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계산법에 담긴 비밀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③] 재벌회장과 월급쟁이 납부액, 왜 똑같나

등록 2013.03.06 09:35수정 2013.03.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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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해 시민들의 불안감과 함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잘못된 연금정책이 혼란과 불신을 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김연명 교수의 글을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와 함께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연금과 관련된 다른 입장의 글이나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이다.  9% 가운데 근로자는 절반인 4.5%만 내며 나머지 4.5%는 사업주가 납부한다. 자영업을 하거나 고용관계가 불명확한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지교사 등 소위 특수형태근로자는 사업소득에서 본인이 9% 전액을 부담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 상한선과 하한선이 설정되어 있어 소득 전체가 아닌 일부 소득에만 부과된다.

현재 소득 하한선은 24만원, 상한선은 389만원이다. 월소득이 24만원 이하이면 24만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소득이 389만원을 넘으면 389만원에 대한 보험료만 부과하고 초과분은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가령 월급이 1천만원인 사람은 9%인 90만원를 내는 것이 아니라, 389만원의 9%인 35만원을 납부하는데, 이중 절반인 17만 5천원은 본인이 나머지 절반은 사용주가 납부한다. 여기에는 한 명의 예외도 없다. 월급이 수억원인 재벌도 389만원에 대한 보험료만 납부한다.

[연금이야기①] 국민연금이 다단계 사기? 중요한 게 빠졌다
[연금이야기②] 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부자들 보험료 올려야 하나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한(!) 사회단체에서 이 점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들은 "연봉 10억원은 소득세실효세율이 33%인데 국민연금의 실효보험료율은 0.2%로 소득세보다 165배나 적게 낸다"고 부자들만 혜택을 본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연금보험료의 상한선을 없애고 소득세처럼 누진율로 바꾸어 부자들의 보험료가 한달에 수천만원이 되도록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이 점을 한번 따져 보자.

보험료에 상한선을 설정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액이 산정되는 공식을 이해해야 한다. 이 공식은 복잡해보이지만 중학교 1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기의 연금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 공식에는 국민연금의 매우 중요한 비밀이 담겨져 있으며, 왜 학자들이 그토록 국민연금을 옹호하는지 그 이유가 들어가 있다. 신문기사에 이런 내용을 담기는 쉽지 않지만 이 공식을 소개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특성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한번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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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액 산정공식 및 소득자별 최초 연금액 계산 방식 ⓒ 고정미


위 표의 국민연금액 산정공식에서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을 의미하는데 2012년에는 189만원이었다. B값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동안 자기소득의 평균액을 의미한다. 가령 내가 1988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13년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지난 25년간의 내 소득의 평균액이 B값이 된다. 물론 과거 소득은 현재가치로 환산해준다. 가령 1990년에 월급 45만원은 3.8배를 곱하여 2011년 가치로 171만원으로 환산해준다. 이렇게 현재가치로 환산된 월급을 평균한 것이 B값이 된다.(3.8배를 곱하는 것을 재평가율이라 한다. 이는 임금상승률을 감안하여 정부가 정한다.)

n은 20년 이상을 초과하여 가입한 햇수를 의미한다. 단순화를 위해 20년 이상 가입한 햇수로 이해하자. 가령 25년을 가입하면 n값은 5가 되고 30년을 가입하면 n값이 10이 된다. 1.2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상수이나 복잡하니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해당 공식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1.2 상수값은 2028년부터 적용하되지만, 편의상 아래 예에서는 1988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부터 가입하여 2012년까지 25년동안 보험료를 납부하여 2013년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갑', '을', '병' 세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들의 지난 25년동안 평균월급(B값)이 '갑'은 300만원, '을'은 200만원, 그리고 '병'은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즉, '갑'은 고소득층, '병'은 저소득층, 그리고 '을'은 중간소득층이다. 그리고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A값)이 2012년에 2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n값은 25년을 가입했으므로 5가 된다. 위 공식대로 계산하면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에 '갑'은 62만 5천원, '을'은 50만원, 그리고 '병'은 37만 5천원의 최초 연금액이 정해진다.

