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용인 경전철 환승할인 손실보전 안 돼"

[인터뷰] 민경선 경기도의원 "법적인 근거 없는 일방적인 지원 발표... 문제 있다"

등록 2013.03.11 10:46수정 2013.03.1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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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경기도의원 ⓒ 유혜준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2012년 7월에 개통했다. 용인경전철은 오는 4월 17일 개통할 예정이다. 6700여억 원을 들여 건설한 의정부 경전철은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정부경전철은 매월 8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용은 그에 한참을 못 미치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의정부경전철은 한 달에 1만1천 명 수준의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한 달 동안 1300원의 운임을 350원으로 할인하기도 했다.

의정부경전철은 운임이 1300원으로 버스나 지하철요금보다 비싸고 환승할인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용 인원을 늘이려면 환승할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오는 4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용인경전철은 1조 원이 넘은 건설비가 투입되었으며, 시공사와 용인시가 소송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용인시가 소송에서 져 경전철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 상황까지 되었는데, 의정부경전철과 마찬가지로 적자운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의 관계기관 협의해 통합환승할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승할인금의 일정분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경기도의 이와 같은 발표에 대해 "환승할인 손실보전을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민경선(고양·건설교통위원회) 경기도의원은 지난 7일, 제276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경기도가 의정부·용인 경전철 환승할인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무책임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에 도민의 혈세를 투자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민경선 도의원을 안양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민 의원은 "의정부·용인 경전철 사업에 대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민간사업자에게 있다"며 "자치단체장들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시행한 사업의 부담을 경기도가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민 의원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의정부·용인 경전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 추진해 엄청난 손실 나고 있다"

- 의정부·용인 경전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정부·용인 경전철은 자치단체장들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하면서 수요예측이 부풀려졌다. 최초 실시협약부터 잘못됐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을 못해 엄청난 손실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 손실이 날 것이 빤히 보이는 사업인데도 자치단체나 사업자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MRG라는 게 있다. '최소운임수입보장'이라는 건데,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 2006년 4월에 운임수입이 최초 5년간 예상수입의 80%를, 이후 5년간 7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의정부시가 손실을 보전한다는 조항을 실시협약서에 포함시켰다. 자치단체가 손실보전을 해주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

- 현재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운임수입이 예상수입의 50%가 안 돼 의정부시가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실시 협약 내용에는 운임수입이 예상수입의 50%가 안 될 경우 의정부시에서 지원하지 않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맞다.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2012년 7월 개통 이후 매월 20억 원씩 140여 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나, 운임수입이 예상수입의 50%가 되지 않아 의정부시로부터 손실보전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 경기도에서 환승할인에 지원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
"의정부·용인 경전철 환승할인 손실 보전에 매년 3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자료를 보내왔다."

- 의정부시에서 지원을 하지 않으면 사업자가 손해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현재는 그렇지만 만일 의정부경전철이 파산을 하게 되면 결국 의정부시가 떠안아야 한다. 의정부경전철 사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되었는데 파산을 하면 해당 회사가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의정부시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의정부시에서는 파산을 막고자 환승할인 등을 추진해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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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경기도의원이 설명을 하기 위해 노트북에서 관련자료를 찾고 있다. ⓒ 유혜준


민 의원은 "환승할인 얘기가 나온 것은 어떻게 하면 (의정부경전철이) 파산하지 않도록 영양분을 주면서 버티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해결방안으로) 나온 것 같다"며 "잘못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도가 법적인 근거나 원칙없이 일방적으로 의정부·용인 경전철 환승할인 손실 보전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 환승할인 손실보전을 하겠다면서 도의회에 보고 절차 등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 경기도가 환승할인 손실보전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게 확실한가?
"확실하다. 경기도의회는 2009년 8월 13일, '경기도 도시철도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경기도 내에서 추진되고 있던 경전철 사업에 대해 경기도의 자문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도비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지원하는 경우에는 운영비가 아닌 건설비 일부만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 9월에 경기도지사 제출한 개정조례안에도 '도내 철도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은 이 조례에 따른 추진 절차를 이행한 사업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민 의원은 "이런 조례의 규정을 무시하고, 도의회에 보고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의정부·용인 경전철은 해당 자치단체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니만큼 해당 자치단체와 해당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여러 번에 걸쳐 강조했다.

"경기도에는 31개 시·군이 있다. 도민의 세금으로 의정부와 용인의 경전철을 지원하게 되면 경전철이 없는 다른 지자체는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시에서도 경전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곳도 선례가 있으니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게 분명하다. 도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공약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나?
"맞다. 필요하다. 혈세가 줄줄 새는데도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책임지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타당성조사를 잘못한 용역업체와 해당 자치단체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행사해서 손해배상을 끝까지 받아낼 수 있게 하는 법적인 조치가 취해진다면 아마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김문수 지사는 도 재정 줄이는 방안을 좀더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
민 의원은 "현재 조례에 의해 의정부·용인 경전철의 환승할인 손실보전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유권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 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홍정석 의원이 개정조례안을 발의해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조례안이 통과되면 의정부·용인 경전철의 환승할인 손실보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민 의원은 민자사업의 경우 다양한 협약을 통해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부터 민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시를 지나는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역시 민자사업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역할을 민 의원이 톡톡히 하고 있다. "1조5천억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정작 고양시민들은 도로 이용이 불편해지고 통행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결국은 민자사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민 의원은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건설의 부당함과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에는 79일 동안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사회 이슈화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무료도로 막고 유료도로 이용? 고양시민이 봉인가"

민 의원은 "김문수 지사가 도 재정이 어렵다고 '가난한 도청'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법적인 근거 없이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려고 하고 있다"며 "김 지사는 도의 재정을 줄이는 방안을 좀더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선 #경기도의회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민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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