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강남에서도 프리허그...경찰대 제자 '눈물'

강남교보 타워 앞 시민들 긴 줄..."국민 눈물 닦아줘야"

등록 2012.12.21 10:13수정 2012.12.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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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6시 무렵 서울 강남 교보타워 앞에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기다리던 시민들이 줄줄이 달려가 안겼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아닙니다. 우리는 지지 않았습니다."


표 교수는 처음에 밝은 표정으로 두 팔을 벌리고 시민들을 맞았으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울먹이는 목소리가 되고 말았다. 국정원 여직원의 비방 댓글 의혹과 관련해 경찰대 교수직을 내던지고 TV토론에서 소신발언을 하는 그에게 매료된 사람들로 교보타워 앞은 인산인해였다.

20일 오후 6시, 표창원 교수가 강남 교보문고 앞에 나타나자 모여든 시민. ⓒ 안형준


인터넷에서 표 교수는 '표창'으로 통한다. 보수를 자처하는 그가 기득권 세력에게 던진 말은 하나의 '표창'이 되어 기득권 세력에게 날아갔다. 비록 선거판세를 바꿔놓지는 못했지만, 그의 발언에 특히 젊은이들은 '본받을 만한 진정한 보수'라며 열광했다.

시민들도 경찰대 제자도 부둥켜안고 눈물

대선 며칠 전 표 교수는 '투표율 77%를 넘기면 광화문 광장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 투표율은 75.8%이었지만, 그는 투표율이 매우 높았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19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이도 높은 수치"라며 "결과에 상관없이 약속대로 프리허그를 진행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추운 날씨에도 표창원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려고 기다리는 시민의 긴 행렬. ⓒ 안형준


표 교수는 2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강남 교보타워 앞에서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원래는 대선에서 야당이 이겨 프리허그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누리려 했지만, 패배했으니 울면서 패배의 쓰라림을 달랠 수밖에.

한 청년이 "교수님"하며 달려가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자 표 교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경찰이 울면 돼"라며 그를 다독였다. 표 교수가 둘러싼 시민들을 향해 "제 제자입니다"라고 크게 외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현재 경찰대 재학중이라는 유아무개(23)씨는 표 교수를 "훌륭한 교수님이셨다"며, "경찰조직을 위해 많을 일을 하신 분인데, 신념을 위해 가지고 계신 것들을 내던지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이 앞으로 피해를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울지 마세요.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울고 있는 시민을 달래는 표창원 교수. ⓒ 안형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다니…" 일부 시민 망연자실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이겼다'는 CNN 보도를 보고 나왔다는 조현진(35)씨는 "한국인이라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아직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보다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타워 앞에 모인 시민들 중에는 20대 젊은이들이 많았다. 남경호(28)씨는 "지난 대선에 비해 20대들의 의식과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투표율이 낮아 모두 각성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프리허그에 참가한 시민은 표창원 교수에게 장갑과 목도리를 둘러주며 "힘내세요"를 외쳤다. ⓒ 안형준


표 교수 가족들도 프리허그를 지켜봤다. 그의 딸 민지(12)는 "요즘 아빠가 우는 모습을 자주 봐 속상했다"면서도 아버지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들을 보고는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민지는 "아빠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볼 때면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젠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무관심이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다"

표 교수는 행사가 끝난 뒤 <단비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많은 시민들과 가슴을 맞대며 나도, 그들도 힐링을 했다"면서 "사람들의 아픔, 슬픔, 허탈, 절망이 마음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18대 대선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지면 죽는다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새누리당이 국정원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것도 여당 안에 지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서일 겁니다. 우리 모두는 공정한 경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나가는 시민이 표창원 교수의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고 말을 하자 그는 "힘냅시다"라며 답했다. ⓒ 안형준


그는 20대 청년들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요즘 한국 20대는 취직과 같은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두고 세상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청년들의 무관심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됩니다. 모두가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표 교수는 22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80.4%)을 기록한 광주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표창원 #프리허그 #강남 #교보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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