실버건강지도사가 됐다.

할수록 신이 났다. 어르신들은 아이와 같다. 웃음에 박하지 않다.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고 잘하면 박수를 치고 자주 칭찬한다. 행복하게 준비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강단 위에 설 수 있다. '실버가 나에게 맞구나.' 일을 할수록 느낀다. 한 시간 강의를 할 때 보통 열  곡의 노래를 준비한다. 동요부터 유행가 트로트까지 다양한 노래에 맞춰 치매예방박수를 치고 다양한 율동을 한다. 어르신들은 서서하는 운동엔 쉽게 지치기에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앉아서 하는 동작 위주로 체조를 짠다. 다른 실버건강지도사들의 강의도 찾아서 본다. 좋은 동작이 있으면 따라 하기도 하고 변형시켜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기도 한다. 내가 만든 동작을 나만 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개인 블로그(http://jaja9970.blog.me)에 강의를 올려놓고 퍼가는 것을 허용하는 이유다. 누구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많이 보고 많이 따라하며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강사의 능력이다. "힘드시면 언제든 앉으시고 잠깐 숨 돌리세요. 무리하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편하게 하세요." 강의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말한다. 자연스럽게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가는 것처럼 자유롭고 편안하게 체조를 즐기는 것.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블로그 통해 모든 것을 세상과 공유
'어쩌면 그렇게 매일 웃을 수 있냐.'고 묻는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있다. 집안일로 마음이 심란할 때도 있다. 임씨는 이상하게도 강단위에 서면 다 잊어버린다. 실버율동체조를 하면 마음도 풀린다. 앞에서 열심히 따라하는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동안 집안일은 생각나지 않는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 집안일은 집에 두고 나온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에만 집중할 것. 철칙이다. 단 컨디션 조절은 필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늘 12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친구들의 저녁모임에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는다. 연말이 다가오면 외로운 마음도 들지만 다음날 강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자기 관리는 이 일을 하는 동안 지켜야 할 자신과의 약속이다. 단 컨디션과 상관없이 강의가 잘 안풀리는 날이 있다. 똑같이 하는데 반응이 시원찮을 때 기운이 빠진다. 그런 날은 '집에 무슨 날 있냐'며 '오늘 강의가 영 신통치 않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넉살이 좋아야한다. 아무 일 없다고 발끈하기보다는 없어도 있는 척, '그게 티가 났나보네요, 죄송해요' 웃으며 넘길 줄 알아야한다. 칭찬만큼 서운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새겨들을 말은 더 나은 강의를 위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말들은 알아서 소화시켜야 한다. 어르신들과의 소통에 원활할 것, 실버건강지도사의 첫 번째 조건이다.

임씨는 늘 블로그(http://jaja9970.blog.me)를 관리한다. 동영상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며 실버건강체조를 소개한다. 블로그를 통해 연락이 와서 강의로 연결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블로그 자료를 포함시켜 노인복지관이나 대학 등에 강의 계획서를 보내 먼저 강의를 제안하는 셀프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강의가 인기를 끌려면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수인데 블로그 관리도 그 중 하나다. 블로그를 통해 질문을 해오는 사람도 있다. 지금 하는 일이 있는데 같이 준비할 수 있냐는 물음이다. 반드시 본래 직업을 놓치지 말고 같이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실버건강지도사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쪼개서 쓸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올인 하기 보다는 꾸준히 3-4년의 미래까지 바라보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꾸준한 노력과 경력이 쌓여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시간당 3만원이던 페이가 어느새 10만원 까지 올라있을 것이다.

임효림씨 실버레크레이션 강의 후 학생들과 ⓒ 임효림


실버지도사 싦은 100점 만점에 95점
많이 웃는다. 운동한다.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가장 즐기고 있는 것은 임씨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 건강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 돈 만큼이나 뿌듯한 일이다.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는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다보면 알아서 잘 풀리고 좋게 된다. 일주일에 9개 정도의 강의를 소화하며 꾸준히 특강을 하는 임씨 스케줄을 보며 부러워 묻는 사람에게 웃으며 하는 말이다. 그래서 임씨는 실버건강지도사로 사는 삶에 "100점 만점에 95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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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0년부터 건강백세 운동교실을 운영하며 강사를 모집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한 모집은 2012년 1월 11일이다. 선발기준은 '건강백세 운동교실 지도에 적합한 운동관련 자격증 소지자이면서 유경험자'다. 물론 실버건강지도사 자격증도 유효하다. 요양보호소를 비롯하여 치매센터 등에서의 봉사활동이나 강의 경력 역시 도움이 된다. 공단홈페이지(nhic.or.kr)나 국민건강보험 (1577-1000)에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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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세 운동교실이란?
노인들에게 알맞은 적절한 운동 강습으로, 신체활동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건강한 노후 생활 유지와 노인 운동인구 저변확대를 위하여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업이다.
덧붙이는 글 위의 인터뷰는 여자, 일을 말하다 (서울특별시여성능력개발원)의 책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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