물론 최초 연금액이 정해지면 그 다음해는 물가상승율을 감안하여 연금액이 자동 인상되고 매해 인상되는 연금액이 사망시까지 지급된다. 가령 중간소득자인 '을'이 2013년에 50만원의 최초 연금액이 정해졌는데 2013년의 물가상승율이 5%가 되면 2014년부터는 5%가 인상된 52만 5천원을 받게된다. 그 다음해에도 물가가 인상된 만큼 연금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켜주는 이 기능은 국민연금같은 공적연금에만 있고 민간보험에는 거의 없는 공적연금의 최대의 장점이다.

저소득층을 배려한 국민연금의 비밀

소득수준이 다른 세 사람이 받는 연금액을 비교하면 고소득자인 '갑'은 62만 5천원으로 가장 많고, 중간소득자인 병은 50만원으로 '갑'보다 적고, 저소득인 '병'은 37만 5천원으로 가장 적다.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많이 냈으니 연금을 더 받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아주 중요한 비밀은 다른데 있다. 그것은 바로 세 사람의 '소득대체율'의 차이이다.

소득대체율은 자기소득의 평균액(B값)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중간소득자인 '을'의 경우는 자기소득 평균액이 200만원인데 연금액으로 50만원이 정해졌으니 소득대체율이 50만원÷200만원으로 25%이다. 그런데 고소득자인 '갑'의 소득대체율은 20.8%로(62만 5천원÷300만원) 중간소득자인 '을'보다 낮으며 저소득자인 '병'의 소득대체율은 37.5%로(37만 5천원÷100만원) 가장 높다.

여기에 바로 저소득층을 배려한 국민연금의 비밀이 숨어 있다. 즉 고소득층의 연금액은 절대액에 있어서 저소득층에 비해 많지만 소득대체율은 저소득자를 더 높게하여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액을 받도록 설계한 것이다. 즉 현행 국민연금은 소득분배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상당히 배려한 제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국민연금제도에서 고소득층의 보험료가 저소득층으로 흘러가는 수직적 재분배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소득자도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받아 간다. (이것은 세대간 재분배 문제로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자.)

만약에 소득대체율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25%로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이것은 연금산정액 공식에서 A값을 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갑'의 최초 연금액은 62만 7천원이 아닌 75만원(300만원×0.25)으로 늘어나 12만원 3천원을 더 받게되고, 중간소득자인 '을'은 50만원으로 변동이 없으며, 저소득자인 '병'의 연금액은 37만 5천원이 아닌 25만(100만원×0.25)원으로 12만 5천원이 줄어든다

소득계층별로 다른 소득대체율을 적용할지 아니면 동일한 소득대체율을 적용할지는 정답이 없으며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저소득층에게 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설계가 된 반면, 자본주의적 색채가 덜한 독일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소득대체율을 적용하여 저소득층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은 독일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보험가입자를 배려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미국방식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 '1.2'라는 상수의 의미를 보자. 만약에 중간소득자인 '을'이 25년이 아닌 40년을 가입했다면 n값이 20이 되어 연금액이 늘어나고 '을'의 연금액은 50만원이 아닌 80만원이 된다. 그러면 '을'의 소득대체율은 80만원÷200만원으로 40%가 된다. 즉, '1.2'라는 상수는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이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 연금액이 자기평균소득의 40%가 되도록 맞추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물론 40년을 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40%는 허구의 수치이며 평균가입기간을 25년으로 잡으면 소득대체율은 25% 정도가 되는 것이다.

