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공직 후보자에게 원죄 탕감 기회를

낙마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등록 2013.01.30 13:37수정 2013.01.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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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김용준, 이동흡 등 고위 공직 후보의 도덕성에 실망한 국민이 또 다시 한숨을 짓는다. 과거 정부에서 그랬듯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상류층의 도덕성이 왜 이 모양인지 개탄하면서 후보를 낙마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고위 공직자가 될 만한 위치의 상류층 가운데 각종 엄격한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예 원죄 탕감의 기회를 제도화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이 날 때부터 성인군자가 될 수도 없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산다고 해도 이런 저런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또 장래에 고위 공직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의 행위에 대해, 고위 공직자와 같은 수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 그래서 도덕 측면의 패자부활전을 두자고 제안한다. 과거의 잘못이 있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해 주고 인재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용서해 주기 위해서는 본인이 진솔한 반성문을 발표하고 허물에 상응하는 자기희생을 반성의 증거로 보인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병역, 부동산, 위장전입 등 범법 행위의 경우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기희생이 어느 수준일지 예를 들어 보자.

병역 면제자는 대체복무를 한다. 군 복무도 못할 사람이 어떻게 고위 공직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면제 사유도 다양하니까 이 의문은 일단 접어두자. 대체복무는 병역의 기간과 강도에서 뒤지지 않는 내용을 당사자의 연령과 건강을 감안하여 부과하면 된다. 공직 취임 전에 하기 어렵다면 퇴임 후에 하도록 한다. 병역을 면제받은 자녀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체복무를 시킨다. 병역 혜택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더 벌었던 소득을 환원하면 더욱 모양새가 좋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경우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포기한다. 과거에 본인과 가족이 부동산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었다면 이자를 붙여 사회에 환원한다. 현재 본인과 가족이 소유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실수요 부분을 제외한 부동산은 백지신탁하고 퇴임 후에 취득가격과 그 이자 또는 시세 중 낮은 금액만 돌려받는다. 다들 투기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니까 이 정도만 보상해도 충분할 것이다. 백지신탁은 원죄 탕감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현행 주식백지신탁처럼 취임 후 권한 악용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두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범죄가 밝혀진 이상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등 공무원이 될 수 없는 법정 조건이 있기 때문에, 처벌을 통해 자격 여부가 자동으로 판정될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에는, 법정 최고형을 받았다고 할 때의 손실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위장전입의 경우 최고형이 3년 징역이므로, 자신의 인생 전성기 3년간 소득을 사회에 환원하고 3년간 대체복무를 한다. 또 범법 행위로 인해 다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물론 사회에 환원한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원죄를 씻어주는 제도를 공론화하면 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 상류층 인재를 도덕의 수렁에서 건져내서 활용하려면 정치권이 제도화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고위공직자 #김용준 #이동흡 #원죄 탕감 #부동산 백지신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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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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