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전화 100통, 이메일 200통으로 연금안 바꿀 수 있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②] '국민행복연금' 대해부...국민연금 가입자가 '봉'인가

등록 2013.02.27 17:12수정 2013.03.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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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연금정책이 혼란과 불신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연명 교수의 글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함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연금과 관련된 다른 입장의 글이나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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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성탄절인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온 나라를 들쑤시던 인수위원회의 연금 개편안이 발표됐다. 외형적으로는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다 주는 보편주의 틀을 유지하였지만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란 공약은 명백히 후퇴했다. 물론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집권 5년 동안 단 1원의 기초노령연금도 인상하지 않은 뻔뻔한 이명박 정부보다는 분명 진전된 내용이다.

박근혜 개편안은 수조 원을 들여 현재의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연금을 추가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후한 점수는 여기까지다. 박근혜 개편안은 세대간, 연금 가입자간에 갈등을 부채질 하고 국민연금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특히 청년층과 일하는 여성, 그리고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한 국민에게는 명백한 불이익이 주어진다. 아마도 이들의 정치적 저항 때문에 박근혜안은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다. 박근혜안이 세대간, 가입자간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지 따져보자.

'국민행복연금'의 실체 

우선 개편안 내용을 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70%인 이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고, 지급 대상자도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된다. 그리고 기초연금 액수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정액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연동되어 차등지급 된다.  이러한 내용 변화가 박근혜 인수위의 소위 국민행복연금의 핵심 내용이다.

박근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10만원정도의 기초노령연금만 받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은 내년 7월부터 10만 원이 추가되어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부부가 같이 사는 노인들은 약 16만 원이 추가되어 32만 원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부부의 경우 1인당 10만 원씩 20만 원이 추가되어야 하나 20만 원의 20%인 4만 원을 감액하여 16만 원씩 주는 것이다. (단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포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월 20만 원이나 32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매달 32만 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이자율을 4%로 잡아도 현금 1억 원을 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한다. 내년 7월이면 부부노인은 16만 원을 더 받으니 국가에서 가구당 현금 5천만 원을 은행에 넣어 준 것이라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올해 7월이 아닌 내년 7월인지? 1년만 연기해도 정부로서는 수조 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꼼수가 숨어 있다.


기초연금액 20만 원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소위 A값)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된다. 올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200만 원이면 기초연금은 이 A값의 10%인 20만 원이 지급된다. 그런데 평균소득이 5% 올라 210만 원이 되었다면 내년에는 210만 원의 10%인 21만 원을 받게 된다.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키는 이 장치는 공적연금에만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연금은 이러한 물가연동장치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최소한 280만 명 정도의 노인들이 매달 20만 원 혹은 32만 원을 받는다. 자식들에게 10~20만 원도 받기 힘든데 노인들에게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빈 집에 황소'는 아니지만 '돼지 한 마리' 들어 온 정도는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정부를 흠잡을 이유는 없다. 잘 한 것이다. 표 몰아준 노인에게만 상을 준 것이라고 비판하지 말자. 문재인 후보가 집권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를 이 정도 먹게 살게 해 준 노인들에게 '체면치레' 정도는 한 것이다.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는 40~50대 가장도 당분간 용돈을 더 안 올려도 되니 혜택을 본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은 심각한 노인빈곤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나 식당의 매출액을 조금 올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조 원이 풀리면 병의원과 약국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노인들이 인상된 연금액을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납부자에게는 큰 상처

하지만 박근혜안은 꼬박 꼬박 보험료를 내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나 큰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박근혜안은 정치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성실한 세금 납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연금 개편안이 정서적,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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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안은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180만 명 중 소득하위 70%에 속하는 노인 모두에게 10만 원을 추가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은 무조건 4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5~9년인 경우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들은 135만 명이며 월평균 20만 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20만 원 정도의 특례노령연금과 기초노령연금 10만 원을 받고 있던 노인은 내년 7월부터 4만 원이 추가된 34만 원을 받는다. 남편이 특례노령연금을 받는 동일한 조건의 부부 노인의 경우, 남편의 특례노령연금 20만 원, 남편의 기초연금 14만 원 (기초연금 10만 원 + 가입기간에 따른 추가액 4만 원), 그리고 부인의 기초연금 20만 원에서 20%가 감액된 16만 원을 합해 총 50만 원을 받게 된다.

