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 '빨간불'

애꿎은 학생들 피해 우려... 교과부, '2월까지 시정' 명령

등록 2013.01.07 14:47수정 2013.01.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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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가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위반해 빌려 사용하고 인천 중구 소재 정석기업의 정석빌딩 ⓒ 김갑봉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가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위반해 물류전문대학원을 운영한 것이 적발돼 2013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모집이 축소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 같은 이유로 신입생 모집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인하대가 서울 중구 봉래동 소재 한일빌딩을 임차해 물류전문대학원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교사와 교지는 학교법인 소유여야 한다'는 대학설립운영규정 2조를 위반했다며, 2013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76명 모집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어서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인하대가 인천 중구 신흥동 소재 정석빌딩을 빌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역시 대학설립운영규정 위반이라며 인하대에 2013년 2월까지 바로 잡으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까지 정지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물류전문대학원 이어 의학전문대학원도 '대학설립운영규정 위반'

인하대가 물류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한일빌딩과 정석빌딩 두 건물은 공교롭게도 한진그룹(인하대 재단)의 지주기업에 해당하는 정석기업 소유이다. 재단이 대학에 제때 투자하지 않은 게 화근이 돼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인하대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첫 번째 방안은 현재 빌려 사용하고 있는 교육공간을 학교부지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경하는 데 최소 9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교과부가 명령한 시정 기한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두 번째는 인하대 본교가 있는 용현동 캠퍼스로 돌아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 녹록하지 않다. 의학전문대학원이 들어서려면 약 3000평에 달하는 교육공간을 추가로 마련해야한다.


용현동 캠퍼스 교육공간이 부족하다는 학생 민원이 매년 제기되는 상황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 들어오면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용현동 캠퍼스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다. 2호관과 5호관 사이에 있는 3호관을 재건축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시간상 비현실적이다.

고등교육법 제60조는 대학 설립자(또는 경영자, 총장)가 교육 관련법을 위반했을 경우 교과부장관이 시정 또는 변경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교과부장관은 시정 명령을 받은 대학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해당 학교의 학생 정원을 감축하거나 학과의 학생 모집을 정지할 수 있고, 심지어 학과를 폐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과부 대학원제도과는 "인하대에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가 2월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2월까지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행정절차를 밟는다, 명령 불이행에 대한 조치는 행정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답했다.

인하대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 행정제재심의위 개최 시기는 5월께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물류전문대학원이 같은 내용으로 신입생 모집 정지 처분을 받은 만큼, 의학전문대학원 역시 같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집 정지 정원 결정은 심의위 재량이다.

부적절한 운영으로 학생들만 피해, 학문 다양성 실종 위기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위반에 따른 신입생 모집 정지 사태는 다른 학과 신입생 정원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하대는 물류전문대학원 건물 임차로 인해 대학원 신입생 76명 모집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는 인하대 전체 대학원 정수에서 76명을 모집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물류전문대학원이 아닌 다른 학과의 입학 정원을 축소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이공계가 아닌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을 중심으로 신입생 모집 정원을 축소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교과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역시 같은 처분을 내릴 경우 학문의 다양성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 이로 인해 대학원 안에서 형평성 논란도 일 전망이다.

인하대 대학원생인 박길상씨는 "모든 문제가 재단이 인하대에 정상적인 투자를 제때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인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감당하게 됐다, 게다가 그 피해가 특정 학문분야에 집중된다면 이는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학문의 다양성을 무참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단이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연 타석 불법운영으로 이런 사태를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인하대 관계자는 "대학원생 76명 모집 정지도 무거운 처분이다, 다만 대학원 신입생 모집 시 모집 정원에 미달하는 비인기 학과가 더러 있어 미달 학과의 정원을 축소하면 분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 사태는 (처분) 급이 다르다, 그래서 학교 본부에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조양호 인하학원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인하학원 이사회 때 인하대를 방문해 '그동안 문제없다가 이제와 시정하라니 난감하다, 교과부와 협의 중인데 잘 풀어갈 것이며, 이 역시 재단 이사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논의 결과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심지어 의학전문대학원조차도 논의 과정을 모를 정도로 인하대는 외부와 접촉을 피한 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는 "시정명령에 따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학교 여러 팀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학교 본부에서 대응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학교 본부가 정하는 입장에 따르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인하대 사무처와 교무처 책임자에게 문의하려고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하대 #한진그룹 #대한항공 #조양호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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