연금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라고 얘기할 때 기준이 되는 사람은 바로 40년을 가입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중 가장 평균적인 월급을 가진 '을'을 상정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만약에 상수가 '1.2'가 아닌 '1.8'이 된다면 '을'의 연금액은 120만원이 되고 소득대체율은 120만원÷200만원으로 60%가 된다. 2007년도에 평균소득자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한 연금 '개악'이 이루어진 것은 바로 상수 '1.8'을 '1.2'로 낮추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상수 '1.2'는 2008년도부터 당장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조금씩 낮아져 2028년에 '1.2'가 된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1998년까지는 상수가 '2.4'였으며, 이 기간 동안 평균소득자인 '을'은 40년 가입시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상수가 '1.8'로 낮아졌고, 2007년에는 '1.5'로 낮아졌다. 2008년부터는 해마다 0.015씩 낮아져 2028년에는 '1.2'로 고정된다. '1.2'로 상수가 고정되는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시 40%, 25년 가입시 25%로 낮아지는 것이다. 즉, 상수를 낮춰감으로써 매년 연금액이 삭감되도록 조정한 것이다.

공적연금에는 기득권 보호라는 원칙이 있다. 연금액이 삭감되어도 과거기간에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가령 1988년-1998년까지 기간의 연금액은 상수 2.4를 적용하여 70%의 소득대체율로 연금액을 계산하고 1999년-2007년까지는 상수 '1.8'을 적용하여 60%의 소득대체율로 연금액을 계산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지금의 40대-50대와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앞에서 예를 든 세 사람보다는 더 많은 연금을 받게된다. 가령 2012년 기준으로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초기 세대들의 월평균 연금은 82만원이며, 10년-19년을 가입한 사람들은 41만원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초기에 연금액을 후하게 설정한 연금공식 때문에 국민연금 초기 가입자들은 나중에 가입할 사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일부에서는 초기세대에 특혜를 주는 이 방식이 과도한 특혜이며 불공평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나는 오히려 초기세대에 특혜를 주는 이 방식이 세대간 노인부양에서 공평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최초 연금액의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 가지이다. ①전체 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A값), 그리고 ② 자기소득의 평균액(B값), 그리고 ③ 보험료를 납부한 년수(n값)이 된다. 여기서 개인이 가장 통제하기 쉬운 것이 가입년수이다. 연금액을 많이 받고 싶다면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 즉 쉬지 말고 보험료를 최대한 오랜기간동안 납부하면 연금액은 그만큼 늘어난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같은 조건이면 40년을 납부한 사람은 20년을 납부한 사람보다 2배의 연금액을 받게 된다.

389만원 소득상한선 현실에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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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처음문제로 돌아가서 답을 내려보자. 보험료의 소득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올리면 389만원으로 설정했을 때보다 보험료 수입은 2.5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늘어난 보험료가 전적으로 저소득층으로 가지는 않는다. 자기소득의 평균액인 B값 역시 2.5배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액도 비슷한 비율로 올라가 부자들은 더 많은 연금을 타가게 된다. 즉, 딜레마에 봉착하는 셈이된다. 따라서 결론은 고소득자의 보험료를 대폭 올리면 누진성이 강화되어 소득분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부자들이 더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고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져 국민연금의 재정은 더 악화된다.

물론 나는 고소득자의 연금을 지금보다 더 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도 국민이며 이들도 소득수준에 맞게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소득상한선 389만원은 현실의 소득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현재 389만원 소득상한선에 걸려 있는 가입자가 21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8명중에 1명 꼴이다. 정부가 보험료 상승을 우려하여 오랫동안 소득상한선을 올리지 않은 결과다.

1995년에 상한액을 360만원으로 올린 뒤 2010년까지 15년이나 묶어 두었다. 최근에야 조금씩 상한액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소득분포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는 소득상한선을 올려 부자들도 제대로 된 연금을 받아야 한다. 연금보험료로 한달에 수천만원을 내는 것은 난센스이지만 소득수준에 걸맞은 보험료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는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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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입니다.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 공적연금, 동아시아복지 등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동안 복지운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약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개혁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특히 연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시간되는데로 제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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