가입기간이 10년을 넘기면 1년당 2천 원이 추가된다. 가령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기간이 15년인 사람은 1만 원(5년×2천 원)이 추가된 5만 원을 추가로 받아 15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20년 가입자는 6만 원을 더 받아 16만 원을 받는다. 대략 20만 명이 14만 원~16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5년 넘게 가입한 사람이 없으므로 최대 7만 원만 추가된다. 국민연금에 20년 넘게 가입하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865명에 불과하다. 

결국 박근혜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하여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속한 대로 10만 원이 추가된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4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을, 그리고 일부 노인만 15만 원~16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현재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험료를 하나도 납부하지 않아도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데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다는 이유로 4만 원에서 6만 원이 삭감된 14만 원~16만 원의 연금만 받으니 납세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성실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분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아닌가?

성실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고 항의할 만하다. 정당한 항의이다. 아마도 박근혜정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국민연금이라도 받으니 좀 사정이 낫지 않냐?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당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좀 더 주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

국민연금을 200~300만 원 받으면 이 얘기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1인당 평균액은 월 28만 원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을 받으나 안 받으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근혜정부의 심정적 호소가 별 설득력이 없는 이유이다.

저소득 젊은층과 여성 불이익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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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ㆍ농민ㆍ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빈곤해소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위한 운동본부(준)'를 발족하고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의 20대-40대 세대는 보험료 납부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상당수의 사람은 20년 이상을 채울 것이다. 30년 이상 납부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 박근혜안대로 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현재 가치로 6만 원에서 8만 원 정도만 추가적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안이 도입되면 젊은 세대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으며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자.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5%(현재 가치로 대략 10만원)에서 시작하여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10%(현재 가치로 20만 원)를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재 50세 이하 청장년층은 박근혜안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재 가치로 20만 원이 되는 돈을 65세부터 받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젊은세대는 현재 가치로 2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가입기간에 따라 4만~8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에서 18만 원을 받게 된다. 즉 6만~2만 원을 매달 적게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매달 4만 원을 적게 받으면 1년이면 48만 원, 10년이면 480만 원이 된다. 65세부터 20년을 더 산다면 현재가치로 960만 원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50세 이하 청장년층 내부에서도 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 가입기간이 긴 사람은 대부분 노동시장 상층부에 위치한 고소득자들이다. 반대로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노동시장 하층에 위치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이다. 가령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0%가 넘지만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등의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

직장 다니는 기간이 짧은 여성근로자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부하여 완전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중 남성은 11만 명인 반면 여성은 9868명으로 남성의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박근혜안은 일하는 여성에게 불이익과 차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국민연금을 하나도 납부하지 않은 여성이 65세가 되면 현재가치로 20만 원을 받는데 15년 동안 일을 하면서 보험료를 납부한 한 여성은 15만 원만 추가적으로 주는 연금제도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연금을 받게되어 있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박근혜안대로 제도가 바뀌어도 저소득 젊은층이나 여성들이 낸 보험료 보다 연금을 적게 가져가는 '원론적인' 의미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으며 여전히 고소득층보다 더 유리하게 연금을 받는다(이 부분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것이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박근혜안이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당시 사회적으로 합의된 '2028년 이후 현재가치로 기초노령연금 20만원(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 보장'이라는 원칙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이 붕괴되면 2007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너무 삭감되어 연금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국민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그 피해를 젊은세대가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이 아무리 현세대 노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 해도 젊은 세대, 그리고 이 중에서도 저소득층과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갈수는 없다. 고쳐야 한다.

불평하지 말고 요구하라

이 글을 읽은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의 연금이 깎여 온 판에 기초연금에서도 불이익을 받아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니 말이다(세대간 연금 수혜의 불공평 문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또 탈퇴하자는 얘기가 나올 판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하지만 국민연금은 개혁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은 아니다. 국민연금마저 파괴되면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액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연금의 물가연동이 적용되기 때문에 민간보험보다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뛰어나다.

현행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에 규정된 50%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40%, 기초연금 10%)을 방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안은 상당수 노인들에게는 '행복연금'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노선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실질적으로 무너트린 것인 동시에 2007년 연금개혁 시 사회적으로 합의한 원칙을 깨트린 것이다.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공평하지 못한 연금개편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은 어디에 항의를 하고 어디를 움직여야 하는지 잘 찾아보자. 애꿎은 연금관리공단 직원들에게 화풀이 하지 말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100통의 전화와 200통의 이메일이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움직인다.

연금개편안은 어차피 관료와 전문가들의 손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불평만 하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자신의 지역구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자. 불공평한 박근혜연금안을 철회하라고!
#국민행복연금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기초연금 #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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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입니다.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 공적연금, 동아시아복지 등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동안 복지운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약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개혁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특히 연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시간되는데로 제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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