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결과에 충격...그때부터 글 썼어요"

[찜! e시민기자] 정은균 시민기자

등록 2013.02.22 17:53수정 2013.02.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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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데자뷔 효과(언젠가 자신이 이런 일을 똑같이 겪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정신효과)를 겪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이번에 소개할 시민기자의 기사를 보면 영락없이 나의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왠지 모르게 그 국어 선생님께서 시민기자로 활동하여 기사를 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전혀 그럴 리가 없는데도.


늘 검은색 옷을 입은 그는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졸고 있으면 머리가 책상에 부딪힐 정도로 쓰다듬고 가셨다. 검은 옷 때문인지 유난히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는 그는 언제나 "내일은 해가 뜬다"를 외쳤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그 선생님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봄기운이 슬슬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2월 마지막 주 '찜e 시민기자'는 자신을 교육 노동자라고 소개한 정은균 시민기자다. '대선 멘붕'을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는 것으로 벗어났다는 그, 김수영을 사랑하고 한 달 평균 10권 정도 책을 읽는다는 그를 만나보자.

☞ 정은균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도회적인 세련미 없어 조바심 내는 '소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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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 줄 가운데 정은균 시민기자와 반 아이들. ⓒ 정은균


-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올해 마흔다섯 살인 평범한 교육 노동자(교직 14년 차, 국어 교과)입니다. 아내, 세 아이(9살 딸, 5살 아들, 3살 딸)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덟 살 때부터 꼴 지게를 지고 들로 산으로 다닌 덕분에 흙에서 사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도회적인 세련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에 조바심을 내기도 하는 '소심남'이랍니다. 두주불사까지는 아니어도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며, 술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첫 기사는 2012년 12월에 등록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19대 대선 결과를 보면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입맛이 떨어지고,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다가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선 멘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지요."

- 하루 두 세 편 서평 기사를 쓰는데 한 달 기준으로 어느 정도 읽고 있는지요.
"3일에 한 권 정도는 떼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한 달에 평균적으로 10권 정도 되겠네요. 책 내용이 좋아 푹 빠지거나 하면 하루, 혹은 몇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읽기도 합니다.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 또, 김수영 시인에 대한 시평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김수영 시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김수영 시인은, 국어국문학도이면서도 시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저에게 시의 힘과 맛을 최초로 느끼게 한 작가입니다. 소시민적인 소심함이나 옹졸함 속에서도 늘 자신을 성찰하고, 완전한 자유를 위해 당대의 금기에 온몸으로 맞서고자 했던 용기 등이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완전한 자유를 위해 불온과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작 활동을 일관되게 펼쳐왔습니다. 그런 태도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억압과 통제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가끔 학생들의 문집, 교사의 입장에서 본 학생들의 생활 등과 관련한 글을 쓰고 있는데 정 기자님의 기사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우리들의 이런 사소한 일들이 기사가 될 수 있는 거구나!'하는 말들을 합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신기했다는 아이들, 저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나 생각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 독자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제일 좋았나요?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또, 기사 댓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 독자들의 반응이 그다지 많지 않아 이렇다저렇다 말하기가 좀 뭣하네요. 다만 '김수영 시평' 글에 대한 댓글에서 한 독자가, 제가 부지불식간에 저지른 실수를 지적해 준 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글쓰기에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시민기자를 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평상시에 타인이나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독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 등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그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힘, 나 자신을 치유하는 능력, 관계 맺는 일의 소중함 등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특히, 책 읽고 기사 쓰려면 시간을 많이 써야 할 텐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뭐, 바쁠텐데 대단하다 하는 식이지요. 몇몇 동료 교사와 아이들이 글에 감동했다고 이야기할 때 뿌듯하더군요, 그리고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좋아서 아직 책 읽기에서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어요."

- <오마이뉴스> 기사 중 주로 많이 보는 기사는 어떤 것인가요?
"교육 현장에서 살아가다 보니 교육 관련 기사를 아무래도 가장 많이 봅니다. 정치 분야 기사도 거의 빠뜨리지 않고 꼭꼭 챙겨봅니다."

'내 멋대로 읽은 김수영'식 제목으로 책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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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균 시민기자와 둘째 아이. ⓒ 정은균


- 지금껏 쓴 기자님의 기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며칠 전 쓴 '교장 선생님, 저 지금 정말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서평 기사가 마음에 듭니다. '킬링 연수'가 된 '힐링 연수'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아 쓰는 과정에서 진짜 '힐링'이 되었거든요."

- 요즘 관심 사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수영 시평 연재를 끝까지 잘 해나가기 위해서 책을 좀 더 꼼꼼히 보고 준비를 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내 멋대로 읽은 김수영'식의 제목으로 책을 낼 수 있도록 시평 글을 정말 잘 써나가는 것입니다. 더불어 올해 맡은 3학년 담임을 잘 해 나갈 수 있게, 한해 학급 살림을 잘 준비하는 일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나요? 계획이 있다면 간략하게 써 주세요.

"교육 현장에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정말 많습니다.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이야기도 정말 많고요. 이미 한 이야기라도 사람들은 쉽게 잊지요.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교육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심층적인 교육 관련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교과 과정이나 교과서, 교육평가, 교육철학 등의 문제를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 현장의 사례들과 연계하여 풀어봄으로써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교육 문제의 올바른 해법을 모색해보는 기사들을 쓰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일상은 기사거리다'라는 말을 새겨 두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일상을 세상에 알리는 과정에서 의식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아요."

- 그밖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선이나 총선 등의 선거 국면과 같이 전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만 주변 현실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의 발전이나 진보, 우리 자신의 의식 향상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공부와 고민, 관계 맺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뉴스를 '소비'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내고 삶의 현장을 의미 있는 뉴스의 현장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찜E시민기자 #정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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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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