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만 20개, 기자 월급을 주지 않는다"

[스팟인터뷰] 한국 최초 언론협동조합 '참언협' 전율호 이사장

등록 2013.01.26 19:57수정 2013.01.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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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언론협동조합인 광주 '참언론협동조합'. 지역 언론 혁신의 자극제를 자처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율호 이사장, 김현 이사, 신민정 사무국장. ⓒ 이주빈


광주광역시의 인구는 약 150만 명. 지역 일간지 수만 20개가 넘는다. 하지만 매체들의 차별성을 구분하기 어렵다. 논조와 기사양태 모두 복사판처럼 비슷하다. 심지어 기자들은 만성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닫는 신문사 하나 없고, '기자'의 수는 늘어만 간다.

이런 탓에 그동안 광주 언론(환경)을 바꿔보겠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건강한 향토자본과 아름다운 동행을 꿈꾼 시도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름다운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민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대안언론을 만들어보자 했다. 하지만 결국엔 향토기업가와 손을 잡은 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새해 들어서서 광주 언론을 바꿔보겠다는 세 번째 시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주식회사도 아니고 사단법인도 아닌 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한다는 점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지난 10일 설립등기를 마친 '참언론협동조합(이하 참언협)'은 국내 최초의 언론협동조합이 되었다.

설립등기 후 조합원을 모집한지 약 10일 만에 약 500명의 시민이 창립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참언협은 이 기세를 몰아 2월말까지 창립조합원 2000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참언협은 또 탐사보도와 매체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격주간지 <광주오늘>을 발행할 예정이다.

2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율호 참언협 이사장은 '언론협동조합'으로 출발하는 이유와 앞으로 계획을 소개했다. 전 이사장은 <전남일보> 기자 출신으로,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민언련과는 1996년 노조 대표로 공정보도 관련 논의에 참여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었다.

"지역언론이 혁신되지 않으면 지역사회 혁신 없어"

- 참언론협동조합 구상은 언제부터 했는가.
"참언론협동조합은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광주전남민언련)'이 모태다. 그동안 광주전남민언련은 지방 일간지 모니터 활동을 통한 매체비평을 해왔다. 언론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중요하지만 소극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작년 1월부터 광주전남민언련에서 '전문 대안언론'을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전문 대안언론 창간은 광주전남민언련 총회 결의사항이다."


- 언론협동조합이라는 틀로 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엔 우리 역시 사단법인 형태를 고민했다. 그런데 작년 7월 전문가집단과의 논의에서 사업의 지속성, 구성원의 실질적이고 민주적 참여 등을 고려해 협동조합을 고민해보라는 권유가 나왔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협동조합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언론이 편집권을 독립을 확보하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지역일간지들은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는 구조다. 건전한 자본이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작지만 건강한 자본을 모아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게 협동조합이다."

- 광주에서 '대안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극단적인 표현으로 일간지만 20개가 넘는데 기자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기사로 장사하고 다니고 있다. 지역 신문시장의 올바른 질서를 잡고, 언론인이 언론인답게 활동할 수 있게 자극을 줘야 한다. 열악한 지역 언론환경을 모니터 수준에서 방치해선 안 된다. 지역언론이 혁신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의 혁신이 없다. 우리는 혁신의 자극제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바른 언론에 대해 우리 모두 절감하지 않았나."

- 매체도 발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탐사보도와 매체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격주간지 <광주오늘>을 창간하려고 현재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일정별 계획으로는 2월에 창간준비호를 내고 3,4월에는 창간호를 발행하는 것이 목표다. 오프라인 <광주오늘>과 온라인 <광주오늘>을 병행할 것이다. 특히 팟캐스트에 대해서도 어떻게 복합적으로 결합할 것인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이털남(이슈털어주는남자)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슈 파이팅이란 측면에선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이 훨씬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 광주지역엔 <광주드림><시민의소리>가 있다.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 매체들과의 중복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안다. 우리의 기본 입장은 공유와 연대다. <광주드림>이 그동안 지역에 기여해온 수고로움을 인정한다. 서로 대립각을 세울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시민의소리>가 주간지 성격을 띤 매체라서 격주간지인 우리와 일정부분 중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탐사기획보도를 통해 분명한 차별화를 이룰 것이다."

- 광주에서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새길을 가는 각오를 밝혀달라.
"협동조합인 만큼 무리하지 않을 것이고 '밖으로 보여주기 식' 사업 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광주에 여러 번의 대안언론 시도가 있었다. 실패한 모델이 되면 안 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복지를 만들어내듯 우리 뉴스와 우리 신문 역시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각오다."
#참언론협동조합 #광주 일간지 #오마이뉴스 #기자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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