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때문에 쩔쩔매는 사람들, 청둥오리들만 신선놀음

폭설 내린 뒤, 제설 작업에 나선 강원도 속초시 풍경

등록 2013.01.19 14:57수정 2013.01.19 15:5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주택 안 골목길, 눈 속에 갇힌 차량들. ⓒ 성낙선


a

도롯가, 눈 속에 갇힌 차를 꺼내기 위해 삽으로 눈을 치우는 운전자. ⓒ 성낙선


a

눈 속에 버려진 승용차와, 눈을 내다버리는 트럭. ⓒ 성낙선


또 눈 폭탄이 쏟아졌다. 16일과 17일 사이 영동 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고성군에만 48cm가 내렸다. 속초시에는 35cm, 강릉시에는 30cm, 동해시에는 40cm, 삼척에는 44cm 가량의 눈이 내렸다.

이날 내린 눈으로 동해안은 다음 날 눈이 그친 18일에도 계속 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는 사람 하나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눈을 치웠다. 도로는 발 빠른 제설 작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진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길가와 골목 안에는 상당수의 차들이 눈 속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버려져 있었다. 도로 위로 나온 차들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천천히 기어다녔다. 시민들은 이날 하루 종일 집 안팎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a

도로 위의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 성낙선


a

눈을 내다버리는 트럭. ⓒ 성낙선


올해 강원도는 폭설에 대비해 치밀한 대책을 세웠다. 강원도는 매년 눈 때문에 큰 혼란을 겪는다. 2011년 겨울에는 삼척 중앙시장의 가설지붕이 무너져 10여 명이 부상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그때 달동네 좁은 골목길이 눈 속에 파묻히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집안에 갇힌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눈길에 차들이 미끄러지는 사고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 중에 하나다. 지금도 폭설이 내릴 때마다 그와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폭설에는 애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속초시는 신속하게 제설 작업을 벌였다. 눈이 그치기 시작한 17일 저녁부터 공무원들을 동원해 눈을 치웠다. 그렇게 해서 18일 아침 출근길의 대란을 막을 수 있었다.

공무원들은 18일에도 하루 종일 도로와 인도 위에 쌓인 눈을 치웠다. 군인들도 큰 공을 세웠다. 이날 속초시에서는 군인들이 넉가래를 든 채 행군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은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다.

a

영랑호 주변 도로. 인도를 버리고 도로 위를 걷는 사람들. ⓒ 성낙선


a

영랑호, 전나무 새로 난 산책로. ⓒ 성낙선


a

눈 속의 산책. ⓒ 성낙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인도와 산책로는 아예 눈 속에 파묻혀 그 형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닷가 전망대 벤치엔 새들이 앉았다 날아간 흔적만 남아 있었다. 눈으로 덮인 백사장에는 사람 발자국 하나 찍혀 있지 않았다.

영랑호 산책로 역시 두터운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제설 작업이 끝난 도로에 비해, 산책로가 정강이 높이로 솟아 있었다. 섣불리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산책로 위로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눈 위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랑호 주변으로는 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드나들었다. 도로에 쌓인 눈을 그대로 놔두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 이곳 영랑호 주변 공터로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눈이 올 때마다 보게 되는 흔한 풍경 중에 하나다.

a

영랑호, 머리에 눈을 이고 서 있는 소나무. ⓒ 성낙선


a

꽁꽁 얼어붙은 영랑호. ⓒ 성낙선


a

눈 덮인 영랑호와 갈대. ⓒ 성낙선


a

영랑호 전망대. ⓒ 성낙선


오늘 눈 덮인 영랑호가 사람들에게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수면의 절반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절반은 얼음이 얼지 않아 검은 물결이 일고 있다. 하얀 눈과 검은 물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다.

영랑호 주변의 범바위나 독수리바위 같은 이름 있는 바위들도 모두 눈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다.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도로 위에서 보는 '눈'과 영랑호에서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다.

a

영랑호, 범바위 위의 영랑정. ⓒ 성낙선


a

영랑정에서 내려다 본 호수와 바다. ⓒ 성낙선


a

영랑호, 눈 덮인 호수 속 독수리바위. ⓒ 성낙선


영랑호 밖 도로에서는 인간들이 하루 종일 눈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이곳 영랑호에서는 철새들이 눈이 오기 전과 다름이 없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극히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 이변이 잦다. 적응이 안 되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 폭설로 인적이 드문 영랑호, 그곳에서 그 철새들이 오늘은 인간들에게 마치 '왜 사서 그 고생을 하는 거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에는 오는 21일과 22일에도 눈이 내린다. 강원도 동해안에는 올 겨울 내내 많은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다.

a

폭설로 인적이 드문 영랑호, 오래간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둥오리들. ⓒ 성낙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아베 정부의 이상징후... "한국의 양해가 왜 필요하죠?"
  2. 2 "배신감 느꼈다" 문재인 정부에 사표낸 교수의 호소
  3. 3 은마 아파트 주민의 언론 인터뷰 유감
  4. 4 "그럴 자격있어?" 오취리-남희석에 쏟아진 비난... 씁쓸했다
  5. 5 폭우 이재민 80%가 이주노동자, 이유가 기막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