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창의적 체험활동이라 말할 수 있는가

교사 자율권 없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록 2013.03.23 15:00수정 2013.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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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은 교과 교육과정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나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되면 구체적인 활동은 학생, 학급, 학년, 학교 및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학교에서 선택하여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 (2009교육과저정 총론)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했듯이 학생, 학급, 학년, 학교 및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한 자율권이 있을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강제성만 있다

학교와 교사에게 창의적으로 운영하라는 선택권을 주었으나 결코 선택권이 없다. 범교과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39개 영역 중에서 지역지원청에서 독도 교육, 성 교육, 5학년 진로프로젝트 운영, 정보통신교육, 한자교육 등과 같이 수업 내용을 강제하는 것들이 많다.

교육청 권장사항이라고 하지만 학교 현장으로 왔을 때는 거의 의무사항처럼 따르기 마련이다. 아래 표는 교육청에서 요구하고 학교에서 정한 것을 정리한 창체 시수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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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년에 요구하는 창체시간 교육청, 지역지원청마다 학교에다 요구하는 창체시간이 있다. 그리고 학교특색으로 함께 해야하는 영역도 있다. 그러다보면 정적 담임이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운영할 시간은 실제적으로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 홍순희


이것을 각 학년 담임교사는 적절하게 시수표에 넣어 정리해야 한다. 학년 교육과정을 계획하다보면 복잡하고 선택하지도 못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창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한참 학생들과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 한 해살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문서에 매여 내용은 뒷전일 때가 많다.

아래표는 계획된 창체를 주별로 적절하게 배치하기 위한 연간 운영시수표다. 이런 시수 맞추는 작업은 거의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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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별 수업시수를 계획하면서 해야할 일 연간 시간 운영 계획을 할 때 교과는 기본시간에 교과시수를 넣으면 되나 창체는 또다시 6개 영역으로 분리하여 시간을 운영해야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된다. ⓒ 홍순희


교사들이 보기에 창체는 창의적인 체험활동이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를 쏟아부은 듯한 느낌이다. 학년 교육 과정을 만들면서 연간 시수를 계획할 때 교과는 아주 단순하다. 창체는 교과 시간을 계획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짜증스럽다.

몇몇 혁신학교에서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최대한 교과와 통합하고 지역사회와 학생,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제적인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간간이 있다. 그런 학교는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맘껏 발휘하는 학교이며 일반학교에서 교육청의 권장을 권장으로 여기고 학년에서 협의하여 창체를 운영하려는 시도도 거의 차단되어 있다. 으례 창체는 학교에서 정해서 학년에 내려주면 그것을 실시해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창의인성 실천 미션사업으로 4학년에 폐건전지 모으기, 5학년에 동전 모으기를 한다. 서울시 전체가 일제히 똑같은 미션을 수행하라고 한다. 서울에서 학교 여건에 따라 창의 인성과제도 달라야하지 않을까? 일제고사도 폐지되고 있는데 서울시 전체 초등학생 일제 미션과제라니!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육청 지침대로 해야 편하다(?)

학기말이 되면 학교폭력예방교육 시간수, 독도 교육 시간수, 학급회의 횟수 등을 조사한다. 올해 서울에서는 폐건전지 갯수와 동전 모으기 총액을 조사할 것이다. 왜 조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기 초에 교육청에서 지시한 것을 교육 과정에 넣어두면 보고하기도 편하다. 보고된 횟수는 실제 교실 안에서 학생과 교사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시수만 있을 뿐 내용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권장한 내용을 창체 시간에 반드시 넣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창체가 창체답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잘 따라야 하는 시간으로 전락될 수 밖에 없다.
#2011개정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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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로 지낸지 29년이 되어갑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학교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이룬 성과를 공유하면서 많은 학교가 학교혁신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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