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국정원이 할 일"

진선미 국정원 내부 자료 공개... "원세훈 정치개입 지시, 국정농단 행위 엄단해야"

등록 2013.03.18 12:14수정 2013.03.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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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재임기간 중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 유성호


"19대 총선 직후인 2012년 4월 20일, '이번 선거결과 다수의 종북 인물들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서 국가정체성 흔들기, (국가정보)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저는 이번 국회에 처음 들어온 초선이다. 제가 '다수의 종북인물'에 해당되나."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제목의 국정원 내부자료를 공개하며 한 말이다. 그는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원세훈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지시' 의혹 자료를 전면 공개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원 원장은 2009년 2월 부임 이후 한 달에 한 번 꼴로 각 부서장 및 지역지부장이 참석하는 확대부서장 회의를 열고 여론조작 및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 이 같은 원 원장의 지시는 2009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최소 25회에 걸쳐,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으로 게재됐다.

주요 내용은 ▲ 여론조작 지시 ▲ 소위, '종북·좌파' 단체에 대한 대응 및 공작 ▲ 주요 국내정치 현안에 적극 개입 ▲ MB정부 국정운영 홍보 ▲ 4대강 사업 실질적 지휘 의혹 등으로 나뉜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 제기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에 대해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댓글 활동은 원 원장의 '정치개입' 지시에 따른 활동이라고 보인다. 여야가 지난 17일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를 열기로 합의한 만큼, 주요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진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정조사가 다뤄야 할 영역은 국정원 직원인 김모씨에 대한 조사에 한정되서는 안 되며 김씨의 행위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과 맥락을 총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업무를 누가 지시했는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지시' 따라, 국정원 '대선개입용' 인터넷 댓글 활동 벌였나?


무엇보다 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국정원 댓글 사건'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에 따라 2010년부터 수년 간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 7월 19일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라는 점을 명심할 것"이라고 돼 있는 게 근거였다.

실제로 해당 문건에 따르면, 원 원장은 직접적인 선거개입을 지시한다. 그는 2011년 11월 18일에는 "선거기간 동안 트위터·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 확실하게 대응 안 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믿는 현상 발생"이라며 "악의적 허위사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막대,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함"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종북 세력들이 선거 정국을 틈타 트위터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분열 조장하므로 선제적 대처해야 함"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지사를 겨냥,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 지사에 당선됐다"고 지적하고,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20일 "이번 선거결과 다수의 종북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서 국가 정체성 흔들기, 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개입 주문도 있었다. 2010년 3월 19일에는 "4월 국회에서는 주요 개혁 입법들이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진 의원은 이에 대해 "같은 해 3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세종시 수정안 관련 5개 법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0년 4월 16일에는 노골적으로 '세종시·4대강 등 주요 현안에도 원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대처해주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1월 22일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 우리 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된 것에 대한 '국정원의 지시이행'이 뒤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진 의원은 "2010년 1월에는 국정원 충남지부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만나 협박·회유했다는 의혹과 연기군에서 정체불명의 단체와 국정원이 수정안을 지지하는 유인물을 무차별 살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정원의 역할을 주문한 것도 총 9차례에 달했다. 원 원장은 지난해 1월 21일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책 잡히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지역민들에게는 최대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함"이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해 9월 16일에 "4대강 그랜드 오픈이 한 달 여 정도 남았는데, 지역단체·언론 등을 통해 행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사전 면밀 점검하고, 관계기관에 지원하여 국책사업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 받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종교 편향성 논란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불교계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도 있다. 원 원장은 2010년 3월 19일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진 의원은 이에 대해 "(해당) 지시사항이 있기 약 한 달 반 전인 2010년 1월 30일 시민단체와 조계사가 함께 기획한 자선모금행사가 국정원의 압력으로 취소되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후 2011년 3월에는 명진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 퇴출되는 과정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법 정면 위반한 국정농단 행위, 박근혜 대통령 책임 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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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과 남주홍 1차장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북 핵실험' 관련 긴급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진 의원은 "2010년 7월 심리전단이 보고했다는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 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의 제출을 근거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자료는 존재하지만 공무상 비밀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 부서장 회의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라는 내용의 회의결과와 이 제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정보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국정농단 행위"라며 "반드시 엄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정원법 제3조에는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제9조 정치관여죄에서는 "원장과 차장, 직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 의원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이러한 국정농단 행위를 중단시키고, 더 이상 국정원이 국내정치의 감시자와 행위자로 역할하는 것을 근절할 책임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적 헌정질서를 위해서 국정원을 국민의 품에 되돌릴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원세훈 #진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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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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